늙지 않는 뇌 - 미국 최고의 신경과학자가 전하는 기억력의 비밀
리처드 레스탁 지음, 윤혜영 옮김 / 유노라이프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때의 일이다. 서른 중반이 넘은 부모님이 건망증을 호소하시는 것을 보고 눈물이 나도록 웃곤 했다. 방에서 나와서 거실로 왔는데 왜 거실로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으신다는. 그 경험을 나이가 드니 나도 했다. 사실은 한 두 번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가서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잊기도 했다. 이렇게 곤란할 수가.
그러나 <늙지 않는 뇌>에서는 그런 현상을 이렇게 설명한다. 방에서 거실로 오는 사이, 우리의 주의가 흐트러져서일 뿐이라고. 그것은 심각한 기억력 장애가 아니라고 말이다. 이 경우 방으로 다시 돌아가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짚어보면 다시 기억이 난다. 나도 그랬다.
노인들의 기억력 장애에 대해서는 쌓인 기억이 너무 많아서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일생 동안 쌓인 그 많은 기억 중에서 끄집어 내야 하는 기억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라고. 이것은 필연적으로 겪을 수 밖에 없는 장애이다. 질병이 아니다.

나는 당신이 앞으로 계속 더 인식하게 될 정보보다 훨씬 더 많은 기억을 이미 잊어버렸다오
(p. 201)

신경과학자 리처드 레스탁은 단기기억, 장기기억, 작업기억, 일화기억, 의미기억 등 기억의 종류를 나열하며 기억이란 무엇인지부터 설명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작업기억이다. 무언가를 하는 중에 앞서 했던 것을 기억하는 능력. 작업기억이 극단적으로 좋지 못하면 한 문장을 읽는 중간에 앞의 내용을 잊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삶과 학습 등에 작업기억이 많은 영향을 끼친다.
기억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써볼 수 있다.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이미지화 하는 것. 부호화 하는 것 등. 학창시절에 공부하며, 외워야 할 것들의 머리 글자를 따서 우스꽝스러운 문장을 만들고 암기하는 방법을 누구나 접해보았을 것이다. 당시에는 유치하다고 생각했으나, 이것은 과학적으로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방법이었다.
그 외에도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낮잠이나 건강한 식습관, 활발한 육체 활동이 기억력을 활성화시켜 준다.
나이가 들며 기억력이 감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기억력 증진 훈련을 하면, 알츠하이머 같은 병도 진행을 늦출 수 있다. 기억력이 제대로 작동하는 사람에게는 치매 발병 확률이 제로라고도 주장한다. 리처드 레스탁은 자신에게 잘 맞는 기억력 훈련을 매일 할 것을 권한다.
기억만큼이나 망각도 중요하다. 기억을 구성하는 신경 회로가 약화되지 않으면 새로운 기억을 형성할 수 없다. 시대는 변하고 정보와 지식은 변한다. 유연하게 적응하려면, 우리에게는 잊기가 필수다. 비범한 기억력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기억술사로 활동했던 셰레셰프스키의 인생이 알코올 중독으로 얼룩지고, 결국은 과음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사망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기억력은 정체성에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의식적인 경험의 토대를 형성한다.
(p. 180)

리처드 레스탁이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한 말이다. 내가 기억하는 것이 바로 나다. 치매 환자는 기억을 잊다가 종국에는 자신이 누구인지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기억력은 정체성을 형성하고, 자신의 경험을 구성한다.
기억 시스템 전반에 걸친 설명과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방법, 기억에 장애가 되는 요소 등 기억에 대한 지식을 총망라한 책이다. 요즘 들어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다거나, 기억력을 높여서 학습 능력을 높이고 싶다면 일독할 만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