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무엇인가 - 진정한 나를 깨우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철학 에세이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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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나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히라노 게이치로의 <>이라는 장편소설에는 분인(dividual)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바로 개인(Individual)에서 in을 뺀, 개인의 반대되는 개념이다.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하나의 개인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무수히 많은 분인들의 집합이 나라는 개념이다.

이 소설을 낸 후 히라노 게이치로는 분인에 대한 일반 교양서를 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그 결과 나온 책이 바로 이 책, <나란 무엇인가>이다.
어떤 사람이든, 항상 똑같은 모습으로, 하나의 인격으로 살지 않는다. 학교에서 친구들을 대할 때의 나와, 집에서 부모님을 대할 때의 나는 다르다.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일할 때의 나와, 연인과 있을 때의 나도 다르다. 그렇다면 학교에서의 인격은 거짓 가면을 쓴 모습이고, 집에서의 인격이 진정한 나일까? 회사에서의 모습 역시 회사원이라는 가면을 쓴 것일 뿐, 연인과 있을 때의 내 모습이 진정한 나의 모습일까?
히라노 게이치로는 이런, 저런 다양한 나의 모습이 모두 나의 진정한 모습이며, 각각이 모두 나를 구성하는 분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분인은 다양한 인간관계를 통해 생성된다는 것이다. , 학교에서의 분인은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생겨난 내 모습이고, 집에서의 분인은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생겨난 인격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분인에는 모두 타자의 영향이 미친다. 친구와 시간을 보낼 때의 분인이 자신의 마음에 든다면 그것은 절반은 친구의 덕분이기도 하다. 부모님과 지낼 때의 분인이 지독한 모습이라면, 그것 역시 절반은 부모님에게 책임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분인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진정한 나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내 모든 분인이 내 진정한 모습이고, 그 모든 분인을 합친 것이 나 자신이 된다.
또한 자만하지도, 자신을 탓하지도 않게 된다. 자신의 분인이 아무리 멋있어보여도 절반은 타자의 덕분이며, 또 다른 분인이 아무리 형편 없어도, 절반은 타자에게 원인이 있다.
분인이 여러 개인 우리는 그 중 가장 마음에 들고, 행복한 분인을 중심으로 사는 것이 좋다. 그 분인에 삶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 그것이 즐겁고 현명하게 사는 방법이다. 회사에서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는다 해도, 집에 돌아와 반려자와 즐겁게 지낼 수 있다면, 반려자와의 분인에 삶의 중심을 두면 된다. 그렇다면 괴로운 삶을 살지 않아도 된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그가 고안한 분인이라는 개념을 통해 정체성, 사랑, 죽음, 인간관계, 삶을 고찰한다. 그리고 일견 복잡해 보이는 문제를 아주 명쾌하게 설명해 낸다.
이 책을 읽고 나자, 히라노 게이치로의 <>도 읽고 싶어졌다. 그가 제안한 흥미로운 개념을 탐독하는 즐거운 시간을 더 누리고 싶어졌다.
다분히 철학적인 내용의 책이지만, 전혀 어렵지 않고 히라노 게이치로가 풀어내는 독창적인 사고의 흐름을 즐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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