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작은 책방에 갑니다 - 일본 독립서점 탐방기
와키 마사유키 지음, 정지영 옮김 / 그린페이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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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에 가는 걸 좋아한다. 물론 굿즈도 주고 할인도 해 주는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하는 게 훨씬 더 이득이다. 하지만 직접 책방에 가서 책을 구경하고, 고르고, 만지고, 설레다 책을 안고 돌아오는 경험은 온라인 서점에서는 절대 할 수 없다. 이런 경험이라면 동네 책방이 최고다. 대형서점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개성 있는 동네 책방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그 안에서라면 시간도 잊고 책에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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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작은 책방에 갑니다>는 와키 마사유키가 일본 전역의 이름난 독립서점을 취재해서 쓴 책이다. 그 중에는 거북과 이끼와 중고책이 있는, 이미 들어본 책방도 있었고, 고양이가 있고 고양이에 관한 책만을 모은 서점처럼 처음 들어보는 책방도 있었다.





그러나 공통점이라면, 어디서 쉽게 볼 수 없는 특별한 책방들이라는 점이었다. 심야에만 문을 여는 책방, 직접 빵을 구워서 파는 책방, 자택을 책방으로 변신시켰으며 따로 벽이 없어 야외에 있는 것처럼 책 사이로 바람이 지나는 책방 등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책방들이었다.
주인장들은 주로 지역 문화의 거점을 만들겠다거나, 살롱으로 만들겠다거나, 새로운 컨셉의 책방을 열겠다거나, 책방도 서점도 없는 곳에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등의 동기가 있었다. 그도 아니면 단순히 책이 너무 좋아서, 책과 고양이가 좋아서, 책과 그릇이 좋아서, 책과 공예가 좋아서, 책방을 열고, 두 가지의 컨셉을 조합한 경우가 많았다.





공예를 좋아하는 주인장의 책방이 인상적이었다. 한가한 시간에 주인장은 지우개 도장을 만든다. 책방에는 명물인 지우개 도장 자판기가 있다. 그 자판기의 지우개는 철 따라 상품이 변하기까지 한다. 나도 한 번 가서 지우개 도장을 뽑아보고 싶을 정도였다.
바쁜 시절에는 왔다 갔다 하면서 지하철 서점에서만 책을 살 수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 때는 지하철 서점에 없는 책은 직접 주문도 해서 구하곤 했다. 그저 지하철 가판대였지만 그 시절 내 큰 기쁨이 되어주었으며, 그 뒤로도 한동안 지하철 가판대만 보면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그런데 시골 지하철 역사에 지역 문화의 거점이 되는 팔각정 모양의 책방 사진을 보고는 그만 반해버렸다.





그 모습도 너무나 고풍스럽고 안의 풍경도 고즈넉했다. 물론, 출퇴근하면서 이런 곳에 갈 수는 없겠지만 너무나 낭만적인 책방이 아닌가. 일본을 여행하다 우연히 불시착한 시골의 이런 책방에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 꿈을 살짝 꾸어 보았다.
책방들이 모두 매력적인 공간이어서 이 책을 따라 일본의 서점을 엿보는 시간이 무척 삼삼했다. 책이라기 보다는 한 권의 잡지처럼 보일 정도로 환상적인 사진이 가득해서 넋 놓고 보게 되었다.. 언젠가 일본에 간다면 이 책의 책방들을 성지순례 하듯 꼭 다녀오겠다고 다짐해 보았다.
더불어, 우리나라에도 개성적인 동네 책방이 얼마 전부터 참 많이 생겼는데, 그런 서점을 이렇게 취재해서 책으로 만들어도 근사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녀오고 싶은 국내의 동네 책방 리스트가 핸드폰에 가득 쌓여 있다. 개중에는 이미 문을 닫은 서점도 있어 안타깝지만, 그 중의 한 군데에 이번 여름 즈음에는 시간을 내서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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