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화가들 - 살면서 한 번은 꼭 들어야 할 아주 특별한 미술 수업
정우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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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했다. 미술에 딱히 조예가 깊지 않아도, 유명한 그림에는 사람이 너무 몰려 잘 보이지 않아도, 멀리서 온 고갱의 그림이나 인상파의 화려한 풍경 그림들,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그림을 보고 그들의 사연을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때로는 여름 휴가 삼아 시원하고 재미있는 전시가 많은 예술의 전당에서 여러 개의 전시를 몰아서 보고 맛있는 것을 먹기도 했다.

<내가 사랑한 화가들>은 도슨트 정우철이 풀어주는 화가들의 인생 이야기에 그들의 그림이 어우러진 책이다. 미술관에 가는 것 못지 않은 경험이었다. 전시회에서는 그 수많은 그림을 다 꼼꼼하게 보고, 설명을 듣거나 쓰여 있는 설명을 일일이 다 읽지 못한다. 그러다가는 한 세월이 다 가도 미술관에서 나오지 못한다.
그러나 책상에 앉아 정우철의 설명을 가만히 읽다 보면 그 화가가 왜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 이해하게 되고, 화가의 미술 세계관 속으로 조금이나마 들어가 볼 수 있었다. 그림을 감상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책이라는 매체이지만, 미술관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장애가 있어 거동하기 힘들었던 툴루즈 로트레크가 그린 그림에서는, 그 자신이 신나게 춤을 추고 싶은 욕망을 물랭루주의 댄서들을 그리며 풀고, 달리는 말을 그리며 애환을 달랜 것이 느껴졌다. 역동적이고 힘차 보이는 그의 그림의 이면에는 장애가 남긴, 해갈되지 않은 욕망이 있었던 것이다.
케테 콜비츠의 현실을 직시해 그렸던 그림 역시 인상적이었다. 전후 배고픔에 시달리던 아이들을 그린 그림에서, 구걸하는 아이들의 간절하고 순수한 눈망울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미술은 아름다운 것만을 그린다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현실을 그대로 화폭에 담은 그는 역사가였다.
이 책을 통해 이미 전시회에서 보았던 그림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었으며, 접해보지 못했던 화가들의 그림도 나름대로 감상하고 그들의 마음 속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미술에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꼭 예술가라거나 화가가 아니더라도, 엔지니어도, 회계사도, 간호사도, 미술 작품을 보고 이해하고 싶은 욕망이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은 그런 욕망을 해소시켜 주고 그들을 미술관으로 이끈다. 도슨트 정우철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적어도 삶의 행복한 쉼표 하나를 가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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