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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표 - 교유서가 소설 ㅣ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이대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누구나 태어나 한 번은 죽는다.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러니 우리의 부모님도 언젠가는 돌아가실 테다.
역모가 일어나 죽임을 당하든, 왜란에서 싸우다 죽든, 겸사복이
왕을 지키다 죽든, 누구나 언젠가는, 어떻게든 죽게 된다.
이대연의 <부표>란 소설집에 실린
<부표>와 <전>에서는 죽음이라는 테마가 이야기 아래에 공통적으로 흐른다. 세월의
흔적 때문에 수명이 다한 등부표를 교체하는 인양선에서 일하는 나는, 인양선에 타기 전 전화 연락을 하나
받는다. 바로 아버지의 장기기증에 대한 연락이었다. 까다롭고
자칫 위험할 수 있는 등부표 교체 작업이 진행되는 사이 사이, 아버지가 당한 사고와 그 후의 투병 생활, 그리고 장기 기증에 대한 이야기가 교차된다.
문득 막막해졌다. 끊어내지 않고는 엉킨 것을 풀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끊어내면 되리라
여겼는데, 끊어내도 끊어내도 자꾸 감기는 기분.
(p. 27)
마치 등부표가 수거되어 다시 도색 되고 손질되어 재사용되듯, 아버지의 각막이 누군가의 눈에
이식되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나”는
어쩐지 심란한 심정으로 등부표를 새로 내리고, 부품을 설치한다.
<전>은 역사 소설이다. 모정 배대유가
주인공인 이 소설은, 겸사복의 죽음으로 인해 졸기를 써 줄 것을 부탁하는 무명의 방문으로 시작된다. 때는 모반이 일어난 후, 목숨을 부지한 것만 해도 다행인 배대유에게, 무명은 홀홀히 찾아온다. 사실 무명은 배대유의 목숨을 두 번 살려
주고, 두 번 죽이려 했다. 그가 이제는 아끼던 겸사복의
졸기를 부탁하러 온 것이다.
혼란스런 정국 하에서, 또 왜란 통에서, 그들은
무수히 죽어 나간다. 그 죽음들 앞에 덤덤한 모습을 보이려 했던 배대유의 심경 변화가 이 소설의 백미다.
“죽음”이란 것은 누구에게나 풀어야 할 숙제 같은 주제다.
주위 사람들의 죽음 앞에서 나는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는가. 나 자신의 죽음은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가.
어쩌면 이 소설이 그에 대한 답을 줄 수는 없어도, 우리의 일생의 과제를 조금은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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