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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2년 11월
평점 :
혈연 관계란 죽을 때까지 놓을 수 없는 관계다. 부부 사이는 갈라서면 남남이라지만, 부모 자식 간의 관계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어떻게 해서도 끊어질
수 없는 끈인 것이다. 그 끈이 아주 가늘고, 약하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그 끈만을 희망으로 삼고 살기도 한다. 비록
그 줄을 가까이 당길 수 없다고 해도. 그저 멀리서 바라볼 수 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희망의 끈>은
그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소재로 한 추리소설이다. 주인공 마쓰미야 형사는 야요이 찻집의 여주인이 등에
빵을 자르는 칼이 꽂힌 채 살해된 사건을 수사한다. 한편으로는 아야코라는 한 료칸의 여주인이, 죽은 줄 알았던 마쓰미야의 아버지가 살아 있다고 연락을 해 온다. 마쓰미야는
수사하는 사건과는 별개로,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추적해간다.
야요이 찻집의 여주인과 십 수년 전 헤어진 그의 전남편, 전남편과 현재 사실혼 관계인 다유코, 지진 사건으로 두 아이를 잃었던 유키노부와 레이코 부부, 그리고
유키노부와 레이코가 사고 후 다시 가진 아이인 모나. 거기에 마쓰미야의 어머니 가쓰코와 마쓰미야에게
연락해 온 아야코, 아야코의 말기암 환자 아버지, 그리고
오래 전 사고로 죽은 아야코의 어머니까지. 많은 사람이 얼키고 설키며 이야기는 종잡을 수 없던 사고와
사연들 사이로 퍼즐이 맞추어지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 퍼즐을 기가 막히게 맞추는 것은 마쓰미야다.
마쓰미야가 사건을 수사할수록 드러나는 진실들과 친자 확인 문제부터, 마쓰미야 자신의 친부
문제가 번갈아 나오며, 이야기는 마쓰미야를 중심으로 매력적으로 펼쳐진다. 자신이 수사하는 사건의 저변에 흐르는 문제에 마쓰미야 자신의 문제가 겹쳐져 보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소설에도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유능한 가가 형사가 나온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마쓰미야의 추리가 단연코 돋보인다. 그리고 그가 형사로서 일을 진행시키는 것과 한 사람의
소중한 마음이나 인생을 지키려는 가치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장면이 백미다.
형사의 일이란 진상만 밝힌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취조실에서 밝혀지는 진실뿐 아니라 본인들 스스로 이끌어 내는 진실도 있는 법이거든.
(….)
그래, 중요한 것은 각오다. 나는 각오가 되어
있는가.
(p. 386)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답게 속도감 있게 읽히는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 혈연 관계란
무거운 주제로, 한 편으로는 충격적인 살인 사건을 소재로, 묵직한
질문을 던지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