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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 교유서가 소설 ㅣ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박초이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스물 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와 <사소한
사실들>로 구성된 이 단편집은 제목이 뜻하는 바가 예상 외다. 첫
번째 소설의 “미래”는 과거, 현재, 미래의 “미래”가 아니라 고양이 이름이다. “사소한 사실들”은 문자 그대로 사소한 사실을 주제로 한 것이 아니라 방탈출 게임 이름이면서 주인공이 잠시 밤을 보내는 식당
창고의 이름이다.
“미래”가 “future”가 아니면서도, 이 소설집 내 두 편의 단편은 모두 미래를 지향하는 공통점이 있다. 고양이
미래를 화장하고 돌아오는 길, 주인공의 결심은 행복한 미래에 닿아있다.
“사소한 사실들”을 벗어나서 옥탑방에서 아는 언니와 살게 되는 주인공이 그 옥탑방에 사는
것 마저 위태로워지자, 단단해지는 룸메이트들과의 관계 역시 미래에 가 닿는다.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나왔다. 무엇이 과거이고,
무엇이 미래인지 알 수 없었다. 둥근 원 안에 공간과 시간이 갇혀 있었다. 나는 둥근 원을 돌면서 내가 원하는 진실을 시간 속에 짜맞추고 있었다. 이제
과거를 다시 쓰고 싶었다. 내가 만들어갈 미래가 내 과거가 될 수 있도록.
(p. 38)
고양이 “미래”를 만나기 전, 주인공은 사기를 당하고 사람과 세상에 상처받아 마음을 닫았다.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치료해 주고 보듬어 준 “미래”의 장례식에서
그는 “미래”의 주인이자,
과거의 남자친구를 다시 만난다.
옥탑방에서 살기 전, “사소한 사실들”에서 살던
주인공은 친한 친구 율리의 재력을 부러워했고 질투를 했으며, 잠깐 만났던 남자친구 영훈과 데이트를 하면서도
돈에 묶여 있는 자신이 싫어서 딴소리를 해댔다.
삶이란 혼자서 외롭게 버텨내는 것이라 생각했다. 단둘이 앉아 있는 것만으로 역할이 주어진 것 같아 답답했다.
(p. 68)
상처받고 부서진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설계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상처는
이중, 삼중이었고 하나의 고비를 넘었다 싶으면 또 한 고비가 나타나는 형국이었지만, 그래도 그들은 살아갈 힘을 얻었다. 미래는 스물 여섯 개의 돌이
되고, 사소한 사실들을 떠나 찾은 보금자리에서도 나가야 할 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