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산문
박준 지음 / 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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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시인을 참 좋아한다. 어느 문학인들의 인터뷰 집에서 처음 본 그는 순수하고 영혼이 맑아 보였다. 한 눈에 반해서 그의 시집을 찾아 읽고, 산문집을 사서 읽었다. 마찬가지로 그의 시와 에세이도 맑고, 투명한 느낌이었다. 시를 품은 에세이같이도 하고, 에세이를 품은 시 같기도 했다.

<계절 산문>은 그의 최근 산문집이다. 시가 간간이 들어있고, 포근한 느낌의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다. 그가 어려서부터 동물을 사랑해서 힘든 나날들이 많았다는 일화가 인상적이었다. 부모님 집의 옆집 사람들이 키우는 개를 잡아먹기에, 챙겨주고 구해주려 하다가 실패한 경험. 마지막으로 그 개를 봤을 때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개의 시선이 기억에 남는다. 다른 사람에게 말을 붙이기 힘들어 하는 성향 때문에, 가족끼리 외식을 가서 가위를 받아오라는 심부름을 하지 못했던 일도. 어린 그는 바쁘게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힘들어 보여 차마 가위를 달라고 하지 못하고 한참을 멀뚱히 서 있었다. 오래 교류하는 벗이 없다는 한탄에도 마음이 움직였다. 어느 한 시절을 함께 한 아름다운 사람은 있었으나, 어려서부터 인생의 고비를 함께하고 같이 중년이 되는 사이가 없다는 걱정이었다. 가까워지려고 하면 조심하고 보는 버릇에, 벗이 없다는 사실에 익숙해지려고 한다는 그가 살짝 안쓰러워졌다.

저는 어쩐지 아직도 이것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다가온다 기대했다가 누군가 떠나간다 슬퍼하고 어제의 걱정을 끝냈다 싶었는데 새로 오늘의 걱정을 하고. 이쪽과 저쪽을 오갑니다. 끝도 없이 오가고 있습니다.
(p. 179)


그의 따스한 감성이 가득 담긴 에세이와 시를 읽다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환절기마다 한 번씩 앓는다는 그가, 다가오는 봄에는 조금 덜 아프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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