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의 세 딸
엘리프 샤팍 지음, 오은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월
평점 :
절판


튀르키예. 옛 터키. 이름도 낯설고, 그에 대해 아는 것도 거의 없다시피 한 나라. 심지어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튀르키예가 무슬림의 나라라는 것도 전혀 몰랐다. 먼 타국의 엘리프 샤팍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작가의 소설이 이렇게 내 마음을 울릴 줄도 역시 몰랐다.

튀르키예의 부르주아 가정 주부인 페리가 주인공인 이 소설은 그가 초대받은 파티에 가는 장면으로 시작되어서, 그의 젊은 시절과 현재의 파티 장면이 교차되어 나온다. 옥스퍼드 대학에 다니던 페리와 주부 페리, 그 두 시대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소설이 진행되며 메워지는 구조이다. 끝까지 놀람과 반전의 연속이었으며, 마지막까지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안개에 싸인 아기, 페리와 아주르 교수 사이의 진실에 가슴이 내려 앉았다.
엘리프 샤팍은 페리와 그의 옥스퍼드 친구들인 쉬린, 모나의 이야기를 통해 젠더 이슈, 무슬림의 보수주의, 튀르키예의 현실, , 테러리즘, 우정 등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아주르 교수의 수업 장면과 토론 장면, 페리의 말과 생각에는 러셀이나 마르크스 등의 철학적인 내용도 녹아 있다. 생각할 거리가 여기 저기 숨어 있고, 치열한 토론 거리들이 산재해 있으면서도 아름답고 놀라운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읽으며, 페리의 성격에서 내 모습을 보았다. 이 쪽도 저 쪽도 아닌 곳에 어중간히 위치해 있으며, 자신에 대해 확신이 없고 혼란스러운 성격에서 말이다. 나는 유학을 가 본 적도 없고, 종교 문제로 갈등이 있지도 않으며, 페리가 네 살 때 겪은 사건 같은 것도 없었다. 그러나 어쩐지 페리의 약한 성격과 중재자로서 애쓰는 모습에서 특히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비쳐서 마음이 쓰였다.
마지막, 페리와 아주르 교수, 페리와 쉬린의 오랜만의 전화 연락 장면에, 파티 현장의 혼란이 더해지고, 끝까지 베일에 싸였던 것들이 분명해지는, 마치 팝콘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듯한 느낌의, 놀라운 클라이막스가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이 소설 하나로 튀르키예와 무슬림에 대해, 종교와 신에 대해, 젠더 문제에 대해, 가치관의 충돌에 대해 분명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살아가는 데 조금의 힘이 되어 주었다고 말하고 싶다. 엘리프 샤팍이라는 작가가 오랫동안 내 마음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소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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