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르노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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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시인 루이즈 글릭. 그가 노벨문학상을 탈 때 스웨덴 한림원이 언급한 시집이 바로 이 책이었다. 그만큼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PEN 뉴잉글랜드 어워즈 수상작이기도 하다.


아베르노. 아베르누스의 옛 이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서쪽으로 십 마일 떨어진 작은 분화 호수,
고대 로마인들에게 지하 세계로 가는 입구로 알려진 곳.

(p. 10)


본격적으로 시가 시작되기 전에 아베르노의 뜻이 실려있는 이 책은 하데스에게 붙잡혀 간 페르세포네의 신화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무래도 범상치 않게 시작해서 강한 인상과 여운을 남기는 시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웨덴 한림원이 왜 이 책을 언급했는지 조금은 알 듯 하다.
이 시집을 가로지르는 주제는 죽음과 사랑인 것 같다. 마치 지하 세계의 왕인 하데스에게 잡혀 간 아름다운 페르세포네의 마음을 들여다 보듯이, 루이즈 글릭은 죽음이라는,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것을 이리 저리 살피며 노래한다.

죽음이 그녀와 맞닥뜨릴 때, 그녀는
데이지 꽃 없는 초원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녀는 갑자기, 어린 날 부르던 노래들
더는 부르지 못하고, 엄마의
아름다움과 다산을
찬미하던 그 노래들. 그 틈이
있는 곳이 바로 불화의 자리.
지상의 노래,
영원한 생명이라는 신비한 환상의 노래….
(p. 38)


인간은 모두 죽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연인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친구를 사랑한다. 어쩌면 사람은 모두 죽음이라는 끝이 정해져 있기에, 우리의 사랑이 더욱 가치가 있는 지도, 또 우리는 그렇게 사랑에 목매고 사랑을 부르짖는지도 모른다. 사랑을 할 때면, 우리는 죽음의 공포도 잊고, 매 순간 기쁨으로 넘치며, 삶에 이유가 생긴다.

언니가 사랑에 빠질 때면, 내 여동생이 말하네,
번개에 감전된 것 같아.
(p. 40)


페르세포네의 신화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면서 죽음과 사랑을 환상적으로 이야기하는 이 시집에 그만 반해버렸다. 시라면 어렵기도 하고, 책장도 잘 넘어가지 않아 잘 보지 않다가, 루이즈 글릭에 호기심이 동해서 잡아 본 시집이 내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이 책은 루이즈 글릭의 시집을 원문으로 보고 싶다는 열망도 불러일으켰다. 루이즈 글릭이라는 매력적인 시인을 알게 되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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