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붓꽃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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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루이즈 글릭의 시집. 또한 이 책으로 그는 퓰리처상도 수상했다. 그야말로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야생 붓꽃>에는 이 책의 제목인 야생 붓꽃을 포함해서 광대수염꽃, 꽃양귀비, 데이지꽃 등 다양한 식물들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한 군데 뿌리 박고 사는 식물들이, 그들만의 목소리로 부르짖기도 하고, 속삭이기도 한다. 울음 소리를 내는 동물도 아니고, 그저 햇빛만을 보고, 물을 먹을 뿐인, 한 자리에 조용히 서서 바람에 흔들리는 식물들의 목소리를 처음에는 상상하기 힘들었으나, 이 책을 읽어가며 그 작고 연약한 생명들에게 점점 감정 이입이 되어 갔다.

끔찍해. 어두운 대지에 파묻힌
의식으로
살아남는다는 건.
                                                 (
야생 붓꽃 중, p. 11)


기도하는 목소리 역시 이 책의 커다란 주제 중의 하나이다. 아침기도와 저녁기도에서 신에게 가 닿고자 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울린다.

당신이 느끼는 것 중 무엇이
당신을 제일 많이 놀라게 하는지,
대지의 찬란한 빛인지, 당신 자신의 기쁨인지?
나로서는, 언제나
그 기쁨이 바로 놀라움인데.
                                                  (
아침 기도 중, p. 50)


사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그러면서도 성경이나 코란 등 종교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다. 이 시집에서 고요히 울리는 기도하는 목소리를 읽다 보면 점차 마음이 차분해진다. 기도란 것을 듣거나 읽다 보면, 그 기도가 전해질 수 있다고 믿든, 그저 혼자만의 목소리라고 생각하든 간에 상관없이, 마음이 정갈해지는 듯 하다.
평소에 시를 잘 읽지 않는 나이지만, 이 시집에서는 나름대로 잔잔한 울림과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간절한 마음으로 신에게 보내는 기도이기도 하고, 여린 식물들의 목소리이기도 해서 더욱 인상적이었던 듯 하다.
사실 시는 어렵다. 소설은 그냥 스토리 전개를 따라 주욱 읽어나가면 참 재미있는 경우가 많은데, 시는 조금씩 아껴서 음미해야 하며, 그래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야생 붓꽃>을 펴낸 시공사에서는 문학평론가의 작품 해설집 역시 제공하니, 시와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도 해설집을 곁들여 읽을 만 하다. 루이즈 글릭의 고요한 울림이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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