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의 말차 카페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커피를 좋아한다. 그 만큼이나 커피를 마시는 멋진 공간, 카페도 사랑한다. 집에서는 잘 안되던 일도 카페에서는 쑥쑥 진도를 나가고, 지겨웠던 책도 잘 읽히며, 좋아하는 사람과 수다를 떠는 것도 더 즐겁다.

단순히 카페가 배경이어서 읽게 된 <월요일의 말차 카페><목요일에는 코코아를>의 속편이다.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의 도입부에 마블 카페라는 곳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마블 카페가 쉬는 날 이벤트로 운영하는 말차 카페로, 또 후쿠이도라는 말차 전문점으로 이어진다. 시종일관 훈훈하고 따스한 이야기다.
이 카페 시리즈 소설에는 특이한 구성이 있다. 단편집 같지만, 장편인. 장편인 듯 단편으로 즐겨도 되는 구성이다. 앞의 이야기에 조연으로 나왔던 주인공이 다음 편에서는 주인공이 된다. 또 그 편에서 살짝 나왔던 사람의 시선으로 다음 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치 바톤터치 하며 이야기가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이어지듯이. 그러면서 맨 처음 편에 등장한 사람의 이야기가 맨 마지막 편에 이어진다. 그야말로 너무나 멋진 구성이어서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콩닥대는 소설이다.



가장 멋진 것은 먼 곳에서 손을 잡은 사람들이 자기가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걸 전혀 모른다는 거지. 그걸로 된 거야. 자기 일에 몰두한 것이 생판 모르는 남을 움직이게 했다는 것.
(p. 165)



너무나도 추운 날, 마블 카페에서 몸을 녹이려 힘들여 걸어왔던 미호는, 바로 앞에서 월요일은 마블 카페의 휴일이라는 것을 생각해낸다. 돌아가려는 순간, 마블 카페의 마스터가 나와서 오늘만 말차 카페로 운영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미호는 거기서 임시로 일하던 깃페이를 운명적으로 만난다. 이들의 뒷이야기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 사람, 이렇게 귀여운 표정을 짓네. 더 웃으면 좋을 텐데. 가슴 속에서 아이스크림이 녹는 것처럼 물컹하고 달콤한 느낌이 들었다. 우와, 뭐지, 이 기분.
(p. 22)



이야기를 받아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주인공 중에는 심지어 고양이도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헌책방에 가서 주인 아저씨와 시간을 보내는 고양이. 그리고 그 이야기를 헌책방 주인 아저씨가 받아서 고양이는 몰랐던 헌책방 운영의 고뇌를 털어놓는다.
<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에 나왔던 사람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새로운 인물들도 대거 등장한다. 이들이 서로 엮어내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 새 책 한 권이 끝나있다. 이 책을 쓴 아오야마 미치코는 2022년 일본 서점대상 2위 수상작가이기도 하며 서점 대상에서 2년 연속 순위에 든 유일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필력이 이 소설에서도 엿보인다.
카페를 배경으로 한 훈기가 느껴지는 이야기. 이 겨울에 읽어본다면 누구나 반할 만한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