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불가능 대한민국 - 고도성장의 기적 이후, 무엇이 경제 혁신을 가로막는가 서가명강 시리즈 26
박상인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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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우리나라 경제의 재벌 독과점을 감지한 것은 휴대폰 사업에서였다. 십 년 전쯤 모토로라가 우리나라에서 철수하면서 삼성과 LG만 남았다. 그러던 것이 얼마 전에는 LG도 휴대폰 사업부를 없앴다. 오로지 갤럭시 하나만 남았다. 갤럭시나 아이폰. 또는 샤오미. 우리나라 사람들의 휴대폰 구매의 선택지는 이렇게밖에 남지 않았다. 이 중 국산은 갤력시 뿐이지만, 애플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갤럭시를 절대 쓰지 않는다. 샤오미의 저렴하고 디자인도 괜찮은 보급 폰은 직구를 해서라도 쓰는 사람이 있다. 소수일 테지만. <지속 불가능 대한민국>에서는 내가 희미하고 모호하게 감지한 재벌의 독과점 현상 및 대한민국 경제의 위기에 대해서 낱낱이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박정희 정부 때부터 정부 주도의 재벌 육성 및 수출 장려 정책으로 인해서 놀라운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건 그 시절에 적절했던 방법일 뿐, 이제는 그러한 정책으로는 경제 개발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논지이다.

슘페터의 성장이론에서는 새로운 제품과 새로운 기술이 기존에 있던 기득권자들을 대체함으로써 성장이 일어난다고 보았다. 이것이 바로 창조적 파괴라는 아이디어다.
(p. 48)


오늘날의 세계는 불확실성의 세계다. 누구도 스마트폰과 인터넷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주도의 개발 정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앞으로 발전할 산업 분야나 부상할 기술을 예측해서 지원해줄 수 없다.
한국의 재벌이 처한 상황 역시 문제이다. 서두에 썼듯이 한국의 재벌들은 저가의 가성비 좋은 제품을 대량생산해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 저가 모델 시장을 뺏기고 있다. 그렇다고 하이엔드 제품을 만들 수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가지 못해, 하이엔드 시장에서도, 로우엔드 시장에서도 밀려나고 있다.
재벌의 독과점은 한국 경제가 무너질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 외의 문제도 양산한다. 무조건 비용을 줄이기 위해 50대의 베테랑 직원들을 정리해고 함으로써, 치킨집을 하는 자영업자들을 대량으로 양산한다. 그러나 이들 중 많은 수는 도산한다. 그렇다고 청년들의 사정이 좋은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이들은 중소기업의 낮은 보수를 피하고자 대기업이나 공기업 입사를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하기 때문에 입사가 늦다. 그런데다 50대에 해고된다면 연금도 많이 받을 수 없어 치킨집으로 내몰리고, 많은 수가 역시 도산한다. 노인빈곤의 원인이다.
이 외에도 탄소중립 문제 역시 심각하다. 중화학공업 등이 발전한 한국에서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어마어마한 노력과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아직 아무런 대책이 없다시피 하다. 만약 이 상태로 탄소가격제가 도입된다면 한국의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바로 재벌 개혁이다. 미국의 뉴딜정책에서 재벌을 해체한 것처럼, 이스라엘에서 재벌을 규제한 것처럼, 중소기업이 살아나고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퇴출장벽도 낮아져서 진정한 의미의 경쟁시장이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한 개의 재벌이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술 발전도 없고, 하청업체의 기술 탈취나 착취 때문에 소득 불균형 문제 역시 발생한다.
이 상황을 알고 있으나 재벌 개혁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득권자들이 자신의 몫을 놓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의 재벌 육성 정책을 폈기 때문에 정치권 역시 움직이지 못한다.

 

문제의 핵심은 어떻게 개혁을 해야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이런 개혁이 가능할까이다.
(p. 236)


한국 경제가 붕괴된다면 피해를 보는 것은 재벌이 아니다. 대다수의 국민이다.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수의 일반 국민이 똑바로 인식하고 변화를 요구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20세기 초 미국에서 일어났던 진보운동과 같은 조직화된 사회 운동과 정치 연대가 필수다.
(p. 231)


경제에 대해서는 거의 까막눈이다시피 했으나 이제라도 한국 경제를 읽는 눈이 생겨서 다행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이런 서평을 써서 보잘 것 없는 포스팅을 하는 것 뿐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오늘의 일을 작게나마 해보자고 되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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