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지배 - 인공지능은 어떻게 모든 것을 바꿔 놓았나
마틴 포드 지음, 이윤진 옮김 / 시크릿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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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와 AI, 스마트폰과 5G의 시대. 최첨단 기술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시대지만, 나는 로봇과 인공지능을 위시한 자동화가 그리 탐탁하지 않다. 물론 인공지능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이미 현대인들은 정보통신 기술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최첨단 기술과의 접점이 사라진다면 패닉에 빠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인간과 닮은 로봇에 상당히 회의적이다. 이런 비유가 잘 맞을 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하는 설거지처럼 깔끔하고 물을 낭비하지 않고 세제를 남기지 않는 식기세척기는 없고, 손빨래 하는 것처럼 깨끗하고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세탁기도 없는 것처럼, 사람처럼 운전하고 주차하고, 바리스타처럼 커피를 타서 서빙하고, 손님의 돌발적인 요청에도 대응할 수 있는 로봇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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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지배>를 쓴 마틴 포드는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을 전기의 개발에 비유한다. 마치 전기가 개발되어 일상에 혁명이 일어난 것처럼,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을 아주 다른 모습으로 바꿀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은 우리가 기술 정체를 벗어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증명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공지능이 편재하는 동력으로 진화하는 단 하나의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p. 117)


그러나 인공지능의 적용 분야는 상당히 제한적이고 한정적이다. 아무리 체스를 잘 두는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아무리 스타크래프트 세계 1인자를 누른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게임을 하는 와중에 불이 난다고 해서 대피할 수 있는 로봇은 없다. 그 로봇들은 예상 밖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 한에서 유용하다. 일반적인 상식이나 인간의 통찰까지는 가질 수 없다. 이 로봇들은 머신러닝으로 학습한 부분에서만 동작하며, 학습해야 할 패턴이 다르다면 다시 학습해야만 제대로 작동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분야가 제한적인 이유이다. 물류 창고의 정해진 동선을 움직이며 재고 관리를 하는 로봇들, 의료 분야나 화학 분야에서 천문학적인 경우의 수를 빠른 속도로 연산하는 인공지능 시스템들.
마틴 포드는 최근의 핫 이슈인 자율주행차의 개발은 아직 멀었다고 예상한다. 정해진 경로를 오가는 자율주행차라면 가능하고, 현재 운영 중이기도 하다. 고속도로 같은 변수가 별로 없는 구간에서는 자율 주행이 조금 더 쉽다.
하지만 실제 도로에서는 많은 돌발 상황이 있고, 소프트웨어 오류의 가능성도 있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보행자와 운전자는 다양한 사인을 주고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인공지능이 판독 불가능하다.
주행 중에 갑자기 킥보드나 자전거를 탄 사람이 뛰어든다면, 그 상황에서 뒷자리에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아기가 있다면. 인공지능은 어떤 선택을 할까. 자율주행차의 카메라에 비친 흰색의 어떠한 물체가 빛반사인지, 흰색 트럭인지, 인공지능은 사람의 눈처럼 정확히 판가름할 수 있을까. 이러한 요인은 인공지능의 활용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인공지능에는 다른 문제도 있다. 단조롭고 예측 가능한 일을 하는 직업은 로봇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인공지능이 소설도 쓰고, 창조성까지 보이는 상황에서 단순 반복 작업은 충분히 로봇에게 뺏길 가능성이 있다.
마틴 포드는 장래성 있는 직업으로, 화가나 작가처럼 창의성을 요하는 직업, 간호사나 컨설턴트처럼 관계성이 있는 직업, 배관공이나 정비공처럼 이동성과 손재주를 필요로 하는 직업을 꼽는다. 모두 로봇이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창조적인 작업에 관해서는 로봇이 작업을 대체한다기 보다는 보조할 것으로 마틴 포드는 예상한다.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은 충분히 위협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조작된 이미지를 형성하는 딥페이크는 머신 러닝 시스템의 훈련 데이터를 제공할 수도 있지만, 충분히 설득적인 거짓 사실을 유포할 수도 있다.
요즈음 많이 보이는 드론은 자율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얼굴 인식과 결합하면 특정 나이 대, 특정 성별의, 특정 인종을 소수의 드론 조작자들이 몰살 시킬 수도 있다. 그야말로 디스토피아적인 인공지능의 미래다.

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스타트렉>에 가까운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데 동의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미래는 당연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목적지를 향한 궤도를 수정하는 명확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p. 347)


로봇과 인공지능은 우리의 세상을 크게 바꿀 것이고, 지금도 바꾸고 있다. 하지만 그 영향을 무조건 긍정할 수만은 없다. 우리는 AI를 주시해야 하며, 로봇 과학자들이 개발한 기술이 누구 손에 들어가는지, 어떤 이들을 이롭게 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부디 로봇의 미래가 유토피아적인 것에 가깝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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