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태도 - 15년 동안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배운 삶의 의미
박지현 지음 / 메이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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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간관계는 좁고 깊다. 성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인간관계는 그 뿐이라 어쩔 수 없지만, 때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소통해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세상에는 직접 겪거나 들어보지 못하면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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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태도>의 박지현 작가는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다큐멘터리로 만들 만한 인상적인 경험을 한 사람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듣고, 영상을 찍고, 다큐멘터리로 만든다. 그 세월만 15년이다. 그러니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했을까 싶다. 박지현 작가는 이 책에서 그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때론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때론 저를 반하게 만들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당신에게도 가 닿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p. 10)


그의 글에서는 사람 냄새가 났다. 때로는 진하고, 처절하기도 하고, 못 견디게 따스한 인생의 향기가 났다. 재활치료를 하는 열 살 남짓, 자그마한 아이의 눈물 겨운 노력 앞에서, 아이가 무척이나 안쓰러우면서도, “한 번 더!” “더 높이!”를 목청껏 외치는 물리치료사. 그리고 그 물리치료사의 장애를 가진 아이. 바다에 나가 오래 있으면 사람이 그리워진다면서, 뱃일을 하면 가족과 사이가 틀어진다면서, 뱃길에서 돌아오면 시장에 가서 사람들의 아우성을 일부러 듣는 뱃사람들. 왕진 의사가 찾아오면,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어 돌아갈 즈음해서 커피를 내 놓는 외로운 노인들.
촬영 중에 만났던 사람들과의 느슨하지만 때로는 끈끈한 관계도 눈에 띄었다. 박지현 작가의 어머니가 암에 걸리자, 항암 효과가 좋다는 편백 나무를 손수 구해서 손질해 가져온 암 환자의 남편. 촬영 중에 인터뷰한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라, 잘 기억도 나지 않는데도 사기를 당했다며 하소연하는 사장님의 전화를 새벽까지 끊지 못하고, 잠도 이루지 못했던 박지현 작가.

밖에서 보기에 별 것 없어 보이는 사소한 이유들이 삶을 포기하게 만들 듯, 보잘것없는 작은 것들이 또 누군가를 살아 있게 만든다.
(p. 60)


때로는 박지현 작가 안에 켜켜이 쌓인 경험들을 이렇게라도 토해놓지 않으면 안 되지 않았을까 싶은 아픈 사연도 있고, 사람들 사이의 따스한 교감을 책으로 엮지 않으면 세상에 알리지 못해서 안타깝지 않았을까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다시 한 번, 나라면 이런 경험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이들의 삶의 무게에 내가 무너지고 말거나, 매일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들을 생각할 것이라고. 그러나 모르고 지나칠 수는 없는 사연들을 박지현 작가의 글로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가 조곤조곤 전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삶이란 참 괴롭지만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에게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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