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다비드 디옵 지음, 목수정 옮김 / 희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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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아니다. 과거 한국전쟁의 폐해를 간접적으로 듣고 보기는 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 보도를 보면서 경악하기도 했지만. 사실 나는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상상할 수 없다. 특히, 전쟁에 참가한 병사의 입장에서는.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는 형제보다 가까운 친구 마뎀바 디옵을 따라 전쟁에 참여한 알파 니아이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가 겪은 전쟁터에서의 참혹한 경험을 알파 니아이는 신의 진실로 말하노니로 시작하는 어투로 차분하게 진술해간다.
알파 니아이는 세네갈에서 농부의 아들로 자랐다. 학교에 다닌 적이 없어서 세네갈이 프랑스령이었음에도 불어를 할 줄 몰랐다. 그는 투사였다. 강하고 탄탄한 몸을 갖고 있었고, 잘 생긴 얼굴을 타고났다. 그는 달리고, 수영하고, 싸웠다.
그의 절친한 친구 마뎀바 디옵은 반대였다. 허약한 몰골을 하고 있었으나 공부를 열심히 하고 학교에 다녔다. 불어도 할 줄 알았다. 마뎀바 디옵은 학교에서 애국심이 고취되어, 전쟁터에 나가고 싶어했다. 약한 몸을 가졌음에도 그는 용감했다.
그는 세네갈의 시골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프랑스 시민이 되어 생루이에서 사는 꾸는 꿈을 꾸었다. 그러려면 전쟁에 나가야 했다. 마뎀바 디옵을 위해 알파 니아이는 그와 같은 꿈을 꾸며 함께 전쟁에 나갔다.
그러나 그들 앞에 펼쳐진 현실은 가혹했다. 대위가 호각을 불면, 총알이 빗발치는 곳으로 뛰어 나가 싸워야 했다. 수많은 병사가 죽어갔다. 알파 니아이는 몸은 보전할 수 있었지만 마음에 큰 상흔을 입었다.

대위는 영혼의 포식자였다. 난 안다. 아르망 대위는 살아가기 위해서 아내가 필요하듯이, 전쟁이 필요한 악마란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p. 107)


프랑스인 대위는 세네갈의 흑인들에게 야만적이 될 것을 주문했다. 적을 겁주기 위해서였다. 세네갈 초콜릿들은 왼손에는 총을 들고, 오른손에는 가지 치는 칼을 들고 미친 듯이 돌진해야 했다.

신의 진실로 말하노니, 전쟁터에선 스쳐 가는 광기를 원한다. 분노의 광기, 고통의 광기, 격정의 광기,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다.
(p. 70)


꽃다운 나이의 아름답고 젊은 청년이었던 알파 니아이를 전쟁이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이 책은 생생히 증언한다. 알파 니아이 자신의 시선으로.
메타버스의 시대, AI가 발전한 최첨단 21세기에도 전쟁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무고한 사람들이 죽고, 꽃다운 나이의 많은 젊은이들이 전쟁터에서 스러졌다. 이 책을 읽고 나자 그들이 겪었을 트라우마가 내 마음을 짓누른다.
2021
년 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수상한 이 작품은 차분히 가라앉은 알파 니아이의 목소리로 전쟁의 민 낯을 낱낱이 고발한다. 다분히 어두운 분위기에, 끔찍한 장면이 속출한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파괴적이었던 것은 전쟁으로 상처받은 젊은이 알파 나이아의 마음 속이 아니었을까.
전쟁으로 그 누구도 더 이상 희생되지 않고, 그 누구도 상처입지 않고, 그 누구도 아프지 않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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