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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평점 :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읽을 때마다 강력한 흡인력이 있는 이야기에 감탄하게 된다. 단편집이라도
읽을라 치면, 하나의 작품을 다 읽고 나서 또 다른 작품을 더 읽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다.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역시 그랬다. 아주 짧은 단편부터 중편소설까지 아홉 개의 작품이 실린 이 책은 독자를 다음 작품으로 끝없이 유혹해 페이지를
팔랑팔랑 넘기게 했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좋아해, 팬이 된 것을 넘어서 매일 엘비스 프레슬리에게서 전화가 온다고
주장하는 엄마. 이별의 와중에 밤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낯선
사람의 장례식에 가는 것이 취미인 사미즈 부부와의 한 때. 한꺼번에 여러 명에게 이끌리는 한 여자의
녹신녹신함. 어느 날 아침 깨어보니 오른쪽다리에 무수하게 생겨있는 반점.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고 돌아온 날 밤, 잠자리에 들어도 여전히 몸이 파도에 일렁이는 듯한 느낌. 한낮의
해변에 드러누워 눈을 감아도 태양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 그런 식으로 고스케 씨는 늘 내 안에 있었다.
(p. 76)
다소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시작해서 로맨스나 드라마적인 결말을 내는 에쿠니 가오리의 필력에 놀랐다.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뒷이야기를 읽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마지막에 이야기의 전말을 알게 되고 나서도 처음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를 지 언정,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잔잔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다가 차분하게 끝맺는 편안한 이야기도 독특한 울림이 있었다. 우정, 사랑, 소통, 인생 등을
이야기하는 에쿠니 가오리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하다.
만지지 말라고 나는 말했다. 말하면서 모든 게 분명해져 가는 것을 느꼈다.
(…)
내가 이토록 소중히 여기고 이토록 깊이 사랑하는 건, 아츠야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이건 또 무슨 우습기 짝이 없는 결말이람.
(p. 171)
에쿠니 가오리라면, 기회가 될 때마다 읽고 있는데, 이번 작품도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사실 상당히 오래 전에 나온
책이고, 이번에 개정되어 나왔지만, 지금 읽어도 여전히 호소력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몇 작품을 읽다 보면 그만 질리고 마는 작가들도 있지만, 에쿠니 가오리는 독자를 계속해서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듯 하다. 아마도
나는 계속해서 에쿠니 가오리를 읽을 것이다. 그가 펜을 드는 한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