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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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직장인이라면 , 카페나 하고 싶다’, ‘치킨집이나 할까?’ 같은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고단한 날들에, 부대낀 날들에, 그럼에도 통장에 찍히는 박봉에. 나도 지금은 좀 자유롭게 일하고 있지만, 회사에서 밤 12시에 퇴근해 다음 날 7시까지 출근해야 했던 날들에는 건물 하나만 있었으면 싶었다. 그 건물 관리나 하면서, 햇빛 좀 보고 살고 싶었다.

장류진 작가의 <달까지 가자>는 이런 직장인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소설이다. 주인공 다해는 마론이라는 제과 회사에 다닌다. 잘 알려진 대기업이지만, 그럼에도 다해는 빛나는 미래를 그려볼 수 없다. 박봉이다. 게다가 공채 출신이 아닌 다해는 아무리 열심히 많은 일을 해도 좋은 고과 점수를 기대할 수 없다. 빚도 있다. 작은 오피스텔에 살면서 욕실과 현관에 턱이 없어 샤워를 하면 물이 밖으로 비어저 나오고, 현관에서 조심히 신발을 벗어도 바깥 먼지가 침대까지 날아든다.
그런 다해와 다해의 동기 지송이 이더리움이라는 가상화폐에 눈을 뜬 건 같은 날 또 다른 동기 은상언니로 인해서였다. 돈을 좋아하는 은상 언니는 이더리움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믿었다. 오르락 내리락하는 이더리움 가격에 울고 읏고, 손톱을 물어뜯을 정도로 초조하다가 애인이라도 생긴 듯 하늘을 날아가곤 했다.
달까지 가자!’는 은상 언니의 구호다. 이더리움의 가격이 100만원을 찍을 때까지! 가자! 은상 언니의 의견에 따르면 흙수저인 자신들은 이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한다. 만날 무난하게 받는 인사고과, 덜어지지 않는 빛, 오르지 않는 연봉. 이것들에서 벗어날 방법은 이더리움밖에 없다.


위험은 우려, 모험은 무릅쓰는 것.
위험과 모험 사이 어딘가에 우리 셋이 점점이 앉아 있었다.
나 역시 우려를 무릅쓰고 모든 걸 걸어보기로 마음먹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의구와 신중 같은 건 사치일 뿐이라고 여겼던 순간을. 달콤한 제안에 꼼짝없이 현혹되었던 순간을.
(p. 328)


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현실의 직장인을 너무나 닮았다. 집 값은 치솟아 내 집 하나 마련하기 힘들고, 물가는 오르는데 내 연봉은 제자리고, 한탕이 아니면 돈을 모을 수 없으나 돈 들어갈 구석은 너무나 많다. 월급은 통장을 스치고 지나가 순식간에 잔고가 텅텅 빈다. 이러니 회사에서 스트레스라도 심하게 받은 날에는 퇴사하고 카페나 하는 꿈을 꿀 수밖에 없다.
후기에서 장류진은 자신의 회사 생활 경험에서 우러나 쓰게 된 소설이라고 밝힌다. 다음 월급이 들어올 때까지 쪼들리던 날들, 신혼 집을 구하면서 돈이 아쉽던 때, 그런 날들에 한 공상이 이 소설을 만들었다.
장류진의 사연은 아마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만한 경험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장류진의 소설을 읽으며 짜릿함과 전율에 몸을 떤다. 누가 써 줬으면 했던 이야기를 장류진이 흡인력 있는 소설로 풀어냈다. 직장 생활을 해 봤다면 이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들과 함께 달까지 가자’, ‘강 장군님!’을 외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장류진 작가의 다음 행보가 너무나 기다려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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