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에센셜 다자이 오사무 (무선 보급판) 디 에센셜 에디션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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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라고 하면 여러 악행으로 유명하다. 연인과 몇 번씩이나 자살 시도를 하고, 연인은 세상을 떠났으나 그 자신은 자살에 실패한 일을 거듭했다거나. 약물에 중독되었다거나. 어떤 이는 다자이 오사무가 나약하다고 공격하기도 하는 것 같다. 사실은 나도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은 읽지 않았어도 그의 이런 뒷 이야기가 워낙 유명해, 다자이 오사무라면 뜨악하기도 했다.

<디 에센셜> 시리즈가 하도 매력적인 책이라, 다자이 오사무를 읽게 되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나는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적인 일화만을 알고 있을 뿐이지, 그의 작품은 제목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읽어보았다.
그러나 큰 기대 없이 펼쳐본 그의 소설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요즈음 MZ 세대에게 하도 인기를 끌어서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게 리커버해서 나오기도 하는 <인간 실격> 만 좋은 것이 아니었다. 그가 문학을 돈벌이로 생각하는 걸 경계해서 썼다는 <여치>는 한 고결한 예술가가 사람들의 인정을 받게 되자 추악하게 타락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그에 반해, 그 예술가를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했던 그의 아내가 던지는 뼈 있는 이야기들이 백미였다.
꿈과 현실 사이를 넘나들며 마치 환상문학 같기도 한 재미를 주는 <포스포렛센스> 역시 인상적이었으며 <비용의 아내>에서는 망가지고 허물어진 비용에 대비되는 그의 아내의 현실 적응력을 보며 감탄했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인간 실격>에는 완전히 빠져들어 버렸다. 인간 세계와 인간이란 존재를 두려워하고, 적응하지 못하며, 한 순간도 마음 편할 날이 없던 요조의 이야기였다. 그러한 부적응을 감추기 위해 두 주먹을 불끈 쥐어가며 익살을 떠는 것이 그의 삶의 전략이었다. 웃고 있으나, 실은 떨고 있는. 다른 사람을 웃기고 있으나 자신은 살얼음판을 걷는. 그가 성장하고 늙어가며, 인간 사회 안에서 무언가를 해보려 노력하지만, 실은 그 사회에 녹아들 수 없었던 고뇌를 담고 있다.
소심한 사람이라면 일부분이라도 동감할 수 있는 그의 고민과 바보같은 행동들. 자신을 내세우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눈치만 보는 장면들이 아팠다. 요조는 다자이 오사무의 현현과 같기에 그렇게 시리고 아픈 장면들을 쓸 수 있었나보다.
앞 부분이 짧고 간단한 단편들인데에 반해, 뒷 부분으로 갈 수록 점점 다자이 오사무 작품의 매력이 크게 드러났다. 이 책을 덮자 다자이 오사무가 겁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연인에게 피해만 입혔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는다. 약물 중독 전적에도 크게 뜨악하지 않는다. 그의 음산하고 어두운 정체성에 그만 공감해버렸다.
이 책 한 권으로 다자이 오사무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이 책이 보여준 그의 정수에, 다자이 오사무 전집을 슬그머니 위시리스트에 넣는다. <디 에센셜> 시리즈가 보낸 초대가 나를 달뜨게 했다. 또 한 명의 좋아하는 작가를 얻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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