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 다이닝 바통 2
최은영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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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요리를 좋아하느냐 하면, 사실 나는 별로 그렇지 않다. 요리보다는 뒷정리나 설거지 등을 하는 편이다. 아니, 그보다 간 보고, 맛있나 보고, 모조리 먹어치우는 편인가.

나는 요리와 친한 사람이 아니지만, 누군가 정성스레 만들어주는 맛있는 요리에는 큰 힘이 있다. 힘든 일을 앞두었거나, 기쁜 일이 있을 때 만들어주는 특별한 음식은 곧바로 행복도를 크게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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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다이닝>7인의 소설가가 요리를 소재로 쓴 단편 소설을 묶은 책이다. 누군가는 몸보신을 위한 미역국을 끓이는 이야기를 썼고, 또 다른 작가는 밀푀유나베라는 근사한 요리 이야기를 썼다. 커피 콩을 볶는 소설가는 커피 원두의 종류에 어울리는 각각의 짤막한 이야기에 향긋한 커피 향기를 담았고, 초콜릿을 먹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던 암울한 시기를 지나온 작가는 달콤한 초콜릿 맛을 소설에 녹여내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어울리는 케익을 매일 매일 하나씩 고르는 소재를 택한 작가도 있었다.
이 책의 전면에는 맛있는 냄새가 나고, 커피부터 케익, 초콜릿, 파스타, 밀푀유나베까지 멋진 밥상이 차려졌지만, 그 이면에는 젠더 이슈, 성 소수자, 장애인, 불안정한 청춘에 대한 이야기가 흐르고 있었다. 버라이어티한 음식 이야기의 바탕에 흐르는 가슴 답답한 이야기, 깊이가 보이지 않는 좌절과 절망, 불안한 미래에 종종 책장을 덮었다 다시 펼쳐야 했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그런 것이 아닐까. 맛있는 것을 먹으며 SNS에 자랑도 하고, 맛있다는 카페를 멀리까지 찾아가고, 맛집이라면 지구 끝까지 찾아가면서 먹는 낙에 사는 우리. 그 맛있는 냄새 이면에 모두가 각자의 실망과 우울과 좌절을 안고 사는 것이 아닌지.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맛있는 밥 한 끼에 다시 세상에 나갈 힘을 얻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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