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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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덕질은, 많이 아프던 중학교 2학년 때 시작되었다. 아이돌도 아니었고, 내 나이 또래가 좋아하는 가수도 아니었지만, 이미 4집까지 낸 중견 가수였던 그의 노래 덕에 암흑같던 날들을 지나왔다. 내 최애였던 그 가수를 여전히 지금도 멀리서 응원하고 있다.

<최애, 타오르다>는 모든 것이 힘겹고 어려우며, 자주 아픈 아카리가 주인공이다. 아무리 외우고 외워도 머릿 속에는 도통 남는 것이 없고, 매일 해야 하는 성가신 일들이 힘겹기만 하다. 아파서 학교에 가지 못한 날 우연히 본 DVD에서 우에노 마사키라는 아이돌을 보고 한 눈에 사랑에 빠져버린다.
그 이후 아카리는 마사키를 좋아하는 데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 마사키를 덕질하는 시간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에서 벗어나, 황홀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아카리는 마사키가 나오는 방송을 보고, 그의 노래를 듣고, 마사키를 나름대로 분석하고 해석해서 블로그에 올린다. 학교 작문 시간에는 틀린 한자를 지적받아 머쓱해지기 일쑤이지만, 블로그라면 알아서 오자를 점검해준다.
그렇게 쌓아간 아카리의 행복한 세계는 일순간 무너져버린다. 마사키가 팬을 때렸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였다. 아카리의 최애가 불타버린 것이다. 논란의 대상이 되어버린 마사키를, 아카리는 더욱 더 응원한다. 하지만, 마사키의 이후의 행보에 아카리는 더욱 더 힘들어져버린다.
나도 꽤나 오타쿠스러운 사람인 데다, 아카리처럼 아픈 날들에 최애에 반해버린 덕에 공감하면서 이 이야기를 읽었다. 내 최애 역시 누명을 쓰거나 스캔들 등에 휘말려 논란의 대상이 되어버린 적이 몇 번 있어서, 아카리의 심정에도 격하게 감정이입하면서 읽었다. 그 좌절감. 어찌해야 할 지 알 수 없는 마음. 그래도 여전히 최애를 응원하겠다는 다짐.
아카리의 덕질이 소재인 책이지만, 그와 동시에 아카리의 힘겹고 어려운 인생 이야기에 가슴이 아파지는 이야기였다. 현실에서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고, 최애에게만 의지해야 하는 청춘이 분명 현실에도 있으리라. 그들을 단순히 빠순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이 삶에서 느끼는 절망의 크기만큼 최애는 그들의 삶에서 큰 존재감을 차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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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에 불과한 우사미 린이 쓴 이 이야기는 그의 나이에 잘 어울리는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인생 이야기이기도 했다. 아직 써야할 이야기가 더 많은 젊은 작가의 미래가 기대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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