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스윙 - 울고 싶은 마음이 들면 스윙을 떠올린다 아무튼 시리즈 31
김선영 지음 / 위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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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나도 재즈댄스나 방송댄스를 배웠다. 안무를 배우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 보면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게 제일 좋았다. 사실 안무도 안 외워지고, 웨이브도 어색하게 되는 데다 팔과 다리가 따로 놀아 답답한 마음도 있었지만. 하기 싫고 괴롭기만 한 다른 운동에 비하면 흥에 겨워 춤을 추는 댄스는 아주 재미있었다.

학생 때는 방학이나 과제가 없는 날을 이용해 강의를 들었지만, 직장인이 되고 보니 춤을 배울 시간과 여유가 없었다. 야근과 특근에 절다 보면 가끔 주말에 시간이 나도 아침부터 부지런히 일어나 재즈댄스 강의에 갈 마음이 나지 않았다. 이불 속에서 오전 시간을 죽이며 뒹구는 게 제일이었다. 자연히 나는 더 이상 춤을 추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가끔 생각한다. 지금껏 계속 재즈댄스를 배웠더라면. 1~2주에 한 번이라도 음악에 몸을 실으며 즐거워했다면 난 지금과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까.
대학생이었던 저자 김선영은, 춤을 배우는 선배 언니가 좋아보여 혼자 스윙 동호회의 강습에 나가기 시작했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동호회에 홀로. 집에서 먼 곳까지 가서. 그런 열정이 어디서 나왔는지 그는 아직도 모르지만, 돌이켜보면 그건 대단한 사건이었다. 그가 세상에 지칠 때 스윙이 몸을 부빌 언덕이 되어줄 것을 그 때부터 예감하고 있었던 것일까.
스윙은 재즈댄스와 다르게 파트너가 있는 춤이다. 서로 손을 맞잡는 홀딩을 통해 파트너와 스텝을 조절하고 호흡을 맞추고, 서로 배려하며 함께 흥에 겨울 수 있다는 것. 내가 배워 본 춤에는 없는 매력이다.
스윙에는 리더와 팔로워가 있다. 리더가 이끄는 대로 팔로워는 따라가며, 리더는 리더대로, 팔로워는 팔로워만의 색깔과 개성을 키울 수 있다.
스윙 동호회에서 깔루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던 그는, 역시나 나처럼 직장 생활을 하며 스윙을 10년간 놓았다. 직장에 적응하느라, 이직을 하느라, 성실히 그리고 열심히 일을 해내느라. 스윙 이야기를 술안주 삼아 그리워하기만 했다.
그러던 그에게 다시 스윙을 출 기회가 왔다. 같이 술을 마시던 H가 술안주 삼아 하던 스윙 이야기를 듣고, 같이 스윙을 배우자고 한 것이다. 10년이라는 공백에, 96기를 모집하는 동호외의 6기 출신이라는 머쓱함에, 스윙 강습 신청을 차일 피일 미루던 그였다. 그러나 H가 이미 신청했다는 소식에 신청서 제출 버튼을 누르고 그는 다시 스윙바로 돌아갔다.
그러나 왕년의 댄서 깔루아는 10년의 공백 앞에 기본적인 스윙 아웃도 잘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어찌 보면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졸업 공연을 준비하는 자리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스윙 아웃이 이상하다며 다시 자세히 알려주던 팡듀와 절친이 되었으니, 그것으로 되지 않았을까.
그는 런던에 가서도, 제주에 가서도, 워싱턴에 가서도 스윙바를 찾았다. 라이브 밴드의 연주에 맞추어, 외국인 사이에서 스윙을 추기도 하고, 유투브로 보고 선망하기만 하던 강사의 수업을 직접 듣기도 했다. 스윙 하나면 그만인 그의 인생은 쉽게 행복해질 수 있었다.
이제 코로나 때문에 스윙바에 모여 함께 춤을 추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그는 다시 스윙 바에 모여 스윙을 출 날을 기다리며 댄서들의 안녕을 기원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절로 이런 말이 흘러 나온다. . 나도 스윙을 배웠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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