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나라의 여행기 - 어느 괴짜 작가가 사상 최악의 여행지에서 발견한 것들
애덤 플레처 지음, 남명성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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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원래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 다반사인 것이고, 사건 사고가 종종 생겨야만 여행이다. 누군가의 에세이에서 읽은 이런 주장에 나도 동감했다. 멀리 여행을 갈 것도 없이 말로만 듣던 핫 플레이스 하나 찾아가려고 해도, 찾아간 가게가 그 사이 문을 닫았다던지, 꼭 먹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갔더니 그 메뉴가 없어졌다던지. 여행은 예측불가 사건의 연속이기 망정이다. 하지만 그것이 여행이기에 웃으며 다시 길을 떠날 수 있는 것 아닐까.

여기 그 여행의 오묘한 맛에 전부를 건 여행가가 있다. 애덤 플레처는 대부분의 여행가라면 기피할 만한 장소만을 방문했다.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도시, 테러가 자주 발생하는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체르노빌이나 북한까지.
자연히 애덤 플레처는 불쾌하거나 곤란한 경험을 아주 많이 한다. 시위대 사이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고 최루탄을 뒤집어 쓰거나, 공항 보안 정책 때문에 속옷만 입고 몸 수색과 소지품 수색을 당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애덤 플레처는 그런 경험을 하면서까지 찾고 싶은 게 있었다. 그와는 아주 다른,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러나 버젓하게 그들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가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쓴 이 대목이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도 느꼈기 때문이다. 뭔가 휑한…….구멍.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라는 생각의 구멍.
전혀 말도 안 돼.’라는 생각의 구멍.
그런 구멍을 메울 뭔가를 찾으려 애쓰는 행동은 일반적이고 합리적이었다. 애초에 내가 그곳에, 아무렇게나 고른 나라의 아무렇게나 고른 호스텔에서 낯선 사람들에 둘러싸여 앉아 있게 된 것도 그런 이유 아니었나?
(p. 188)


이 책에는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도 못할 만한 기묘한 에피소드와, 엉뚱하과 황당한 일들, 유머와 자조 등이 가득 들어 있다.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사건 사고가 벌어지는 그들의 여행 이야기는 아주 흥미롭지만, 그렇다고 이 책에서 재미만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애덤 플레처의 이 특별한 이야기에서 우리는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볍게 읽히고 흥미진진한, 소설처럼 몰입감있는 에세이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여행기였다. 감성적인 문장과 멋진 사진이 나오는 여행기도 좋지만, 한 번쯤은 이런 이야기를 읽는 것도 추천할 만 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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