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 책, 너라는 세계 - 어느 탐서가의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독서기!
박진희 지음 / 앤의서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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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에세이나 독서법에 대한 책을 좋아한다. 아마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비슷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에 대해서, 또 한 명의 책에 빠진 사람이 쓰는 글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많이 읽어서 성공했다는 사람도 있고, 헌책방을 탐사하며 즐거워하는 사람도 있고, 그리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나름의 독서법을 제안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여타 다른 독서 에세이와는 달랐다. 탐서가 박진희는 책에서 사람을 보았다. 장애아를 키우는 아빠가 쓴 책을 읽고, 자신이 인터뷰했던 조손 가정의 고등학생을 떠올린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꼭 슬프고 불쌍한 사람으로만 여겨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드러난 일상 이면엔 바닷속처럼 무궁무진한 그들의 진짜 삶이 있음을 이제는 안다. 그렇기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반짝이는 일상의 조각들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
(
p. 104)


그가 관심을 갖는 또 다른 분야는 환경문제이다. 장 지오노가 37년간 쉬지 않고 나무를 심은 경험을 토대로 쓴 책을 읽고, 그가 인터뷰했던 정보람을 떠올렸다. 다른 사람들이 자연을 파괴하고 도로를 지을 때, 정보람은 그 베어진 나무를 어렵사리 사서 오두막을 지었다. 사라진 숲을 곁에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은 항상 돈을 쫒는 사람들에게 지고 만다. 겨우 해내는 것은 고작 환경 파괴를 지연시킬 뿐이다. 그러나 박진희는 거기서 희망을 본다.

기적은 내 시간에 찾아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냥 묵묵히 나의 일에 충실하면, 내 다음 세대가, 아니면 다음다음 세대가 기적을 볼 수도 있다. 그런 희망을 걸고, 누군가 부서뜨린 것을 다시 세우며, 흔적도 남지 않는 일을 해내가고 싶다.
(p. 192)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는 명절과 제사에서의 성 문제를 주목하게 만든다. 그리고 박진희는 자신의 제사 경험을 풀어놓는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정이었던 그의 시댁에서는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며느리들을 혹사시키며 제사를 지냈지만, 시어머니의 제주 이주로 인해 그는 더 이상 제사와 명절에 희생되지 않게 되었다.

다음 세대만큼은 희생과 차별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잘못된 제도와 형식을 끊어내는 사람, 나는 그런 이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다고 믿는다.
(p. 149)


그가 언급한 책들은, <시선으로부터>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책들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성평등, 환경문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 등의 문제를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책에서 사람을 보았든, 나도 책을 읽다 보면 누군가가 떠오르고는 한다. 저자 박진희가 인상 깊게 읽은 책과 그 책이 떠오르게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내가 읽은 책과 그 책이 소환한 어떤 이가 떠오른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와의 대화이기도 하지만, 내 주변을 좀 더 다른 시선으로 돌아보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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