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 - 나이 듦, 질병, 죽음에 마주하는 여섯 번의 철학 강의
기시미 이치로 지음, 고정아 옮김 / 에쎄이 출판 (SA Publishing Co.)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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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카페에 갔다가 <미움 받을 용기>의 광고를 보고 반해 기시미 이치로를 읽고, 아들러 심리학을 좋아하게 되었다. 과제의 분리 같은 것은 일견 충격적이기도 했으나, 원인론이 아닌 목적론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은 아들러 심리학 연구가인 기시미 이치로가 NHK 교토 교실에서 했던 철학 강의를 엮은 책이다. 구어체로 강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서 썼기 때문에 아주 술술 읽힌다. 하지만 그 내용은 아들러 심리학을 오롯이 담고 있다.
강의 내용을 책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각 강의 별로 질의 답변 내용도 수록되어 있다. 아들러심리학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의 꽤나 심도 있는 질문도 종종 보였다.
강의는 철학이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해서 행복을 논하다가 질병과 노화, 죽음까지 다룬다. 아들러 심리학 연구자이지만, 때로는 아들러의 의견에 반대하기도 하고, 목적론과 원인론을 비교하며 목적론에 마음이 끌린 이유도 설명한다. 두 번의 죽을 뻔 한 경험과 어머니를 잃은 경험을 녹여서 철학을 설명하기도 한다.

철학은 온갖 조건을 더하여 생각한다는 의미에서 구체적인 학문이므로 생활과 동떨어진 내용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철학은 보편적인 학문이기도 하므로 지나치게 현대적인 주제는 피해야 하지요.
(p. 5)


철학을 배우면, 목표를 향한 질주 속에서도 때때로 멈춰 설 줄 아는 용기, 이미 시작한 일도 그만둘 줄 아는 용기를 분명 가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p. 48)


기시미 이치로는 행복을 논하면서 존재한다는 그 자체로 행복한 것이라고 한다. 꼭 뭔가를 이루거나 좋은 걸 가져서가 아니라, 병에 걸렸어도, 늙어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도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고 살아 있다는 것 자체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 행복하다는 것이다. 중환자를 간병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환자가 아무 유용한 일을 할 수 없어도, 심지어 의식이 없어도, 가족들은 환자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큰 위안을 얻는다.

특별한 무엇(somebody)이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풍족한 삶 또는 평탄한 삶을 살고자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살아내면 되는 것입니다.
(p. 72)

기시미 이치로는 노화와 질병에 대해 퇴화가 아니라 변화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강과 질병의 우열을 가리거나, 누가 앞서 가고 있고 누가 뒤쳐졌나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파킨슨 병에 걸린 한 작가가 떠올랐다. 병이 진행되어 하루 종일 통증에 시달리지만, 활동할 수 있는 두 시간을 이용해 그림도 그리고 글도 써서, 그전까지와는 결이 다르지만, 그래도 충분히 좋은 책을 썼다. 그는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그는 아픈 와중에도 행복을 느꼈으리라.
아들러 심리학을 기반으로 해서 기시미 이치로가 했던 철학 강의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는 이 책에서 아픈 사람도, 늙은 사람도, 커다란 무언가가 되지 못한 사람도 위안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음 발자국을 용기 있고 행복하게 뗄 수 있게 한다. 아들러 심리학의 정수를 토대로 기시미 이치로가 한 이 이야기에 한 번 귀 기울여 볼 만 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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