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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헌책방 -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에 관하여
다나카 미호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처음 헌책방에 가 본 건 동대문 주변에 들르면서 였다. 필요한 물건을
사러 나갔는데 한쪽 거리에 헌책방이 모여 있었다.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책들이 가게마다 빼곡이 꽂혀
있었고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책들을 헤집어보다 기껏 몇 천원에 책 몇 권을 사오곤 했다.
헌책방의 매력을 알게 된 후로는 유명하다는 헌책방을 일부러 멀리 찾아가 구경하고 절판된 책을 사오기도 했다. 서울책보고라는 헌책방이 모인 장소가 생겼다길래 거기도 가 보고 싶어서 벼르는 중이다.
헌책방에는 그 만의 매력이 있다. 신간 서점처럼 산뜻하지 않아도 약간의 구질구질함이 큰
매력이다. 누군가의 손을 탔던 책들은 그만큼의 이야기를 품고 나에게 다시 다가온다.
<나의 작은 헌책방>은 이십대 초반이란 젊은 나이의 여성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겪은 일을 쓴 에세이이다. 가정 사정 때문에 일찍부터 일을 하던 다나카 미호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자 그 날로 헌책방을 하기로 하고 부동산을 돌며 당장에 일을 시작했다. 그가 나중에 회상하기로도
엄청난 추진력이다.
그러나 이십 대 여성이 헌책방을 시작하는 일이 그리 녹록치는 않았다. 부동산에서부터 막무가내로
매물이 없다고 하며 상대해주지 않았다. 손님 중에는 사장님을 찾다가 여자가 사장이라고 화를 내는 어이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다나카 미호는 헌책방 벌레문고의 일을 너무나 사랑했다. 책을 좋아하기도 했거니와
한 자리를 지키고 앉아 손님을 맞고, 고양이를 키우고, 이끼를
관찰하며, 거북이를 키우는 소소한 일상이 그에게 행복을 주었다. 소박한
일상의 행복을 마음껏 누릴 줄 아는 사람 같다.
앞길에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같은 세상에서 굳이 길에서 벗어나 멈추어 서게 하는, 그런 순간을
헌책방이나 이끼 관찰이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거대한 책의 바닷속에 있는 한 권의
책과 한마디 언어가 지금 여기 끼어 있는 이끼처럼 먼 미래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이런 망상에 빠져
있을 수 있는 곳. 바로 이곳이 고작 동네 헌책 장사일 뿐인 제가 기댈 수 있는 곳, ‘시간이 멈춘 것 같은’ 헌책방입니다.
(p. 177)
다나카 미호는 헌책방에서 수익이 되든 안 되든 전시회나 소규모 공연 등 재미있는 이벤트도 열면서 자신의 일을
즐긴다. 깜짝 놀랄 정도로 소득이 적고, 한 때는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 야간 아르바이트까지 해야 했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을 계속하게 할 정도로 힘이 크다.
큰 사명도 없고, 원대한 포부도 없으며, 조합
회비를 내지 못해 헌책방 조합원도 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나카 미호는 가장 큰 걸 갖고
있는 듯 하다. 아무리 잘 나가는 부자더라도 쉽사리 갖지 못하는, 일에
대한 마음 깊은 사랑, 일과 개인의 혼연일체다. 헌책방 외에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는 천직을 만난 다나카 미호의 작은
세계가 부럽다.
언젠가 날씨가 좋으면, 헌책을 사랑하는 소박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헌책방 거리를 찾아가봐야겠다. 그리고 그 곳에서 달큰한 헌책 냄새를 맡고 또 한 번의 보물찾기를 하고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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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