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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세오 마이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스토리텔러 / 2019년 7월
평점 :
몇 년 전 <어느 가족>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가족은 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니었다. 우연히
길에서 본 떨고 있는 소녀를 데려와 키우는 식으로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람들이 한 가족을 이루고 있었다. 그
가족은 하도 가난해서 할머니의 연금과 도둑질, 일용직 및 공장 노동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행복해보였다. 이 영화를 보고 가족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의 주인공은 엄마가 둘, 아빠가 셋이나 되고 가족 구조가 일곱 번이나 바뀌는 걸 성장 과정 동안 경험한 유코다. 그 시작은 어려서 엄마를 사고로 잃은 것이었지만, 아빠가 새엄마와
결혼하고, 이혼한 후 새엄마와 살게 되면서 새엄마의 반복적인 결혼과 이혼 때문에 유코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그 많은 부모 중에서 피가 섞인, 생존해 있는 부모는 친아빠 단 한 명. 대부분의 부모에게 친자식이 아니지만 유코는 만나는 부모에게 항상 큰 사랑을 받는다. 계속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친부모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어이없이 힘든 상황에 처하기도 하지만.
마지막으로 아빠가 된 모리미야씨에게 “진짜 피아노가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가 분위기가 어색해져 며칠을 공부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끙끙댄다. 모리미야씨는
대입 시험 바로 전 주말에 유코가 남자친구와 외출했다는 이유로 유코에게 한 소리를 하려고 하다가, 유코가
잘 받아들이지 않을까봐 스트레스를 받아 위경련을 일으키고 만다. 유코의 친구들이 부모님과 싸우기도 하고
흉도 보며 허물이 없는 모습과는 상반된다. 유코는 마음 속에 있는 말을 다 하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코가 받는 사랑은 친부모에게 받는 사랑과는 다를 지 몰라도, 유코를
충분히 지탱해준다.
유코의 새엄마 리카씨나, 마지막 아빠 모리미야씨의 유코에 대한 사랑이 돋보인다. 리카씨는 유코가 너무 소중해서 유코의 친아빠와 이혼을 할 때 유코를 데려가기 위해 애쓴다. 결국 유코는 외국으로 떠나는 아빠를 따라가지 않고 리카씨와 산다. 리카씨와의
생활은 가난하기는 했어도 자유로웠다.
모리미야씨의 경우는 더욱 특이하다. 리카씨와 결혼하며 유코의 아빠가 되었으나 얼마 되지
않아 리카씨가 집을 나가버리며 유코와 모리미야씨를 떠나 버린다. 그러나 모리미야씨는 유코의 아빠라는
역할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유코를 소중히 돌본다. 유코는 결혼이라는 큰 일을 앞두고 이들의 사랑을 진정으로
깨닫게 된다.
유코가 부모님에게 받는 사랑은 어쩌면 판타지 같기도 하다. 새아빠나 새엄마 뿐 아니라 친자식에게도
아동 학대를 하고, 폭력을 쓰는 일이 비일비재한 세상에서, 두
명의 엄마와 세 명의 아빠에게 조금씩은 다른 형태로, 그러나 일관되게 사랑을 받는 유코의 이야기가 이상향을
그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그냥 아이를 낳는다고 쉽게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알아야 할 것이며, 갖춰야 할 마음 그릇이며, 가져야 할 태도며, 아이에 대한 애정이며 모두 필요하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아주 힘든 길을 가야 한다. 이 소설에서 유코도 모리미야씨에게 여러 번이나 묻는다. 자신을 키워야 해서 힘들거나 성가시지 않느냐고.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고, 부모의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다시금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다. 또한 아주 감동적인 결말이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가족이 해체되고, 유코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복잡한 배경을 가진 가정이
많아지는 이 시대,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