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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의 생각 - 광고인 박웅현과 디자이너 오영식의 창작에 관한 대화
박웅현.오영식 지음, 김신 정리 / 세미콜론 / 2020년 10월
평점 :
창의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일하고, 어떤 방식으로
일할까. 물론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를 창조하면서 일한다. 보고서든, 설계서든, 기획서든. 하지만
좀 더 예술적이거나 문학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기술 문서를 쓰는 것보다는
광고 카피를 쓰거나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하는 일이 더 흥미진진하고 즐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다.
이 책에서는 광고인 박웅현과 디자이너 오영식이 예술 분야 잡지를 만드는 김신의 진행으로 대담을 한 내용이 들어있다. 그를 통해 그들의 일의 단면을 살짝 훔쳐보고 그들의 머릿속을 잠깐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광고를 만드는 것 역시 문제해결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주어진 예산, 주어진 시간, 기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지고 최고의 카피를
써내기 위해 수많은 회의를 하고 수없이 카피를 다듬으며 작업한다는 것이다.
또한 잘 알려진 카피를 많이 쓴 광고인이지만, 사실은 반응이 없거나 별 성과가 없었던 수많은
작업 사이에 드문드문 성공한 카피가 있었다는 것이 그의 광고 작업이었다니 광고를 하는 것도 무한한 인내와 노력을 요하는 것 같다.
그의 광고에 대한 관점 역시 인상적이었다. 광고는 진실해아 한다는 것. 물론 기업의 좋은 면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그것이 결코 거짓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젠더 문제 등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좀 더 엄격한 잣대를 갖고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디자이너 오영식의 대담에서는 그의 어린 시절이 인상적이었다. 어린 시절, 흔치 않은 색상의 바지를 입는 등 색채 감각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 예술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금속 공예를 하다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너무나 지난하여 우연히 접한 디자인을 하게 되었다는 것 역시 인상적이었다. 또한 현재 운영하고 있는 디자인 사무실이 잘 돌아가게 해 놓은 후 제 2의
인생을 살고 싶다는 꿈까지.
그들은 창의성의 핵심이 관찰이라고 입을 모은다. 똑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다른 사람은 발견하지 못하는 디테일을 발견하는 것.
저는 감동받는 건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감동받는 건 창작자가 갖춰야 할 능력입니다. 감동받는 능력이 없는 사람은 창작을 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아닌 것에 감동받을 수 있어야 된다고 믿어요.
(p. 97)
또한 좋은 광고나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생각의 증류, 이미지의
정제 작업이 필요하다고 한다. 훌륭한 디자이너는 다른 사람들이 잘 알아챌 수 없는 것에 완성도를 부여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그렇게 작업한 건 왜 좋은지 설명할 수는 없어도 많은 사람들이
좋은 것이라고 알아본다.
광고인과 디자이너의 삶을 엿본 기분이다. 중간 중간 그들이 한 작업을 사진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창의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꼭 광고나 디자인을 하지 않아도 읽어봄 직 하다. 우리는 누구나 늘상 무언가를 창조하면서
살고 있으니까. 우리의 삶이란 하찮아 보여도 무언가를 만들어내면서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니까.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