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요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 1
이은채 지음 / 스토리닷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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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적으로 운동이 안 맞는 사람들이 있다. 규칙적으로 열심히 운동을 해도 전혀, 또는 거의 엔돌핀이 나오지 않는다. 러너스 하이는 전혀 다른 세상의 얘기다. 내가 그렇다. 여태껏 강제로 혹은 해야해서 운동을 꽤나 했지만, 운동 후 기분이 고양된 것은 평생에 딱 한 번이었다.
그래서 특별히 운동이 필요하지 않았던 어렸을 때에는 내가 하는 운동은 숨쉬기 운동이라며 전혀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 힘든 운동을 하느니 가만히 앉아서 책을 보는 게 나았다. 운동을 하라고 하면 차라리 공부라도 하는 게 나았다.
어렸을 때는 잔병 치레가 좀 있기는 해도 건강하던 내가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장과 기관지에 문제가 생겼다. 하도 아파서 종종 회사에 못 나가기도 했다.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는 기간을 가지기에 이르렀다.
그 때는 마침 요가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때여서, 이 참에 한 번 배워볼까 하는 생각으로 가볍게 가까운 힐링 요가 강습에 갔다. 발을 압박하던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이 되어 매트 위에서 호흡하고, 몸을 늘이고, 눕고, 조금 힘든 동작을 하고 나면 시체자세를 하면서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운동을 혐오하던 내게 좋아하는 운동이 생긴 날이었다. 가만히 누워서 호흡만 해도 된다니. 힘들면 무리하지 말고 되는 데까지만 하라니. 지금까지 애쓰고 진을 뺴며 한 운동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아팠던 몸에 좋은 기운이 생기는 것 같아서 점점 더 배우고 싶어졌다.
누구나 다 아프고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요가 같은 것에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일까. 요가 강사인 이 책의 저자 역시 회사에 다니며 몸에 문제가 생길 때쯤, 일을 그만두고 요가를 배우기 시작했다. 나는 평생 내 보지 못한 용기다. 내 전공과 조금도 다른 일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지만 그 안에서 무조건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물론 요가를 하는 것은 좋아했지만 좀 더 좋은 강사가 되기 위한 고민과 진정한 스승을 찾지 못한다는 걱정 거리, 일이 바빠져 진정으로 요가에 빠지지 못하고 다급해지는 마음 등 요가 강사를 하며 경험한 고뇌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건강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는 것 같다. 내 첫 요가 선생님도 교통 사고를 당하고도 입원하지 않고 바로 요가 강의에 와서 할 수 있는 데까지 강의를 하며 건강하다는 것을 애써 증명했다. 그러나 운동을 하면서 부상을 당할 수도 있고, 어떻게 운동 하나만으로 건강 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 역시 요가를 하며 허리디스크가 오기도 했고, 갓난 아기를 키우면서 힘이 들어 아토피와 함께 몸의 모든 부분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토피 때문에 생긴 상처를 가리고 수업을 하기도 했으나, 그런 강박 관념을 내려 놓기로 했다. 그리고 몸의 문제를 영양, 몸의 구조, 마음의 측면에서 접근하였다.


행복한 사람’ ‘건강한 사람이란 타이틀에 집착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그동안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애쓰며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나는 지금 아프면 안 되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이제는 아픔을 인정하고 바라봐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p. 94)


제주도나 발리 등지에서 장기 여행을 하며 요가를 수련하는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여행이지만 촘촘히 일정을 짜서 피곤하게 돌아다니다 숙소에서 잠만 자는 것이 아니라, 일정을 모두 비워두고 아이가 그 날 하고 싶은 활동을 하며 보내는 것이야말로 한 가족에게는 최대의 힐링이 아니었을까.


마치 아사나가 잘 되는 안 되든 그저 바라봄을 통해 평가하지 않는 것처럼,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 또한 어떠한 모습이든지 판단을 멈추고 바라보는 것이 중요했다. 매 순간 깨어 있어야 내 몸이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고 편안해질 수 있었다.
(p. 170)


힘들고 마음이 시린 일들을 이겨내기 위해 누군가는 근력을 키우는 체력 단련을 하고, 누군가는 카레이싱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요가를 한다. 들숨과 날숨을 느끼며 편안한 자세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낮은 음악소리만이 들리는 시간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요가가 삶의 상처를 치유해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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