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3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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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그러나 살아보니, 세월이 가면서 급격히 변하는 것도 있지만 그리 많이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1979년부터 1983년까지 발표된 박완서 작가의 단편집을 보면, 가난하고 부족했던 그 일상의 풍경은 변했어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들이 보인다. 출세지향주의라거나, 요즈음은 여혐으로 드러나는 여전한 남녀차별이라거나.

박완서 작가가 그리는 사람 사는 모습은, 우리가 가장 감추고 싶어 애써 외면하는 민 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사실적이다. 무려 40여 년 전에 써진 이야기이지만, 박완서 작가가 그리는 모습은 최첨단 현대 시대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겉보기에만 그럴 듯한 거짓말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쌓아올리고, 이웃들에게 떵떵거리고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에만 급급한 쥬디 할머니의 모습이, SNS에 멋진 사진을 올리기 위해 스튜디오까지 찾는 요즈음의 SNS 중독자와 무엇이 다른가.
한 순간 순발력을 발휘해 신제품의 이름을 줄줄이 짓고는 기업 홍보부에서 승승장구하던 회사원이, 앞으로 다가올 자신의 몰락을 두려워하는 심정이, 고용 불안정 시대에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우리 시대 수많은 비정규직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하다.
그러나 박완서 작가의 소설에 오롯이 남아있는 6.25의 흔적은, 이제 6.25를 겪은 세대가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주 통렬한 심정으로 읽힌다. 아들 대신 조카를 데리고 피난을 나와 아들과 부인, 어머니와 생이별한 이웃집 아저씨가 죽음을 앞에 두고 아들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은 6.25를 겪지 않은 세대에게도 생생한 아픔으로 다가온다.
지난 시대의 모습을 박완서 작가의 단편집으로 읽었으나, 그 안에서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는 여정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어서 깊게 뇌리에 각인되었다. 우리가 계속해서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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