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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게스트하우스 - 서로의 이야기들이 오가는동안 맥주는 시원하고 밤공기는 포근할 것이다 ㅣ 아무튼 시리즈 3
장성민 지음 / 위고 / 2017년 9월
평점 :
내 삶에 결핍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 중에 하나는 여행이다. 해외에 나가보지 않기도 했지만, 성인이 되고 내 자의에 의해서 여행간
것이 손에 꼽는데다 그것도 당일 기차여행 정도다. 그마저도 나이가 들면서는 하지 않는다. 그저 방에 앉아서 책 보고, 노트에 뭔가를 끄적이고, 손으로 꼼지락 꼼지락 뭘 만들게만 되지, 어디론가 떠나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는 여행에세이나 여행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방에 앉아서 이국적인 풍경과
문화를 책으로 감상하는 기분이 참으로 삼삼하다.
“아무튼 게스트하우스”는 여행 이야기가 섞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이 여행 중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
이야기와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우울로 시작하는 이 게스트하우스
이야기에서 그는 다르게 살 수 있었다는 가능성,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기억이 그 우울을 떨쳐 주었다고
한다.
여행을 잘 하지 않는 나는 게스트하우스란 것은 TV에서나 보았지, 가 본 적이 없다. 그러나 TV로
보았을 때도, 여행자들이 모여서 바베큐 파티를 하며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그래서 기숙사처럼 여러 개의 침대가 한 방에 들어가 있는 도미토리를 애용했다.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과의 교류는 때로는 우락부락해보이는 선원들의 무리에 혼자 끼는 경우일 수도 있으나, 그들과도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다. 그 도미토리 사랑도 나이가
들고, 코를 골게 되면서 끝나야 했지만.
마당에 사과가 떨어져, 바람이 많이 분 밤이 지나면 떨어진 사과를 주워서 나누어 먹는 운치있는
게스트하우스라면 나도 한 번쯤은 묵어보고 싶다. 처음에는 음악을 조그맣게 틀고 몇몇이 듣다가, 이 사람 저 사람이 끼어들고, 다른 방에서도 음악을 들으러 창문으로
모이자, 자연스럽게 하게 된 파티라면 나도 한 번쯤은 곁에 앉아서 음악에 몸을 맡기고 싶었다.
천진난만함. 나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누군가에 대한 부러움이나 두려움 없이 눈앞에 주어진 것을 그저 받아들이는 아기 같은
천진함이 아니었을까.
(p. 85)
어디선가 연애와 여행은 이십 대에 스타트를 끊어야 한다던데, 나는
이번 생에는 망한 것 같다. 아마도 한 살을 더 먹어도, 두
살을 더 먹어도 매냥 방에 앉아서 여행에세이를 훌훌 넘기고 있을 것 같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우울을 떨치는 방법이 그에게는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기억이지만, 내게는 책이었으니, 이번 생에는 어쩔 수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