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프랑스 책벌레
이주영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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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나는 책을 탐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책을 받고 싶다고 했고, 엄마가 책방에 데려가면 딱 한 권씩만 사 주는 게 불만이었다. 초등학생 때는 특히 많은 양의 책을 빌려서 보았다. 방학이면 늦잠을 자고 일어나 하루 종일 책만 보는 게 낙이었다.
입시를 하고 취업을 하고 야근을 하면서 독서량이 많이 줄었지만, 어린 시절의 책 사랑은 몸이 안 좋아진 것을 계기로 다시 불타올랐다. 시간이 없으면 지하철 서점을 잠깐 둘러보고 책을 샀고 출퇴근하며 졸린 눈을 부릅뜨고 책을 읽었다.
나도 한 책벌레 한다고 생각했으나, 여기 프랑스 슈퍼 책벌레 에두아르와 결혼한 멀티링구얼 부인의 한탄을 읽고 있자니,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벌레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의 답답한 심정과 사연도 깔깔거리며 읽다 보니 내 가족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대부분의 내용이 덜렁거리는 오지랖퍼 책벌레의 속터지는 에피소드들이지만, 이 부부의 책으로 하는 소통과 귀여운 싸움이 부러웠다. 싸우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책을 열심히 뒤져서 딱 맞는 구절을 발췌해 전달한다. 그러면 다음 날 거기에 반박하는 책 내용 발췌가 전달된다. 싸움도 이렇게 문학적으로 하는 부부라니. 서로 작문 숙제도 낸다. 서로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문학작품과 함께 사랑이 싹튼다.
책만 보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책 보는 게 그저 좋아서, 다른 일은 아무래도 좋다는 마음이 들었었다. 책벌레 남편 에두아르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평범한 학교 선생님으로 살고 있지만, 좋아하는 문학작품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으니,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파묻혀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동료 교사와 싸워서 점심도 혼자 먹는 좀 깐깐한 선생님일지는 모르지만.
매일 책을 읽느라 바빠, 다른 일은 모두 잊거나 대충 하고 마는 에두아르. 어쩌면 그야 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인생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많은 돈과 부를 추구하는, 한국의 모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인생이 아니라.

스스로의 내면을 풍요롭게 하는 삶.
이보다 더 성공적인 삶이 있을까? 절대 깨지지 않는 내면의 단단한 풍요로움으로 무장한 에두아르는 진정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p. 331)


책만 사랑하는 에두아르의 만행들을 깔깔거리며 읽다 보면, 그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끝없는 지식 탐구의 여정과, 그랑제콜에서 공부한 치열한 세월의 흔적, 책과 여행을 즐기며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게 사는 삶에 반하게 된다.
집에 쌓아 놓은 수많은 책들 때문에 이사 때마다 가족들에게 핍박받고, 눈치 보는 책벌레들이여! 그대들이 가장 성공한 인생들이니, 부디 당당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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