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하루키 - 그만큼 네가 좋아 아무튼 시리즈 26
이지수 지음 / 제철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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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하루키의 작품을 한 번 전부 읽어보고자 한 적이 있다. 데뷔작부터 시작해 초기작을 찾아 읽고, 단편집과 장편 소설을 하나씩 찾아 읽었다. 산문집도 빼 놓을 수 없었다. 얼마 간 하루키 정복하기를 하다가 중간에 그만 두고 말았지만, 그래도 그 이후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이 나오면 득달같이 사서 읽곤 했다. 지금까지도 무라카미 하루키는 즐겨 읽는 작가이다.

일본문학 번역가인 이 책의 작가는 청소년 시절에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빠졌다. 그는 하루키의 문장을 원서로 읽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일어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일문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졸업 후 물류 회사에 취업하여 영혼을 좀먹으며 일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말라 죽어가던 자아의 생존 본능이 발휘된 것인지, 맥도날드에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공책을 들고 갔다. 그곳에서 학창시절 외울 정도로 좋아했던 그 소설을 공책에 한 줄 한 줄 번역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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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 창가에 자리를 잡은 뒤 원문을 한 줄 쓰고 그 아래로 내가 번역한 문장을 붙여 쓰기를 반복했다. 이윽고 좀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마음이 별안간 지잉, 하고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완벽한 문장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듯이.” 지잉.
(p. 70)


그 길로 그는 번역을 하기로 마음먹고 번역 학원과 출판사 두 군데를 거쳐 마침내 전업 번역가가 되었다.
마침 최근에 읽은 가쿠타 미쓰요의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가 바로 이 작가가 번역한 책이었다. 가쿠타 미쓰요가 유머러스한 문체로 썼기도 했겠지만, 유려한 번역으로 아주 즐겁게 읽었기에 더욱 인상적이었다.
그의 하루키 사랑은 육아에 지친 날들에 잠깐의 자유 시간이 생기면 곧장 하루키의 작품을 펼치게 하기도 했고, 생일 파티 모임에서 하루키의 작품을 가지고 토론을 하게 하기도 했다. 번역가로서의 일상과 하루키의 작품을 넘나들며 쓴 이 에세이를 읽고 나자, 다시 하루키의 작품들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졌다. <양을 쫓는 모험>부터 시작하자. 아무튼, 나도, 하루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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