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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 피곤한 세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갈 용기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이 신자유주의 사회에서는 모두가 앞만 보고 내달리라고 한다. 더 높이, 더 빠르게, 더 멀리 가라고만 한다. 학생들에게는 쓰러지더라도 학교에서 쓰러지라고 하며 공부의 피로에 물들게 하고,
직장인에게는 직장인대로 야근과 특근을 강요하여, 추석에도 설에도 집 구경 하기가 쉽지 않다.
나도 한 때는 할 수 없이 앞만 보고 달렸다. 다들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했고, 무엇보다 내가 속한 사회에서 그렇게 내달리는 것 외에는 인정하지 않았다. 점점
형편은 나아졌지만 내가 무엇 때문에, 대체 왜,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애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왔다.
그 때 내가 한 건 글쓰기 강의를 들은 일이었다. 작가와는 전혀 상관 없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전혀 무용한 일이었지만, 그렇게 내달리기만 하면서 나를 혹사시키고 망가뜨렸는데, 나를 위한 일을 한 번쯤은 하고 싶었다.
정희재 작가는 이런 멈춤의 시간이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었다고 한다. 또한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 같은 시간들에, 인류 문명의 가장 위대한 것들이 탄생했다고
한다.
멈춘다는 것. 그것은 새로운 방식으로 삶과 소통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적절한
때에 내 의지로 멈추지 못하면 후유증이 생기게 마련이다.
(p. 49)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막의 날”이란 게 있다. 아무 것도 계획하지 않은 하루. 온전히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자신에게 자유를 선사하는 하루. 해야 할 일들로 빼곡한 플래너에 압도당하는 매일 매일을 보내는 현대인에게는
달콤한 휴식이 될 것 같다. 갑자기 먹고 싶어진 음식을 먹으러 나가고,
햇살이 좋으면 산책을, 비가 온다면 집 안에 틀어박혀 그림을 그려도 좋을 것이다. 우연한 만남이 이루어지고, 한 동안 못 보던 사람에게 연락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생계와 관련 없이, 조금씩 매일 해오는 것들. 그것이
결국은 그 사람을 만들 것이다. 그게 매일 돌을 조금씩 쪼아 몸이 불편한 아내를 위해 돌계단을 만드는
것이든. 멋진 경치의 절벽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돌을 손수 하나씩 나르는 것이든.
세계 어디를 보아도 우리나라와 같은 피로사회는 드물 것이다. 경제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모두가
혹사당하고 모두가 무한 경쟁에 내던져졌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신화에 지친 사람들이 욜로를 찾고 휘게를
찾는다. 먼저, 지친 몸을 아무 카페에나 누이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