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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말들 -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ㅣ 문장 시리즈
은유 지음 / 유유 / 2016년 8월
평점 :
언제부턴가 내게는 글쓰기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그저 스트레스를 풀려고
노트에 몇 자 끄적이다가, 아예 만년필을 사서 본격적으로 노트에 많은 양의 일기와 낙서와 글 따위를
휘갈기다가 그만 생겨 버린 것이리라.
은유 작가는 문학을 전공했다거나, 처음부터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읽는 사람이었다. 시와 철학책을 탐독했다. 그 안의 문장에 매료되어 문장들을 수집했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글을 소개할 지면을 얻게 되었고, 좋은 필력으로 그 지면을 넓혀 갔다. 글쓰기 강의를 진행하며 학인들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이
책에 쓰인 ‘쓰기의 말들’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은유 작가가 많은 책들을 읽으며 수집한, 쓰기를 종용하는 문장들이 104개 소개되어 있고 그 각각의 문장에 은유 작가의 경험에서 나오는 짧은 글이 첨부되어 있다.
매일 작업하지 않고 피아노나 노래를 배울
수 있습니까. 어쩌다 한 번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없습니다 –
레프 톨스토이
(p. 38)
매일 글을 쓰고 싶어도 회사에서 야근하고, 술도 마시고,
드라마 보고, 영화 보고, 잠도 많이 자면서
글을 쓸 수는 없다. 글쓰기에 매진할 최소의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은유
작가는 매일 원고지 20매의 글을 쓰던 때, 매번 통장에
찍히는 원고료를 보며, 먹고 살기 위해 글을 썼다. 그렇게
외부의 의지에 의해 글을 썼지만, 매일 쓰다 보니 조금씩 나아지고 재미있어 졌다. 글은 역시 똑똑해서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자리에 붙어 앉아 있는 지구력으로 쓰는 것 같다.
벌거벗은 자신을 쓰라. 추방된 상태의, 피투성이인. – 데니스
존슨
(p. 106)
슬프고 힘들면 할 말이 많아진다. 가슴 속에 응어리진 것을 풀어놓을 데가 마땅치 않으면
글로 쏟아내게 된다. 특히 힘들어서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시기에 노트에 끄적여 놓은 것을 보면, 그 힘겨움 때문에 글이 구조적으로 보인다거나 그리 길지는 않지만, 가끔
촌철살인의 한 마디를 써 놓은 것을 나중에 들추어볼 때가 있다. 슬픔을 그렇게 풀어놓고 나면 슬픔을
안고 살아갈 수 있다. 그렇게 글로 써도 괜찮고, 또 그렇게
나의 어두움을 끌어낸 글을 공개해도 된다는 것도 조금씩 느껴가고 있다.
예술에서 최악은 부정직하다는 것이다. – 조지 오웰
(p. 138)
남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그저 억지로, 남의
생각을 적당히 흉내 내는 글쓰기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자신을 드러내고, 생생한 자신 본연의 목소리를 내는 글을 써야 한다.
104개의 문장과 은유 작가의 경험을 곁들인 설명을 읽다 보니, 이 책을 덮을 즈음에는, 노트를 펴고 뭐라도 쓰고 싶어졌다. 내 마음 깊숙한 곳까지 내려가
건져 올리는 글을 말이다. 오늘도 글 한 꼭지를 쓰고 자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