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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떡볶이 - '이건 맛있는 떡볶이다'라는 확신이 왔다 ㅣ 아무튼 시리즈 25
요조 (Yozoh) 지음 / 위고 / 2019년 11월
평점 :
어렸을 적부터 떡볶이는 내 최애 음식이었다. 초등학생 시절, 맵지 않게 고추장에 케첩을 섞어서 만든 할머니 표 떡볶이부터, 중고생
때 통학하다 길거리에서 사 먹었던 수 많은 떡볶이, 분식집에 앉아서 조리해 먹었던 즉석떡볶이, 다 너무나 맛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떡볶이를 포함한 분식은 생각날
때마다 종종 먹는 내 베스트 메뉴이다.
인디 뮤지션 요조 역시 어린 시절에 떡볶이를 먹어 보고는, 떡볶이는 다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불은 떡볶이마저 맛있었다. 그 이후 이곳
저곳의 떡볶이를 섭렵하며, 맛있는 떡볶이를 찾아 먹어보는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그러나 요조는 맛없는 떡볶이라 할 지라도, 존재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를, 사라진 떡볶이집 ‘박군네’의
이야기를 하며 풀어놓는다.
맛없는 떡볶이집이라도 존재하는 것이 나는
좋다. 대체로 모든 게 그렇다. 뭐가 되었든 그닥 훌륭하지
않더라도 어쩌다 존재하게 되었으면 가능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p. 62)
현실과 타협해 완벽한 비건으로는 살지 못하지만, 할 수 있다면 대체로 비건으로 사는 요조는
떡볶이도 비건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덕미가’라는
떡볶이집을 방문한다. 버섯야채떡볶이와 토마토 떡볶이를 먹는 경험을 전하는 그의 글에는 행복이 묻어난다.
토마토 떡볶이는 버섯야채떡볶이보다 훨씬
맛있었다. 왜였을까. 토마토가 가진 특유의 감칠맛이 떡볶이를
더 맛있게 한 것일까. 나는 혼자가 아니라 셋이 먹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예상하고 있다. (…) 그리고 우리가 부른 배를 부여잡고 기어이 밥까지 볶아 먹으며 맡은 임무를 끝까지 마쳤기 때문에. 그래서 그렇게 떡볶이가 맛있었나 보다고.
(p. 100)
떡볶이를 좋아해서, 나이가 들어도 줄기차게 떡볶이를 먹어온 내게 이 책에는 공감할 만한
내용이 많았다. 나는 오늘도 떡볶이를 먹는다. 매콤한 소스
맛과 떡의 말랑말랑함을 즐기며, 오늘도 즐겁게 한 끼 식사로 떡볶이를 먹는다.
예전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읽을 때마다
그렇게 맥주가 당기곤 했다. 그의 책을 읽고 도저히 못참겠는 기분으로 캔맥주를 쩍, 하고 딸 때마다 이것이야말로 참 착실한 리뷰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아마도
나에게 있어서 이 책의 최고의 리뷰는 이 책을 읽고 난 당신의 바로 다음 끼니가 떡볶이가 되는 일일 것이다.
(p. 147)
떡볶이를 좋아한다면 이 책을 일독하고, 착실한 리뷰로 떡볶이를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