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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혼자에게 (Iceland Edition) - 10만 부 기념 특별 한정판
이병률 지음 / 달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언제부턴가 난 산문집을 제일 좋아하게 되었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순간 내가 읽고 있는 책들을 한 번 쓱 봤더니 죄다 산문집이었다. 특히
소설가나 시인, 예술가의 산문집이 제일 많았고 이런 산문집은 읽고 나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 소설이나 시를 창조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고유한 에너지가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쓴 에세이하고는 결이 다르다고 할까. 특히 이병률 시인의 에세이는 아주 감성적인 것이 특징이다. <끌림>으로 시작된 여행 에세이 시리즈는 여행지의 이색적인 사진과 어우러져 나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 갔다.
<혼자가 혼자에게>도 역시나 감성적인 글과 사진의 향연이었다. 조용히 책상에 앉아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이 책을 읽다 보면 이 안의 글들이 날 새벽 세 시 즈음의 시간으로
데려갔다.
혼자인 나를 탈탈 털어서 쓰다 가는 것. 그것은 나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아끼지 않으려는 것.
침대 밑에 모으고 있는 돈 상자를 매일 열어보는 것처럼 뻔하게도 아니고 아무렇게나도 아니고 그래서 당당한 것.
큰 재능은 없지만 이 시대의 중요한 사람인 것.
그래서 자면서도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머리맡에 불 하나를 켜두는 것.
(p. 125)
일상의 무심한 시선이 가 닿을 것 같은 사물들의 사진과 이국적인 풍경 사진이 어우러지고, 여행에서
경험한 이야기와 주위의 문단 사람들 등 일상의 이야기가 섞여 드는 가운데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일상의 힐링이 되었다.
일상을 여행하고 집에 들어와서는 매일 밤을
여행을 마친 사람처럼 잠들라. 그렇게 잠을 자는 것은 하루 종일 많은 걸음을 걸은 나 자신을 껴안고
가라앉는 일임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에겐 출신 성분의 비밀이 하나 있는데 우리 유전자 속에는 여행자의
피가 남아 돌고 있음도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p. 218)
혼자 있는 고요한 밤 시간과 새벽 시간을 즐긴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그 시간이 아마도 내 다음 하루를 버틸 힘을 주는 것일 게다.
딱히 어떤 결과를 바라서는 아니겠지만 혼자
있을 핑계로 나는 모든 계절을 탈 것이고 좀더 잔혹하고 괴팍한 외로움을 즐길 것이다. 그러다 혼자에게
말을 걸어 괜찮냐고 물을 것이다.
(p. 297)
아마도 일상에서 힘든 순간이 오면 나는 또 이병률 작가의 에세이를 펼쳐서 한 꼭지 한 꼭지 읽어나가며 또 내일 몸을 일으킬 힘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