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독서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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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또는 당신은 왜 책을 읽는가. 여기에 대한 나의 대답은 오로지 재미있어서였다. 어린 시절 집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 내게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 책을 읽으면 뭐든 다 잊을 수 있었다. 오늘 있었던 고민이든, 속상한 일이든, 우울한 기분이든. 게다가 책 속의 세상으로 떠나는 여행은 매일이 그저 그렇게 똑 같은 내 삶과 달리 모험 가득하고 흥미 진진했다. 그러나 세상에서는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왜 책을 읽는가?” 하는 물음에 뭔가 있어 보이는 대답들이 즐비했다. 상식을 쌓으려고. 인문학적 지식을 쌓기 위해. 삶의 지혜를 찾기 위해. 자기계발을 위해. 내가 읽어 온 책이 상식을 쌓아주고 지식을 쌓아주었을 지 언정 나는 그 책을 읽은 이유는 오로지 재미있어서였다. 오랫동안 나는 나와 같은 대답을 가진 사람을 보지 못하고 나 혼자 없어 보이는 이유로 책을 읽는다 생각했다.

그러나 여기 문유석 판사가 책을 읽는 이유도 역시나 재미있어서였다. 게다가 그는 재미있어 보이는 부분만을 발췌해서 읽기까지 한다. 그야말로 재미의 극치를 추구하는 독서였다.

내 취향의 책을 찾는 노하우가 필요한 시대다.
내가 찾은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방법은 단순하다. 일단 읽어보는 거다. 물론 일부분만 맛보기로. 30페이지 정도 읽어봐서 재미있으면 사서 읽곤 한다. 가끔 실패할 때도 있지만 그 정도 읽어서 읽을 만했던 책은 마저 읽어도 후회 없는 편이다. 짜샤이가 맛있는 중식당은 음식도 맛있더라. 예외 없이. 신기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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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는 나의 방법, ‘짜샤이 이론


책을 읽다 재미 없으면 덮어 버린다. 삶은 짧고 읽을 책은 많다. 세상에는 내 취향에 맞고 재미있는 책이 널려 있는데 왜 읽기 싫은 책을 억지로 읽어야 하는가.
나도 책이 재미있어서 읽지만, 한 번 선택한 책은 버리기 싫어 재미없어져도 끝까지 꾸역꾸역 읽고는 했는데, 책에서 재미를 찾는 일에 있어서는 문유석 판사가 최고봉인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읽은 책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한 것은 아니다. 재미있는 소설의 배경이 프랑스 혁명이라면 그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배우기도 하고, 심지어는 범죄물을 읽다가 재판 시에 범죄자들의 전문 용어(?)를 섞어 의견을 말할 수 있었다. 뭐라도 남는다. 아무리 추리소설에 범죄물이라 할 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꼭 책의 쓸모를 찾아야 하냐고 그는 말한다.

현재 쓸모 있어 보이는 몇 가지에만 올인하는 강박증이야말로 진정 쓸데없는 짓이다. 세상에는 정말로 다양한 것들이 필요하고 미래에 무엇이 어떻게 쓸모가 있을지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무엇이든 그게 진짜로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을 당할 도리가 없다.
(…)
최소한 그 일을 하는 동안 즐겁고 행복했다면, 이 불확실한 삶에서 한 가지 확실하게 쓸모 있는 일을 이미 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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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쓸데없음의 가치


좋아하는 작가인 김연수, 무라카미 하루키, 황현산 등의 글 쓰는 스타일과 문체, 그들의 아름다운 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는 진정으로 행복해 보인다.


, 대충 펼쳤는데 이런 구절이 나오다니 이 영감한텐 당할 도리가 없다 생각했다. 어차피 취향을 타는 유머 감각이라 남들에게는 썰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진지한 어조로 엉뚱한 얘기를 꺼내는 유머에 허를 찔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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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하루키 별로야는 비겁해


그리고 그의 유쾌한 글을 읽는 나도 진심으로 행복하다. 이 불확실한 삶에서 며칠의 즐거운 시간을 선물 받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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