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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가 내 삶도 한 뼘 키워줄까요? - 어른이 되어 키가 컸습니다 ㅣ Small Hobby Good Life 2
곽수혜 지음 / 팜파스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십 년 전 즈음, 취미로 발레를 한다는 사람을 보았다. 이십
대 후반의 성인이었다. 그 때만 해도 발레는 아이들이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성인 취미 발레를 한다는
말에 꽤나 놀랐다. 또 발레가 운동이 많이 된다는 얘기도 상당히 의외였다.
과연 이 책의 저자가 상세히 말해주는 발레는 겉으로 보기에는 가냘프고 아름다워 보였지만, 속
근육을 강화하고, 밸런스 및 유연성을 키우기 위해 어떤 스포츠보다도 강인한 체력과 인내력이 필요한 예술이었다. 심지어 근력 운동과 스트레칭만 1년을 배워야 비로소 발레 동작을
배워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포기했다. 열심히
학원을 다니고 시간과 노력을 들이나 결과와 성과는 보이지 않는 그 끝없는 발레의 길에서 지친 많은 사람들이 발레를 그만두었다.
발레를 배우면서,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은 별다른 수 없이 그냥 부딪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주저하는 마음은 결국 실패의 길로 이끈다. 욕심은 부리지 않되, 최선을 다해 시도해 보는 것, 안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또다시 도전해
보는 것, 발레는 내게 한 발로 서는 기교보다 곧은 심지로 서는 법을 먼저 가르쳐 준다.
(p. 109)
이렇게 발레의 진입 장벽이 높은 이유는 묘기에 가까운 동작을 구사해야 하고, 기본을 중시하며, 일상 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근육을 발달시켜 적절히 써야 하기 때문이다.
발레를 하는 사람들은 곧, 한 가지 이상의, 아니
아주 많은 난관에 부딪힌다고 한다. 턴아웃이라는 하지 전체의 안쪽 면이 정면을 향하게 외회전 시킨 자세
등은 프로 무용수도 완벽하게 구사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한다. 일전에 <발레핏
다이어트>라는 책을 사서 비슷한 포즈를 시도해본 적이 있는데, 나도
도저히 중심이 잡히지 않았다. 완벽하게 180도로 다리를
외회전 시킬 수도 없을 뿐 더러, 외회전을 조금 더 할수록 중심이 흔들렸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발레에 몇 년씩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이다. 힘든
동작들을 하며 땀을 뻘뻘 흘리고 몰입의 순간을 보내고 나면 힘든 하루의 스트레스가 씻어지기 때문이리라.
아무도 내가 하는 발레를 알아주지 않지만, 발레는 내 얼룩진 마음을 매만지고 상처받은 내면을 치유한다.
(p. 126)
취미 발레를 하는 이야기가 이 책의 주제이지만, 발레에서 떠오른 상념과 인생 이야기가 어우러져
꼭 발레를 좋아하지 않아도,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주는 책이다. 또한
좋아하는 취미가 있다면, 발레를 취미로 삼아 고군분투하며 의미를 발견해나가는 이 책이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소설가 김연수는 말했다.
“시를 읽는 즐거움은 오로지 무용하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하루 중 얼마간을 그런 시간으로
할애하면 내 인생은 약간 고귀해진다.”
김연수 작가의 삶에 시가 있다면 나에게는 발레가 있다. 그의 말처럼 때로는 아무런 경제적
효용이 없어 보이는 활동이 오히려 삶을 충만케 만든다.
(p. 172)
내게도 무용한 취미가 몇 가지 있다. 그리고 그런 취미들을 갖게 됨으로써 딱히 경제적 이득을
보았거나,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건 전혀 아니지만, 힘들고
지루한 삶에서 활력과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취미가 있다면 발레를 배우듯, 몰두해보자! 어쩌면 지금 지나고 있는 어두운 터널의 끝을 그 취미가
좀 더 빨리 다가오게 해 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