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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 - 앤드루 숀 그리어 장편소설
앤드루 숀 그리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4월
평점 :
좋아하는 작가가 많고 언젠가 내 책을 내고 싶은 꿈이 있기에, 작가들의
에세이를 많이 읽었다. 그러나 난 여전히 작가들의 삶에 대해서 잘 모른다. 동성애자의 사랑이란 더더욱 모른다. 아직 노인에 가깝다고 볼 수
없는 나는, 나이 듦에 관한 문제라면 아직도 고민 중이다.
<레스>는 이 모든 것들을 소설에 담았다. 동성애자이면서
그럭저럭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50세가 다 되가는 작가가 주인공이다.
주인공 레스는 지인의 아들과 사랑에 빠져 같이 생활을 하고 있었으나, 연인이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상처 입는다. 연인이 초대한 결혼식에 도저히 참석할 수 없는 레스는, 참석하지 않을 핑계를 만들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보낸 각종 자잘한 초대에 모두 응하며 세계 여행을 결심한다. 레스의 파란색 정장과 함께.
이 책은 레스의 세계 여행기를 담았다. 어찌 보면 어처구니 없어 보이는 세계 일주의 에피소드들이
웃음을 유발한다. 좌충우돌하는 레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주 폭소를 터뜨리게 된다. 이렇게 유머러스한 책은 처음이었다. 책을 읽다가 영화를 보듯 웃음을
터뜨리는 건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사랑과 나이 듦에 대한 사유를 하게 한다. 레스가 50세를 맞고, 파란색 정장을 잃고 회색 정장을 입으면서, 나이 드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레스의 사하라 사막
여행 동반자 조라는 나이 드는 것이란 외모를 포기하고 맛있는 것을 많이 먹어 뚱뚱해지는 것이라 한다. 그러면서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또한 이런 이야기도 있다.
중요한 건 그들이 삶의 모든 것을 겪고도, 굴욕과 실망과 상심과 놓쳐버린 기회, 형편없는 아빠와 형편없는 직업과
형편없는 섹스와 형편없는 마약, 인생의 모든 여행과 실수와 실족을 겪고도 살아남아 쉰 살이 되었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p. 215)
그리 길다고는 할 수 없었던 내 인생도 형편없는 구석이 여기 저기 산재해 있고, 아픔과
상처가 많았다. 그래도 여기까지 달려 온 내게 위로와 감사를 전하고 싶다.
이 소설의 결말은 정말 멋지다. 마지막 단어를 읽고 나면 누구라도 전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성애자 50세 작가가 주인공인 이 소설은 2018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퓰리처상 100년 만의 가장 과감한 선택이라는 이 소설의 결말이 퓰리처상 수상에 어느 정도 일조했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