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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고 살아내줘서 고마워
민슬비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겪는 유년기의 경험이 그 사람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한다. 유년기에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았는지, 학대를 당하지는 않았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어린 시절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했다. 부모님의 맞벌이로 동생과 함께 외할머니 댁에
맡겨졌다. 외할머니는 나름대로 손녀인 나를 정성껏 키우셨지만, 부모님의
부재는 아직까지도 내게 결핍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여기 태어나면서부터 존재를 부정당한 소녀의, 우울증과 공황장애 극복기가 있다. 저자의 어머니는 유부남과 살림을 차렸다. 이혼하겠다는 약속만 믿고
타지에 정착해서 딸까지 낳았으나 친아버지는 이혼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어린 저자는 친아버지에게는 어머니를
위협하기 위한 수단으로 종종 인질로 납치되었고, 친할머니에게는 늘 구박을 받아야 했다.
저자는 엄마와의 건강하지 못한 관계 역시 문제였다고 말한다. 엄마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엄마의 고민을 들어드리고, 진심 어린 충고를 해드렸지만 아직 어린 아이에게 어른들의 고민은 커다란 짐으로
그늘을 드리웠다.
우리는 과거의 상처에
억눌려 살아가곤 하지만, 애써 그걸 외면한다. 그래서 상처받았던
나 자신과 다시 만나고 그 자신을 안아줄 용기를 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p29)
우울증이 심해진 저자는 세 번의 자살 시도를 한다. 그 이후 당시 수업을 듣던 홍교수님께
도움을 구하여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한다.
사실 저자는 힘겨워하면서도 그것이 우울증 때문이고, 공황장애 때문이라는 사실을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했다. 게을러지는 것에서 우울증을 떠올리고, 서
있기만 해도 숨이 차는 증상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는 증상과 공황장애를
연결하기는 언뜻 보아도 어렵다. 그러나 병을 인지하고 나자, 저자는
극복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한다. 심리 상담에 열심히 참여하고 치료를 받는 와중에서도 학교 익명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또 다른 아픈 이들을 위로하는 일을 통해 많은 기쁨을 얻는다.
저자는 심각한 공황장애를 정면돌파 하는 노력도 했다. 책을 좋아하여 서점을 방문하는 것도
좋아하는 저자는 작고 한적한 서점에서 크고 사람이 많은 서점으로 목표를 높여가며 서점 투어를 했다.
여기까지 도전하고 나니 생각보다 별 거
아니었다. 그 동안 너무 움츠러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황발작이
오더라도, 어딘가 앉아 숨을 고르면 괜찮아진다……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p191)
저자를 응원한다. 힘겨운 인생을 살아온 아픈 이들을 응원한다. 지금 당장 고통에 휩싸여 삶을 놓고 싶더라도 빛나는 순간들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마음을 돌리길 기원한다. 고통에서 벗어나고 질병에서 놓여나려는 그 아픈 노력들을 응원한다. 그들의
건승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