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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니까 힘내라고 하지 마
장민주 지음, 박영란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마다 불행을 털고 일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 시간이 유독 길었다. 좌절도 깊었다. 스트레스를
잘 받는 데다 그 영향도 컸다. 태생적으로 우울의 그림자가 영혼에 짙게 드리워진 것만 같았다.
약한 성정을 가졌다 보니 심리학에 관심을 많이 쏟았고, 교양서를 종종 읽었다. 대학생 시절에는 심리학 강의를 즐겨 듣기도 했다. 그러나 우울증과
폭식증을 앓는 사람이 쓴 생생한 수기와 같은 산문은 한 번도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대만의 장민주라는 저자의 이 책으로 우울증 환자의 생생한 경험과 심리, 폭식증이
발병하게 된 과정 등을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또한 심리학을 전공하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담에 관련된
심리학 지식을 더하여 전해주었다.
저자의 심리가 위태로워지기 시작한 것은 사춘기였다. 나도 사춘기가 힘들었지만 저자는 서서히
우울증이 발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학생 때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공부하여 일류 고등학교에 들어갔지만
우울증이 깊어져서 제대로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그 결과 대학 입시를 절정으로 병세가 심해졌다.
생각해보면 나도 고3때는 정말 힘들었다. 과도한
중압감과 스트레스 때문에 마지막 스퍼트를 올리지 못해 한 과목에서 제대로 점수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저자는 더욱 심각한 경험을 전해준다. 고등학교 3년 간 선생님의
설명을 이해할 수 없었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공부해야 기억하는 속도보다 잊는 속도가 빨랐다. 난독증도
경험하여 글을 읽어도 전체 문맥을 파악할 수 없었다. 기면증 때문에 시험시간에 자신도 모르게 잠들어
제대로 시험을 볼 수 없었다. 게다가 성격이 강한 친구에게 따돌림까지 당했다. 내신점수는 엉망진창이고 노력해도 결과는 항상 실패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입시 시험에서, 문제에 나온 지문을 이용하는 등의 묘수와 꼼수를 생각해내어 좋은 시험 점수를 얻었다. 그러나 면접이 너무나 두려워 자살을 시도하고야 만다.
대학에 입학하고도 스트레스는 계속되었다. 불합리한 일에 저항하다 생긴 선배와의 갈등, 극한까지 자신을 몰아붙여 노력하며 살다가 스트레스가 지나쳐 생긴 폭식증. 결국
저자는 휴학하고 심리학과에 편입을 준비했다.
심리학과 편입은 합격률이 2%일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미 지쳐버린 저자는 시작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심하고 상처를 주던 부모님이 변했다. 격려하고
용기를 주었다. 결국 저자는 그 힘으로 일어나 한 달간을 공부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일주일에 볼펜 세 개를 써가며 노력해서 심리학과에 합격했다.
또한 취미가 같은 배구인 친구와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만나서 달리기하고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위로를 얻어, 우울증에서도 벗어나게 되었다.
우울증 환자에게 정서적으로 연결된 좋은 인간관계와 사회적 지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 저자는 일러준다.
그 외에도 인식을 개선하고 자기 인식이 있어야 우울증은 발병하지 않는다. 왜곡된 사고를
하지 않아야 하며, 자신의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 에세이를 읽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우울증 경험에 대해 알게 되었고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기 위한 방법과 알찬 심리학 지식을
알게 되었다. 또한 우울증을 이겨내고, 어려운 일을 성취한
경험에서 좋은 에너지를 얻었다. 평소 심약한 성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만한 에세이이며, 주변에 점점 늘어나고 있는 우울증 환자를 이해하고 배려해줄 수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