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성별 - 가족은 어떻게 불평등을 재생산하는가 Philos Feminism 7
셀린 베시에르.시빌 골라크 지음, 이민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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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본의 성별은 단호하게 남성이라 말할 수 있다.

사회기본단위 가족에서부터 시작되는 불평등을 다룬 책을 읽으며 구조적 정서적으로 치밀하게 쌓아온 계급사회의 민낯을 조금은 파악하게 되어 보는내내 분통이 터졌다.
사실 서론에 언급된 크리스틴 델피의 저작을 예전에 읽었을때 조금 어려워하며 읽은 기억이 있어 이 책을 펼치기전에도 경제 문외한인터라 지레 겁을 먹었다. 그러나 여러 가족의 사례연구를 통해 가구와 가계에서 이어지는 명확한 불평등의 모습은 단순한 이해를 넘어 피부에 전달되는듯했다. 그만큼 사례를 보며 더욱 화가 나기도 했지만.

제프베조스와 이혼한 매켄지베조스와 보통의 한부모자녀가정의 어머니가 동일선상에 놓일순 없겠지만 이혼 후 그들이 가진 부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결정사에서 선호되는 여성의 직업은 나열만 해도 그이유가 명백하게 보이고, 맞벌이부부의 자녀돌봄을 위한 시터노동은 잘풀리면 부부의 어머니에게 전가된다.
상속과 이혼이라는 두가지 상황속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불평등구조는 여성의 착취가 어떤 방식으로 정당화되고 있었는지 보여준다.

📎도미니크 베르네샤텔은 따라서 맞벌이 모델을 매우 가치있게 평가했다. 기실 자신의 커리어가 남편의 커리어에 종속되었고 가사와 양육 노동의 책임에 압도되었음에도 말이다. (중략)여성의 재정적 독립이라는 규범은 우리의 경우 판사에게서 찾아볼 수 있었는데, 주로 여성들에게 큰 부담을 지운다. 남성처럼 가정의 경제적 필요를 충당해야 한다고 느끼지만, 급여는 더 낮고 가사를 전담하면서 오로지 자신만 직업과 가사의 조화를 찾아내야 한다. 역설적으로, 여성의 자립에 대한 규범은 여남 간 부의 불평등에 기여하고, 이 불평등은 이혼 시에만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 규범은 학력자본을 쌓은 여성들이 재정적으로 남성에게서 독립하지 못한 다른 여성을 판단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

📎성별 불평등에서 계급관계와 남성 지배는 분리할 수 없다. 성별 질서의 재생산은 다양한 사회계층 내에서 부를 보존하고 전달하면서 이루어진다. 한편 계급의 재생산은 남성을 부유하게, 여성을 빈곤하게 만드는 과정을 기반으로 한다. 가족의 부가 개인의 지워를 점점 더 결정짓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계급 불평등의 해결 없이는 여남 간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으며, 성별 질서를 뒤집지 않고서는 계급사회를 폐지할 수 없다.

*
결국 소유한 자본과 문화적 유산에 따라서도 나뉘는 계급과 그에따른 몰이해를 보며 우리가 나아가야하는방향에 대해서 생각했다. 비가시화된 여성의 노동과 계급의 재생산을 위해 지워지는 여성의 생산 기여도를 보며 내주변의 사례들이 떠올라 씁쓸해지기도 했다.
마냥 어렵게 쓰이지않은 글이었지만 읽다가 창밖의 먼산을 보고 한숨쉬다 다시책읽다 하늘쳐다보다가 독서하기를 반복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확실한건 여성이라면, 가족과 사회의 테두리안에서 내위치를 한번쯤 재고해봤던 사람이라면 꼭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테 북서퍼2기 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 감상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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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Philos 시리즈 27
사이토 고헤이 지음, 정성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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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맑스에 대해 아는건 공산당선언 정도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학술적인 관심에서 비롯된게 아니라, 이번책을 시작하기전에 조금 겁내하고 있었다. 정말 제로부터 시작하니 걱정하지말라는 말에 용기를 얻어 책을 펼치고 한자한자 따라가며 정말 생각보다 쉽게 읽혀 놀랐고, 지금의 자본주의사회와 마르크스가 염려한 자본주의의 모습이 한눈에 겹치는 모습을 보며 그가 상상했던 사회를 나도 조금씩 꿈꾸게 되었다.

시즌마다 유행에 맞춰 쏟아져나오는 패스트패션의류들은 과연 소비자에게 모두온전히 소비될까. 우리가 사놓고도 예레기라 자조하며 감성과 마케팅에만 초점을 맞춘 상품들은 우리에게 판매되지않으면 어디로갈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주변은 수많은 상품들로 둘러싸여있어 얼핏 풍요로워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모두 함께 사용할수있는 코먼인가? 아니다. 우리의 공유재산은 이미 자본에게 팔려 상품이 되어버렸고, 우리가 사지않으면 어디론가 사라져 거대한 쓰레기의 산이된다.

돈이 되는가, 되지않는가로 판단하는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은 사회의 코먼을 위협한다. 공공도서관의 예산은 매년 축소되다못해 정책수립을 해야할 국립중앙도서관장마저 일년넘게 공석이다. 가족이 함께 산책하는 공원은 점차 사라지고, 멸종위기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그자리엔 골프장이 생긴다. 기술과 직접노동보다는 주식과 투자, 코인거래가 더 돈이되는세상, 이게 지금의 사회다.

책을 읽으며 나의 노동에 대해 생각했다. PA간호사업무범위확대? 사실 그거 의사가 없어서, 콜하면 욕해서, 원래 우리가 한다배워서, 어영부영 간호사에게 과중되었던 업무들이다. 병원인증을 앞두고 병동 벽과 침대난간을 닦고, 4년마다 뒤엎는 인증규정을 다시외우고, 의무기록을 갈아엎고, 이에따르는 추가노동은 무급이었다. 나는 얼마든지 다시 퇴사함으로서 노동력에 대한 처분권을 다시 소유할수 있지만 어떤정부가 간호대정원을 대폭 늘려서 신규간호사도 불취업이랜다. 그럼 나는 움츠린다. 그런 나에게 노동에 대한 처분권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세브란스는 주4일제 근무하는 병동이 있대! 와진짜부럽다! 그날의 환자상태에 따라 결정되는 병동업무난이도는 추가업무시간과 퇴근시간에도 즉각 영향을 미친다. 맑스가 주장한 노동시간단축이 나에겐 주4일제라는 소망이 된다.

결국 소련의 실패와 서구복지국가의 모순을 짚고, 마르크스가 꿈꿨던 코뮤니즘이라는 유토피아를 나도 조금씩 생각해보며, 사실 이게 가능할까? 우리사회가 이런 평등과 공유를 나눌수있는 사회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자본주의속 노예로 굴러갈순 없지않을까. 나날이 심각해져가는 환경파괴와 전쟁, 결국 지구의 코먼을 독점하던 자본의 끝도 머지않았다. 이게바로 우리가 자본론을 다시읽고 맑스와 함께, 저자와 함께, 새로운 21세기 코뮤니즘을 시도해야할 이유다.

*아르테북서퍼2기 활동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감상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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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티시 - 광신의 언어학
어맨다 몬텔 지음, 김다봄.이민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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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사마르와 얼리사 클라크 사이에는 반박할 수 없는 공통점이 있다. 어느 날 로스앤젤러스의 서로 다른 곳에서 눈을 뜬 두 사람이 깊디깊은 수렁에 빠진 나머지 이제 알아들을 수도 없는 영어를 구사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점이다. 각 집단의 성격과 그 결과는 크게 달랐지만, 공동체와 연대감을 조성하고, ‘우리’와 ‘저들’을 구분하고, 공동의 가치를 확립하고, 의심스러운 행동을 정당화하고, 이데올로기와 두려움을 유발함으로써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이한 방식은 컬트적으로 흡사하다. 가장 강력한 기술은 마약이나 섹스, 삭발, 외딴 코뮨, 길고 헐렁한 카프탄, 혹은 쿨에이드와는 별 상관이 없다. 사실, 모든 건 언어의 문제다.

*
컬트집단이라고 하면 흔히들 떠올리는 사이비 종교집단에서부터 크로스핏과 같은 피트니스 산업과 다단계마케팅, SNS인플루언서까지 모두 컬티시로 재정의하는 글을 읽으며 현대 사회의 컬트적 언어에 내가 이미 잠식되어 있었음을 새삼깊이 깨달았다.

좋아하는 뮤지션을 따라 옷을 사고 그의 괴상한 말버릇을 따라하고 철지난 히피문화에 빠져 쿼츠덩어리들과 허브묶음을 사고😅
뷰티와 피트니스, 마케팅산업과 직장문화에서조차 만연한 컬트언어와 그 영향력을 보고있노라니 과연 이 모든것에 자유로울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까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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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약과 파란약중에 파란알약을 고르는 사람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몬텔은 사람들이 컬트집단에 빠지는 이유를 여러 사례를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러브바밍과 같은 인정욕구를 자극하는 언어로 시작하여, 집단에 대한 충성심과 의존도를 높이는 전향과 조건형성, 그리고 강제를 통해 개인의 자의식과 기존의 윤리의식을 완전히 상충시켜 우리가 아닌 저들을 적으로 규정하기까지, 우리를 집단의 이데올로기에 매몰시키는 과정은 아주 체계적이면서도 정교하다.

4부 해시태그:보스베이브가 되고싶나요? 도 그런 맥락에서 아주 흥미로웠다. 자본주의속 임파워링 문구로 훼손되버린 페미니즘과 매몰비용오류를 거론하는 부분을 읽으며 우리가 결국 주저앉아버리고 싶었던 순간들을 생각했다. 2부에서도 언급되었듯, 우리의 손실회피는 결국 더큰 위험한 상황을 야기한다. 호미로 막을것을 가래로 막게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또한 재미있던것이(사실 재밌지않고 빡친다) 결국 다단계마케팅의 희생양인 사회초년생, 경력단절여성, 유색인종의 머리위에서 교묘하게 임파워링 동기부여 언어를 통해 단물을 빠는것은 백인남성창립자라는 사실-2장의

📎컬트 언어가 특정한 사람에게만 ‘작용하는’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우리 대부분이 이미 경험해 본 조건형성과 관련이 있다. 백인 중년 남성의 목소리를 즉각 신뢰하도록 하는 조건형성 말이다.

대목이 떠올라 재밌었다. 왜 우리는 지긋한 나이의 안경쓴 남성의 말을 무턱대고 신뢰하게 되는지. 어쨌든 4장의 스타트업 문화속 괴랄한 업계 용어들과 3장의 ‘쿨하지못한’사람들이 알아들을수없는 특권적인 언어도 맥락상 같은 이야기인점이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들게했다.

*
컬트언어와 컬트집단, 이모든 21세기의 컬티시에 잠식되버린 우리는 이대로 절망하는가? 아니다! 어쨌든 어맨다 몬텔은 말한다.

📎소울사이클부터 인스타그램까지의 집단을 모두 컬트라고 명명하고 따라서 악하다고 비판하는 건 쉬운일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 모두가 뭔가를 믿는 일이나 어딘가에 참여하는 일을 거부한다고 세상이 나아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도한 경계심은 인간으로 사는 삶의 가장 매혹적인 부분을 망쳐 버릴 수 있다.

오운완 해시태그를 걸고 그럴싸한 그날의 힙업 사진을 매일같은시간 올리고, 내가좋아하는 뮤지션을 지지하는 스트리밍 인증을 SNS에 게시하고, 반다나와 로브를 걸치고 페스티벌에서 다같이 자유롭게 스캥킹을 하는 모습 모두 컬트언어와 컬티시로 표현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대의 운동은 대부분 우리에게 무엇을 믿고, 어디에 속하고, 어떤 언어로 자신을 표현할지 선택할 충분한 여지를 남긴다. 이런 공동체들이 사용하는 수사법과 그 언어가 어떻게 좋거나 나쁜 영향을 끼치는지에 주목하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더 명확한 눈으로 그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이었지만 사실 다 독파한 후에도 교묘한 컬트언어의 늪속에서 무엇이 나에게 옳고그를지 온전히 판단할 자신은 아직 없다. 그래도 읽기전보단 낫지않을까? 사놓고 안읽은 작가의 다른책도 빨리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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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그 자체의 감각 - 의식의 본질에 관한 과학철학적 탐구 Philos 시리즈 26
크리스토프 코흐 지음, 박제윤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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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그자체의감각 #크리스토프코흐 #아르테



우리의 의식은 언제 어느시점부터 시작되었을까?
동물이나 식물에게도 의식이 존재할까?
AI도 인간과 같은 수준의 의식을 가질수 있을까?

할일도 미뤄두고 혼자 공상에 잠길때나, 술이 기분좋게 올랐을때 생각나는 재미있는 주제들로 시작하는 이책은 서론부터 한껏 내흥미를 자극하여 ‘호오…?‘로 시작했다가, ‘???…🤯’ 그리고 ‘헤에…!’로 끝나는 좋은 책이었다. 사실 읽으면서 재밌다가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가, 내가 이해한건지 이해못한건지도 헷갈리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했는데, 어쨌든 책을 다읽고나서 통합정보이론IIT이 단지 가설을 넘어 증명될 언젠가를 기대하게 되었다. 사실 적대적 협력관계이론이라는 전역뉴런작업공간이론GNWT은 설명만 보자면 왠지 인사이드아웃이 생각나서 조금 웃기기도했다.

8장까지 읽다보면 뇌에 부하가 걸려오면서 후방핫존의 뉴런들이 불타오르는듯한 기분이 드는데 그래서 사실 난 어느순간 이해가 되지않기 시작하면 각주를 읽으면서 딴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종종 본문과 각주에서 다른 학자들의 이론을 까는 모습이 자주 관찰되는데, 그중 처칠랜드 부부의 이론은 초반부터 신랄하게 비판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역자의 기분이 궁금해졌다. 교수님의 주연구분야가 처칠랜드 부부의 신경철학이라고 하셨는데 혹시 코흐의 주장을 반박하고 싶으셨나요? 아마 이책에서부터 짐작되는 코흐의 성격으로 미루어보건대, 작년 9월에 통합정보이론이 백여명의 과학자들에게 사이비과학이라고 공개지적 당한것은 그가 평상시 자초한 것도 영향이 있지않을까 싶다🧐

어쨌든 기본적으로 저자는 대중문화매체에서 의식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인지하고 본문에 응용하여 독자의 흥미를 돋우는데, 의식의 여러가지 현상들을 비유를 통해 쉽게 알려주어 좋았다. 내가 특히 이번에 알고 흥미로웠던게 10장의 초월적 마음과 순수한 의식 파트였다. 뇌연결이랑 텔레파시가 정확히 뭐가다를까? 뇌연결을 통해 하나의 초월적 마음이 된다면 개별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아예 사라질까? 꿀벌이나 개미처럼 군집하는 인간집단의 모습을 생각해보자니 너무 재밌었다. 함께 다루는 마음유랑이라는 개념도 신기했는데, 내가 이렇게 눈으로는 활자를 따라가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이해못하고 오늘 저녁뭐먹지 생각하는게 마음유랑이겠지,하는 잡념이 들었다.
나는 보행자로서 평상시 개떡같이 운전하는 사람들을 많이 목격하는데 그런 광경을 목도할때마다 내눈에 나만의 상상속 특수렌즈를 삽입해서 실시간으로 저 불량운전자를 신고해야하는데라는 생각을 자주한다. 그런데 나의 이 소박한 상상이 비의식 좀비행위때문에 불가능할거라는 사실을 깨닫고 슬퍼졌다. 아마 그 신고영상은 심각하게 어지러운 핸드헬드영화같은 수준이겠지…
그리고 컴퓨터의 의식을 부정하는 13장을 보며 ‘아니 코흐선생 이게 무슨 말이오, 데이비드는 인간의 마음이 있단 말입니다’하며 홀로 탄식했다. 아니근데진짜 데이빗은 요정을 만나 정말 인간이 되었다구요…😢

결국 우리의 인간성의 나르시시즘을 벗고 의식에 근거하여 모든 생명체에게 보편적 윤리를 적용하자는 그의 결론을 보며 마음이 찌르르해졌다. 뇌손상환자를 우주에 유영중인 톰소령으로 비유하며 그를 부르는 관제센터로서 2028년까지 의식측정기 연구를 완료하겠다는 코흐의 약속이 꼭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테북서퍼 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 감상을 썼습니다. 오늘밤엔 오랜만에 space oddity를 들으며 화성에서 와서 별이 된 사람을 떠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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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킬조이 - 쉽게 웃어넘기지 않는 이들을 위한 서바이벌 가이드 Philos Feminism 9
사라 아메드 지음, 김다봄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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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조이는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사람, 비관론자, 파티의 흥을 깨는 사람,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 기세를 꺾는 사람, 산통을 깨는 사람이다.

📎모든 킬조이가 페미니스트는 아닐지라도 모든 페미니스트는 킬조이다. 이 말은, 페미니스트로 인식되거나 스스로 페미니스트로 인식하는 것이 곧 킬조이라고 평가받는 일이라는 뜻이다.

*
새해를 맞아 올 한 해동안 사용할 전투력을 풀충전 하기에 아주 좋은 책이었다. 해가 갈수록 종이 페미니스트 킬조이가 되어가는것같은 나자신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는 핸드북이었다.
저자의 가족 저녁식사 테이블에서 시작되는 핸드북은 킬조이 진실,격언,다짐,등식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더욱 북돋고 생존과 투쟁에 대한 의지를 더욱 확고하게 만든다. 읽는내내 검은상자안의 강조된 문장들을 보며 마음이 울끈불끈 했는데, 말미에 정리되어 한데 모여있는 문장들을 읽으며 다시금 올한해 나의 킬조이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짐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우리는 성차별적 농담에 웃기를 거부한다. 기억하자, 그것이 킬조이 격언이다. 우리는 농담이 우습지 않을 때 웃기를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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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불편러이자 웃지않는여자로 살며 홉뜬눈과 치켜세운 눈썹은 언짢은 말과 행동을 보았을때 내가 보이는 주된 반응이었다. 우리는 분위기를 망치면 안된다는 무언의 압박과 좋은게좋은거라는 나에게는 그다지 좋지않은 누군가의 말과 강요때문에 항상 조용히 웃기만하고 입을 다물었다. 구제불능의 말과 행동을 보며 열의 두서너번만 눈을 홉뜨며 몇마디 내뱉기를 참지못하던 나는 어느새 “왜 모모는 우스갯소리를 농담으로 못받아들여” 소리를 들으며 매사에 불만많고 군소리를 늘어놓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왜 참아야하는가. 손을 탄 어린 환자를 달래기위해 아기띠를 두르고 석션을 하고 있는 나에게 나도 거기 들어가고싶다라며 느물거리던 작자와 여자는 애를 두번은 낳아야 진짜 성격이 나온다는 어떤 말에 ‘아하 나는 아직 삼십년을 살아도 진짜 성격이 1도 안나왔군요!’하며 웃으며 참으면 좋았을까? 아니 난 좋지않았을것이다. 나는 그런말에 쌍소리로 응수했고 그렇게 행동했던 나자신이 지금도 자랑스럽고 좋다.

📎이방인이 된다는 것은 질문을 받고, 질문이 되고, 존재를 논하고, 자신을 설명하라는 요구를 받는 일이다. 질문들은 쌓인다. 당신이 오르고 돌아가야 할 산처럼. 어떤 이들은 다른 이들보다 자기 자신을 설명하라는 요구를 더 많이 받는다.

📎벽에 부딪히지 않는 이들은 벽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들을 벽을 만드는 자로 여긴다. 페미니스트 킬조이들은 벽을 만드는 자로 자리매김한다. 문제를 존재하게 만든다고 여겨지는 것은 그 문제를 지적한 우리다.

*
서구사회에서 유색인여성,퀴어,이주민,독립연구자로서 살고있는 저자와, 상대적으로 좁은 한국사회에서 내가 경험하고 인식하는 압력은 차이가 있을수밖에 없지만, 저자의 경험을 읽으며 우리가 나아가야하는 길의 방향을 다시 되짚고 킬조이로서 가져야할 날카로운 감각들을 점검해보게 되었다. 문 안의 안락한 방에 앉아있는 사람은, 자신이 앉아있는 방의 문이 얼마나 작고 좁은지, 문밖의 사람들에겐 문간에 서있을 기회조차 얼마나 간절한지, 그리고 그 문을 닫으면 밖의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나도 들리지않는다는 사실을 모른다. 우리는 우리를 드러내야만 한다.

📎우리의 편지가 어디에 도달할지는 모른다. 우리가 어디에 도달할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항상 서로 대면으로 만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한 지적 속에서 만난다. 페미니스트 킬조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는 지금 하는 일과 우리 이전에 왔던 이들을 연결한다. 그리고 앞으로 오는 이들은 우리가 지금 하는 일, 아무리 따끔하더라도 계속해서 이어 가야 하는 지적, 아무리 날카롭더라도 계속해서 보내는 편지들을 집어 들 수 있다. 이것이 우리의 말과 우리의 행동이 아직 끝나지 않은, 완수되지 않은 이유다. 아주 작은 일도 아주 중요할 수 있다. 아주 작은 일일지라도, 당신이 아는 것이 다가 아닐 수 있다.


*
북서퍼 활동을 마무리지으며 3개월 남짓 필로스와 필로스페미니즘 시리즈의 네권의 책들을 독파하며 조금씩 내생각이 자라는것 같아 즐거웠다. 사놓고 아직 완독하지못한 시리즈들도 조금씩 읽고 더욱더 나아져야지.

아르테출판사의 북서퍼 활동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 생각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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