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기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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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12월 3일 밤 열시, 나는 일하고 있었다.
오후번 근무자에게 인계를 받는 도중, 이미 인수인계를 끝낸 동료들이 뒤에서 웅성거렸다. 계엄이래요, 저희 퇴근해도 되는거에요? 농반진반으로 걱정하는 동료들을 보내고 서둘러 열두시가 지나기전에 해야하는 일과부터 쳐냈다. 손과 눈만 바삐 움직이고 고요한 이곳과는 달리 그곳은 치열했고, 내눈은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면서도 내마음은 다른곳에 있었다.
계엄은 여섯시간도 되지않아 종결되었지만 더큰산들이 남아있었고, 다른이들이 거리에나와 성토할때 나는 자러갔고 다시 돈이나벌었다. 계엄 3일후인 금요일 저녁 새삼 나라꼴이 너무 무서워서 퇴근후 자고일어나 거리에 나왔다. 집에앉아 마냥 불안해하는것보다는 적어도 나와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 틈에 끼어앉아있는것이 내게 안도감을 가져다줄것같았다.
현재가 당연히 올것이라 믿었지만 그당시에는 불투명해보였다. 낙관과 비관이 섞인 한숨을 내뱉고 문자를 보내고 죄책감을 덜기위한 후원을 하고 하루하루 불행해하면서도 생판모르는 타인에게 연대감을 느꼈다. 세상에는 불행만 닥쳐오는데 내가 너무 행복해보이면 안되지않나,하는 이상한 생각이 들면서도 아니 왜뽑은놈은 등따숩게 지내는데 뽑지않은사람은 이번에도 냉기올라오는 아스팔트에 궁둥이를 붙이고앉아 소리를 지르고있나 한탄했다.
내가 그놈들보다 곱절에 곱절로 더 행복해져야지.

우리는 같은날에 베였다. 우리가 상처입은건 가해자가 분명한 어떤 사건에 놀랐고, 그 후안무치함에 더욱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상처를 낫게하려면 상처를 외면하고 덮어두는것이 아니라 상처를 벌려 곪은살은 제거하고 소독약을 바르고 봉합을 해야한다.
미처 베인 상처가 낫지않았던 나를 작가의 글이 다시 그곳으로 이끌었다. 작가의 작은(결코 작지않은)일기는 개인의 내밀한 속마음을 빌어 국가에서 비롯한 거대한 폭력을 목도하고 우리가 외면해왔던 약자의 목소리를 직면하게한다. 읽는내내 또다시 고통스러웠지만 결국 나도 이세계를 너무사랑해서 이마저도 끌어안게되었다.
작가의 말마따나 나는 손상되었지만 내가 사랑하는것, 지켜야하는것이 더욱 명확해졌기에, 같은 부침을 겪고도 각자의 자리에서 굳게서있는 타인의 존재를 인지했기에 이제 나는 다시 산책을 나가고 노래를 듣고 책도읽고 제법 즐겁게 산다.



창비출판사의 가제본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책을 받아 읽고 제 감상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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