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
브라이언 애터버리 지음, 신솔잎 옮김 / 푸른숲 / 2025년 5월
평점 :
#판타지는어떻게현실을바꾸는가 #브라이언애터버리 #푸른숲
요즘 친구들과 책한권을 돌려읽는게 유행이라는데 라떼도 그런게있었다. 첫덕친(?) 원규의 영업으로 접한 해리포터시리즈는 사혼의 구슬조각처럼 각자 한시리즈씩 용돈을 모아 나는 비밀의방, 너는 불의잔하며 나눠읽고 함께 토론했다. 그러다 원규는 한일월드컵 이후 해축의 세계로 떠나버렸지만, 다른친구들과 함께 해리포터 영화도 보고 왜 아카데미시상식에 해리포터는 없는데 반지의제왕이 상을 휩쓸고있는지 궁금해하며 반제를 읽고 나니아를 읽고 결국 유조아고무림모기에 상주하는 장르소설오타쿠의길을 순조롭게 걸었다.
*
📎나는 갈등보다는 발견을, 적대보다는 경이로움을 정서적 메인스프링으로 삼으며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다. 내가 SF 소설과 판타지를 읽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173p)
요즘 몇년간 한국문학 베스트셀러를 보면 무슨 몰래카메라를 당하는 기분인데 내어릴적엔 sf는 베르베르책빼곤 그뭔씹 취급을 당했기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장르소설을 사랑하지않을수가 있을까. 리키콜드런 뒷마당너머 다이애건앨리와 벽장속 나니아를 발견했던 사람이 그걸보기전으로 어떻게 되돌아갈수 있다는걸까.
*
개인적으로 나는 6장 유토피아 문학 챕터와 8장 판타지의 정치성 챕터를 재밌게 읽었는데, 사실 나는 유토피아 문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딱 저자가 말하는대로 유토피아에는 항상 비판할거리나 모순점을 찾기바빴고, 디스토피아를 읽으며 그세계의 참담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란하게 빛나는 주인공을 보며 감탄했다. 하지만 이챕터를 읽으며 내가 디스토피아를 소비하는 방식이 단순히 주인공의 불행서사를 즐긴게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유토피아 문학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와 같다. 유토피아 문학은 우리가 조화의 순간들을 깨닫고 이를 가치 있게 여길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순간들을 유토피아로 망명하거나 이민한 자들의 이야기, 사회의 메커니즘을 더욱 나은 방향으로 재구성하고 만들어가는 이야기로 엮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특히나 그것을 젊은 세대에게 제공해야 한다. 변화를 가능하게 할 열정과 가소성을 지닌 젊은이들에게 말이다. 유토피아에는 신경 가소성과 같은 사회적 가소성이 필요하다.(280p)
*
8장도 비슷한 맥락에서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일단 📎아동 문학의 주요 독자는 자신에게 없는 순수함을 지닌 아이들을 보고 싶어 하는 성인(성인의 아동기 식민지화)
을 읽고 뼈맞는 기분이었지만, 어쨌든 과거와 현재의 경향성을 비교해보는것은 굉장히 재밌는 일이었다. 특히 나는 ‘다시 쓰기’를 좋아하는데, 2장에서 소개되는 샌드박스 개념은 수많은 나와같은 동지들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만11세가 지나도록 부엉이를 간절히 기다렸던 어느해와 밤새워 읽은 소설속 내가 주인공의 파티였다면 저상황속 다른 갈림길을 택했을 if를 상상하며 잠못이룬날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과거에는 정말 간절히 사랑했지만 지금은 차마 그러지못하는 날사랑하지않는 이야기들까지도, 다시 쓰기 안에서는 다시 그들을 사랑해보고싶은 마음이 들게한다.
📎새로운 이야기의 전달은 식민지화와 억압을 경험한 사람들이 그간 강요당한 침묵을 해소하는 하나의 방법이다.(351p)
📎문화적 내러티브에 의문을 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회피가 아니라 다시 쓰기다.(367p)
*
장르소설을 사랑했고, 아직도 사랑해마지않는 독자로서 이번 독서는 내사랑을 다시금 되짚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책을 제공해준 푸른숲 출판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