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삭스 지리 기술 제도 - 7번의 세계화로 본 인류의 미래 Philos 시리즈 7
제프리 삭스 지음, 이종인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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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끈이 그리 길지 않지만 짧은 식견으로 공부(독서)는 ‘요약, 정리’로 귀결되고 또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할 때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특정 주제나 사태에 대한 개인적 견해 또한 가질 수 있다. 인류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연구 방식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들은 인간과 인간의 역사를 역사, 철학, 인류학, 사회과학 등 개별 학문 분과 또는 간학문적 입장에서 요약, 정리하는데, 개중 몇몇 학자들은 기나긴 역사에서 추려낼 수 있는 공통적 특징들을 간명한 명제로 추려내곤 한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가 대표적이며, 그 밖에 인류 역사의 구조를 생산, 억압, 인식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쟁기,칼,책>>을 쓴 어니스트 겔너도 있다.

제프리 삭스의 이 책 <<지리, 기술, 제도>>는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인류사를 특정 관점에서 파악하고자 하는 또 다른 노력의 결과물이다. 물론 ‘세계화’라는 상위 관점을 채택하여 그 과정에서 ‘지리, 기술, 제도’의 역할과 복잡한 상호작용 과정을 밝히고자 한 점은 이 책만의 독특한 점이다. 이 책의 원제이자 키워드인 ‘세계화(globalization)’는 중립적 용어는 아니다. 특정 선진국들과 거대 자본 중심의 자유무역의 세계화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제프리 삭스는 ‘세계화’를 ‘광대한 지리적 영역에 분포하는 다양한 사회 사이의 상호 연계’(28p)로 정의내리고, 세계화는 인류의 탄생 이후 지속되고 확대되어 왔음을 분명히 보여준다.(제프리 삭스는 세계화 과정에서 보영준 제국주의 국가들과 현재의 선진국의 횡포에 반대한다)

제프리 삭스는 세계화가 진행되어온 기나긴 역사, 즉 구석기시대부터 현재까지를 아래의 일곱 번의 뚜렷한 세계화 시대로 구분짓고 한 시대를 한 장으로 간명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들 세계화의 역사에서 21세기의 세계화(디지털 시대)를 위한 교훈을 짚어낸다.

*이 책의 핵심 구성이기도 한 7번의 세계화

구석기 시대(호모사피엔스의 세계화) / 신석기 시대(농업의 세계화) / 기마 시대(말이 주도한 세계화)

/ 고전 시대(정치의 세계화) / 해양 시대(제국주의의 세계화) / 산업 시대(기술과 전쟁의 세계화) / 디지털 시대(불평등의 세계화)

이들 세계화 과정에서 지리(기후, 생물 다양성 등), 기술(농업, 과학, 군사 등), 제도(문화, 법률, 정치 등)라는 상호의존적인 3요소는 시대에 따라 미친 영향력이 조금씩 다른데, 각 요소와 세계화의 관계를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백미다. 신석기 시대(기원전 10000년 ~ 기워전 3000년)의 문명의 시작과 농경의 발달은 유라시아 북위 25도 ~ 45도 사이에 위치한 소위 ‘행운의 위도’ 사이에 위치한 지역에서 시작되었으므로 ‘지리’의 영향이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군사적, 정치적, 행정적으로 매우 용하게 쓰인 말이 세계화를 주도한 기마시대(기원전 3000년 ~ 기원전 1000년)에는 ‘말의 순치(길들이기), 문자 체계의 발달, 야금술의 발전’이라는 세 가지 핵심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한편, 산업 시대를 주도한 영국의 산업혁명은 지리(석탄), 기술(글로벌 무역 체제), 제도(학문, 대학, 시장제도)의 매우 우연한 복합적 산물로 설명된다.

각 세계화 시대에 대한 명확하면서도 충실한 설명 덕분에 가독성이 매우 좋다. ‘세계화’의 관점에서 구석기시대부터 현재의 디지털 시대까지의 인류사를 여러 종류의 그래프와 훌륭한 지도를 통해 간명하게 파악할 수 있어, 인류사의 연속성을 파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무엇보다 유익한 점은 세계화의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세계화의 각 시대는 매번 새로운 전쟁과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현재의 디지털 시대 또한 마찬가지다. 생산성과 GDP가 상승하고 있으나 불평등은 커지고 있다. 전 지구적 차원의 환경오염은 두말할 나위 없다.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국이 느끼는 불안감에서 생기는 지정학적 위기 또한 직면한 현실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제프리 삭스는 글로벌 세계를 통치하기 위한 협력을 강조한다. 이때 더욱 필요한 것이 바로 UN 같은 국제기구들이다. 선진국, 특히 상임이사국 위주의 안전보장이사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방안들도 제안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세계화가 진전된 만큼 직면한 문제들도 전지구적 규모인 바로 지금, ‘세계적 규모의 새로운 협력 시대’(326p)를 구축할 수 있을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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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의 역사 - 홀연히 사라진 4천 년 역사의 위대한 문명도시를 다시 만나다 더숲히스토리 1
카렌 라드너 지음, 서경의 옮김, 유흥태 감수 / 더숲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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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 제국의 전성기를 이끈 왕 다리우스 1세(기원전 550년경 ~ 기원전486년경)는 바빌론과 엑바타나(당시 메디아의 수도)를 잇는 무역로 벼랑 100미터쯤 위 바위 표면에 비문을 남겼다. 베히스툰 비문으로 알려진 거대한 비문(가로25미터, 세로15미터)은 다리우스의 공적비로, 다국어 문자 기록 외에도 반란을 일으킨 지역 지도자 열 명을 결박한 모습이 부조로 묘사되어 있다. 결박된 열 명 중, 세 번째와 여덟 번째에 두 명의 네부카드네자르(3세,4세)가 묘사되어 있는데, 이들은 바로 기원전 6세기 후반 다리우스의 통치에 반대하여 왕위에 오른(그러나 결국은 실패한) 바빌론의 두 왕이다.

다리우스의 통치 이전인 기원전 539년 키루스의 점령에서 시작된 바빌론의 쇠락, 베히스툰 비문 바빌로니아 왕들의 굴욕이 상징하는 바빌론의 쇠퇴의 모습에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찬란한 문명 도시 바빌론의 영광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오늘날 ‘바빌론’이란 이름은 페르시아보다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다. 성경 속 ‘바빌론 유수’는 둘째 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각종 상품명과 상호명에 등장하는 ‘바빌론’은 친숙함을 배가시킨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바빌론에 대해 페르시아보다 아는 것이 없다. 메소포타미아의 역사나 고대 근동사를 서술한 역사서에서만 간략하게 다루고 있을 뿐이다.

출간된 책 중 고대의 문명도시 바빌론을 하나의 주제로 깊이 있게 다루는 책은 카렌 라드너의 이 책이 처음이지 싶다. 카렌 라드너는 고대 근동사 전문가답게 기원전 18세기 함무라비의 바빌론부터 기원전 4세기 바빌론이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점령된 이후 시기까지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약 1500년 동안의 바빌론의 성쇠, 바빌론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권력 다툼, 바빌론의 고고학적 발굴 역사 및 유적, 유물 등을 두루 다루며 잘 알려지지 않은 바빌론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전해준다.

책의 구성부터 바빌론이란 도시를 차근차근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바빌론의 시대와 공간을 다룬 1장에서는 지도를 통해 바빌론이 위치한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지리적 특징과 문화를 알아보며 그 지역에 대한 개괄적 이해를 돕는다. 2장에서는 바로 바빌론의 역사를 다루지 않는데, 이 점이 개인적으로 신선하게 느껴졌다. 바빌론 쇠망 후 로마의 트라야누스 황제의 바빌론 방문의 역사, 17세기부터 시작된 바빌론의 고고학적 발굴 사업, 근래인 20세기 후반 사담 후세인의 바빌론 유물 복원 사업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바빌론이란 도시에 대한 관심이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를 살펴본다. 덕분에 바빌론의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이후 3장부터 마지막 9장까지는 본격적으로 바빌론의 역사를 다룬다. 바빌론이 번성하기 시작한 기원전 18세기부터 시작되는 서술은 바빌론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정치사를 큰 줄기로 삼는다. 함무라비 왕조의 번영과 몰락, 용병 출신 카시트인들에 의한 권력의 이동, 주변의 강대국이었던 아시리아, 칼데아인들과의 권력 다툼, 바빌론 토종왕 네부카드네자르 2세에 의한 도시의 번영, 앞서 언급한 페르시아에 의한 바빌론의 쇠락과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바빌론 장악까지. 그러나 정치사는 단선적으로 서술되어 있지 않다. 함무라비 법전(석비), 각종 비문과 동상, 인장, 점토판, 점토 원통 등의 다양한 유물(그리고 그 사진)을 활용하여 정치사뿐만 아니라 문화에 대한 이해 또한 돕는다.

이뿐만 아니다. 마르두크 신의 바빌론의 최고신으로 추앙받고, 또 마르두크가 왕위를 잇는 자가 아닌 권력 다툼의 승리자에게 왕권의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새로운 개념이 나타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그린다(제5장). 이런 모습은 신과 신전이 당시 바빌론 문화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또한 네부카드네자르 시대 바빌론 가상 투어를 통해 도시의 각종 신전과 왕궁 등을 살펴봄으로써 찬란했던 바빌론의 도시 문명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한다(7장).

바빌론을 둘러싼 정치적 역사뿐만 아니라 문화, 유물과 유적 등을 두루 살펴봄으로써 고대의 세계적 도시 바빌론에 대한 구체적인 상을 그릴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바빌론 문화를 널리 받아들인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대한 이해 또한 커졌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지도들, 바빌론의 세부 지도들, 유물과 유적을 보여주는 사진들도 한 몫 했다. 고대 근동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던 매우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문뜩, 바빌론을 정복하고 반란을 제압한 나라인 페르시아, 그리고 페르시아를 정복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요절한 곳이 바로 바빌론임을 생각하면 역사의 아이러니가 생각난다. 어쨌든, 바빌론은 알렉산드로스를 통해 페르시아에 복수한 것이 아닌가, 이 또한 바빌론이 오래도록 고대 세계의 위대한 문명도시였기 때문일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한 후 기록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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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이주, 생존 -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인류는 끊임없이 이동한다
소니아 샤 지음, 성원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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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2018년, 아라비아 반도 남단에 위치한 나라인 예맨에서 내전으로 인해 난민 560여 명이 제주도에 무비자로 입국하여 난민 지위를 신청한 일이 있었다. 1992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난민협약)’과 2016년 제정된 ‘난민법’에 의거 이들을 받아들이고 또 이들의 난민 여부를 심사할 책임이 있는 정부로서는 이전에 비해 급증한 난민 신청자 수로 인해 당혹스러운 듯 보였다. 여론 또한 복잡했다.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라는 찬성 여론부터 난민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반대 여론까지 한동안 난민과 이들의 지위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꽤나 뜨거웠다.

<<팬데믹>>에서 보여준 발로 뛰는 취재와 꼼꼼한 연구, 차분하되 설득력 있는 글쓰기로 깊은 인상을 준 소니아 샤. 그녀는 이번 책 <<인류, 이주, 생존>>에서 ‘인류와 생태계의 이동과 이주’를 과학적, 역사적으로 탐색하며, 그동안 자연스럽지 못한 행위로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던 ‘이동, 이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한다. 덕분에 멀게만 느껴졌으나 예맨인들의 난민 신청으로 우리에게도 어느새 다가온 난민 문제뿐만 아니라 국경 강화 추세 속에서도 계속되는 전 세계의 이주의 흐름을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최근 몇 년간 말라리아, 콜레라, 에볼라 등을 주제로 책을 쓴 저자가 ‘이주’를 추적하게 된 이유는 바로 이주와 붙박혀 있는 집안의 역사 때문이었다. 1960년대 인도에서 의사로 일했던 부모님의 미국 이주로 그녀의 집안은 50년 넘게 이주자로서 살아왔다. 자신을 특이한 사람으로 여기는 주위 사람들(소위 본토인)들의 시각과 오스트레일리아에서의 혼란스러웠던 이주 경험은 이주의 흐름과 그 의미를 찾도록 만들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독일로 가기 위해 파키스탄, 이란을 거쳐 터키에 이르고 또 터키에서 소형보트로 에게해를 건너는 위험천만한 여정. 아프리카의 에레트리아에서 남아메리카로 간 뒤 수천 킬로미터의 험난한 지협을 통해 미국, 멕시코 국경을 향하는 목숨을 건 이주. 미국 국경을 통과하지 못해 이주자 검문소를 피해 끝이 없는 사막길을 건너다 비명횡사하는 수많은 사람들. 이러한 처절한 이주의 시도에 대한 일시적 연민과는 달리, 이주는 환영받지 못하는 행위, 비정상으로 간주된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은 이주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 이주는 전염병을 유발하고,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따져보면 사실과는 다른 반이주 정치인들의 거짓 서사에 사람들은 이주에 대한 모호한 부정적 감정을 가지게 된다.

이명법으로 잘 알려진 18세기 린네. 그의 분류법에서 자연은 생물학적 경계로 구분된 별개의 단위로 존재한다. 생물 각각은 서로 고립된 ‘자신만의 장소’에서 생존하는 것이다. 생물들의 이동, 이주는 설 자리가 없다. 20세기에 득세한 인종 이론과 우생학은 이주의 생물학적 위험을 경고한다. 잡종은 뛰어난 유전적 자질을 퇴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결국 미국의 이민법 제정으로 귀결된다. 생물의 이동 또한 오래도록 자연의 진실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졌다. 동물학자 찰스 엘턴에서 비롯된 레밍의 ‘자살을 위한 이주’라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연구는 동물의 이주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에 기여했다. 그러나 바다와 대륙을 넘나드는 새들과 곤충들의 대규모 이동을 관찰함으로써 생물들에게 있어 이주는 자연스러운 행위라는 인식이 확대된다.

인류 또한 마찬가지다.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현생 인류는 한 곳에 정착하고 지내지 않았다. 인류의 조상들은 이주했다. 다른 집단을 만나 섞이고 다시 이주했다. DNA에서 얻은 과학적 결과는 이를 증명한다. 토착종과 이주종의 뚜렷한 경계는 엄밀히 말하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위 현재 존재하는 토착종은 과거 이주종이었다. 현재의 토착종이란 길고 오래된 역동적 뒤섞임의 과정에서의 ‘한 순간’을 의미할 뿐이다. 남아메리카에서 들여온 감자를 생각해보자. 이들도 한때는 이주종이었다. 이제 이주의 의미는 달라진다. 이주는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과 역사에 뿌리를 둔 자연의 힘이다(337p).’

국경장벽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2019년 새로운 장벽과 울타리, 출입문이 60여 개의 국경에 솟아올라, 전 세계 40억 명 이상의 이동을 가로막았다(347p). 그러나 장벽은 사람의 이동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우회로는 또 다른 이동의 길이 된다. 문제는 경로가 보다 위험해진다는 것이다. 외국인 혐오라는 부정적 인식 속에서 반이주 정책은 또한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인류 역사에서 이동을 막는 국경과 장벽이 계속해서 있어왔던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물리적 경계가 아닌 사회적, 심리적 경계를 서로 넘나들었다. 전쟁, 죽음의 위협, 더 나은 부, 모험, 기후 변화 등 저마다 다른 수많은 이유로 인류의 이주는 계속되고 가속화될 것이다. 과거부터 지속된 이주의 본 모습은 앞으로도 지속될 이주의 흐름을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제 정말 그래야 할 때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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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 뇌가 당신에 관해 말할 수 있는 7과 1/2가지 진실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변지영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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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뇌과학 연구에 기반한 흥미롭고 유익한 최선의 뇌과학 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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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 뇌가 당신에 관해 말할 수 있는 7과 1/2가지 진실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변지영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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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보자 당신은 막 격렬한 운동을 끝냈다. 온몸이 땀 범벅, 갈증이 치밀어 오른다. 이때 마시는 시원한 물 한 잔이 그렇게 꿀맛일 수 없다. 금방 갈증이 가시는 느낌이다. 그런데 잠깐, 실제로 물이 혈류에 도달하려면 ‘20분’ 정도가 걸린다. 그러면 무엇이 당신의 갈증을 해소했을까? 바로 뇌의 ‘예측’이다. 뇌는 물을 마셨을 때의 결과를 예상해서 수분이 혈류에 흡수되기 훨씬 전에 갈증을 가시게 한다. 리사 펠드번 배럿은 이런 흥미로운 예시들을 통해 뇌는 ‘과거 경험을 사용해 행동을 예측하고 준비한다는 것’을, 즉 인식하기 ‘전에’ 행동을 개시하도록 배선되어 있음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4장).

리사 펠드먼 배럿은 이러한 ‘예측하는 뇌’를 포함한 매우 흥미롭고 유익한 최신 뇌과학 지식을 (원제대로) 7과 1/2의 강의를 통하여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뇌과학(신경과학) 책들을 더러 읽고 있는데, 저자 이름을 접하는 순간 생소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찾아보니 역시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2017)로 접한 나와는 구면인 저자였던 것. 인간의 기본 감정은 뇌에 감정회로가 마련되어 있고 자극에 의해 촉발되는 통념적 견해는 틀렸고, ‘뇌는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하고 해석하여 감정을 구성한다’라는 이 책의 혁신적이지만 매력적인 견해가 기억에 남는다. 물론 이 견해(감정은 구성된 것)는 이 책(<<이토록 뜻밖의뇌과학>>)에서도 접할 수 있다(4장).

내가 특히 선호하는 책은 두 종류다. 하나는 ‘두껍고 풍부한 책’, 또 하나는 ‘얇지만 단단한 책’.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본문 분량이 많지 않지만(180쪽), 다양한 사례와 연구에 기반하여 설득력 있게 주장하며, 그에 기반한 생각할 거리가 풍부하다. 우선 도입부인 1/2강부터 뇌에 대한 통념을 깬다. 뇌의 짧은 진화사를 통해 뇌의 존재 이유를 신체예산 프로세스(알로스타시스)라는 용어로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뇌의 핵심 임무는 흔히 말하는 생각하기가 아니다.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생존을 위해 에너지가 언제 얼마나 필요할지 예측함으로써 가치 있는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해내도록 신체를 제어하는 것, 곧 알로스타시스를 해내는 것’(31p)이다. 이 ‘신체 예산’이라는 개념은 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키워드다.

1강 또한 뇌에 대한 통념을 부순다. 인간의 뇌는 ‘파충류의 뇌(생존 뇌), 포유류의 뇌(변연계, 감정적 뇌), 신피질(이성적 뇌)’로 이루어져 있고, 신피질은 다른 두 뇌를 조절하여 이성적 판단을 내리도록 한다는 ‘삼위일체의 뇌’라는 여전히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통념 말이다. 인간의 뇌는 다른 포유류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단 하나의 제조계획’에 따라 만들어졌다. 인간 뇌의 득특한 점은 피질 특정 부위의 신경세포들의 연결이 고도로 강화되었기 때문이지, 인간의 뇌에 새로운 부분이 추가되었기 때문은 아닌 것이다.

2강부터 7강은 최신 뇌과학 연구 결과와 그것이 주는 사회적 교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뇌는 네트워크로 ‘복잡성’ 가지며, 뇌가 유연하게 행동하게 한다는 것(2장). 뇌는 적절하고 올바른 사회적 입력 자극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세부조정 및 가지치기를 통해 발달하므로, 아이에게는 적절한 물리적 및 사회적 환경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3장). 뇌는 과거 경험을 통해 행동을 예측하고 준비하므로, 예측하는 뇌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4장). 인간은 사회적 종으로서 신체예산을 서로서로 조절하므로(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우리는 더 많은 타인들에게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5강). 뇌는 다양한 방법으로 배선될 수 있는 ‘기본 뇌 계획’을 갖고 태어나므로, 보편적인 인간의 마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인간의 본성이란 복수이므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것은 뇌의 보편적 특징은 아니다(6강). 사회적 현실을 만들 수 있는 인간만의 특징은 창의성, 의사소통, 모방, 협력, 압축(5C 능력 세트)에 기반하는데, 뇌는 사회적 현실을 물리적 현실로 착각해 온갖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므로 사회적 현실을 만드는 인간의 모든 행위는 어느 정도의 책임을 가져야 한다(7강).

우리 뇌는 너무나 복잡하다. 그러나 뇌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갈수록 인간에 대한 이해 또한 커진다. 이 책은 뇌와 인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출발점이다.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분량도 적절하다. 7과 1/2이므로 하루에 한 강씩(대략 25쪽) 읽는다면 일주일 정도면 충분히 읽는다. 일주일 투자해서 인간에 대해 이만큼 알 수 있다면 분명 큰 이익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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