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양고대사 - 메소포타미아·이집트 문명부터 서로마제국 멸망까지
정기문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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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 덕후라면 그것이 어떤 분야든 흥미롭게 여기기 마련이다그렇지만 누구나 좋아하고 주력하는 분야가 있는바내게는 역사과학이 다른 분야보다는 좀 더 각별하다특히 역사는 책 읽기의 재미를 느끼게 한 분야이니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어 세부 분야를 막론하고 출간되는 책들을 유심히 살핀다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는 책들로 관심 가는 국내 저자가 있었으니 바로 정기문 교수. ‘재미난 이야기 역사책’ 두 권과 <<역사학자 정기문의 식사>> 목차를 살펴보니 역사의 재미를 느끼게 할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 언제 꼭 읽어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다이러던 참에 읽게 된 책이 바로 이 책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양고대사>>.

 

일단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처음 배우는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양고대사이니관련 분야의 이러저러한 책들을 읽어보긴 했으나 뭔가 정리가 잘 안 된 듯한 느낌이 드는 내게 딱 맞는 제목이 아닐까읽기 시작하니 기대 이상의 수확들이 많았다일단 제일 마음에 드는 점은 서술의 범위다. ‘서양고대사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있는 책들을 살펴보면 메소포타미아이집트 문명은 다루지 않고 흔히 알고 있는 서양고대사 분야인 그리스,로마에 한정된 책들이 꽤 많다이 책은 이와 달리 정기문 교수의 표현대로 서양 문명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종교철학법은 모두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유래하였음을 매우 강조하며 총 3부로 구성된 책의 1부를 메소포타미아이집트 문명에 할애하고 있다(2부는 그리스, 3부는 로마).

 

그래서 그런지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 1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이다두 문명 모두 흔히 말하는 4대 문명의 발상지로 그들이 후대에 남긴 역사와 문화의 깊이는 이루 말할 수 없으니 흥미롭기는 매 한가지이지만개인적으로 아픈 손가락(?)이라고 생각하는 분야는 메소포타미양 문명이다기원전 6천 년 경의 수메르 문명부터 페르시아 제국까지 약 6천 년 역사 동안 등장했다 사라진 제국들과 군소국가들이 많고 복잡하고서로 교류하고 다투며 다양한 문화들이 서로 섞이기도 해서 항상 머리 속에서 정리가 안 되고 꼬인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정기문 교수는 간결하면서도 흥미로운 내용으로 이런 내 고민을 많은 부분 해결해주었다. ‘수메르아카드바빌로니아아시리아신바빌로니아페르시아로 이어지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일군 제국들의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것과 더불어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들예를 들어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이 바빌로니안의 지구라트로서 종교 생활의 중심 역할을 한 건축물이라는 새로운 사실들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책을 읽다 보면 유대교 야훼의 성격 변화’(2), 초기 기독교 형성(16,17등 기독교 및 그 뿌리인 유대교에 대한 깊이 있으면서도 흥미로운 내용들이 나오는데어쩐지 정기문 교수의 주요 연구 분야가 초기 기독교 역사임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2부 그리스, 3부 로마는 입문서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역사뿐만 아니라 사상철학 등 문화와 관련된 내용들도 풍부하게 서술되어 있다이러한 풍부한 내용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듯한 이야기식 서술 덕분에 쉽게 전달된다그런 의미에서 정기문 교수는 훌륭한 역사’ 커뮤니케이터가 아닐까 싶다그의 다른 책들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확신이 든다.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양고대사>>는 서양고대사를 어느 정도 접한 이들에게는 해당 역사에 대한 훌륭한 정리서로서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훌륭한 입문서로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

 

지도와 사진 자료가 드문드문 있지만보다 풍부하다면 내용 이해에 한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그리고 입문서 역할의 책이니만큼추천 도서 목록을 제시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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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러시 - 우주여행이 자살여행이 되지 않기 위한 안내서
크리스토퍼 완제크 지음, 고현석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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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 203일간 47920km를 날아 화성에 착륙한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줄여서 퍼시라고도 부른다)가 보내온 화상 착륙 당시의 영상과 화성의 파노라마 사진, 화성의 바람 소리가 며칠 전 공개되었다. 퍼시가 21m 지름의 낙하산에 의지해 하강하며 비춘 화성의 붉은 대지, 35억 년 전에는 거대한 호수와 삼각주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는 예제로 크레이터의 파노라마 풍경, 화성에 대기가 존재함을 생생하게 깨닫게 하는 신비로운 느낌의 바람소리는 화성에 한층 더 가까워진(가까워질) 인류의 미래 모습을 한껏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운이 좋았다. 때마침 크리스토퍼 완제크의 <<스페이스 러시>>가 내 손에 들려있었다. 퍼시(NASA) 덕분에 책에 나오는 멋진 사진들이 상상력을 자극하여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사실, 타이밍이 더 적절한 이유는 따로 있다. ‘화성 정착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자신감에 들 수 있는 지금, 이 책을 통해 화성 탐사, 여행하기, 정착하기에 대한 매우 솔직하고 현실적인 사실들을 살피고, 냉정하게 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약간 냉소적이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재치 넘치는 저자의 매력적인 글솜씨는 그 유명한 닐 디그레스 타이슨이 떠오를 정도이니 어렵고 딱딱할 수 있는 내용들이 상당히 재미있기까지 하다.

 

<<스페이스 러시>>는 화성 탐사에 대한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화성은 총 7개의 챕터 중 6장에서 다루어질 뿐이다(다른 챕터에 비해 분량이 좀 많은 편이긴 하다). 우주로 가기 위한 잘 알려지지 않은 바이오스피어2’와 같은 지구에서의 흥미진진한 실험과 노력에 대한 내용이 가득한 1, 우주 여행이 자살 여행이 되지 않기 위해 위협적인 태양방사선과 우주 방사선, 중력과 중력의 부재 문제, 우주에서의 수술 등 우주 여행의 난점들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2, 우주여행의 1단계인 지구궤도에 오르기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알려주는 3,

 

3장 이후로는 본격적으로 인류의 우주를 향한 움직임과 가능성을 탐색한다. 인류 최초의 스페이스 러시의 대상이었던 우리의 유일한 위성인 달 탐사의 역사, 달을 향한 중국과 미국의 앞으로의 경주, 지구에서 가까운 것 치고는 오히려 화성에 비해 정착하기 어려워 보이는 달 정착의 가능성과 난점들을 살펴보는 4장과 개인적으로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세레스 등 태양계 소행성에서의 정착 가능성 다루는 5. 6장에서는 앞서 언급했듯 화성에서의 정착 가능성을 살펴보는데, 흥미로웠던 영화 <<마션>>에서의 장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반갑기도 했다. 퍼시가 우주에 안착한 이 시점에 화성 정착과 테라포밍에 대한 내용이 풍부한 이 챕터는 보물과도 같다. 마지막으로 7장에서는 목성, 토성, 천왕성 그리고 그 너머 먼 우주로의 인류의 진격을 다룬다.

 

식사에 비유하자면, 영양가 넘치고 맛도 빠지지 않는 훌륭한 한 끼 식사를 한 느낌이다. 우주 개발의 역사, 앞으로의 우주 경쟁, 우주 탐사의 노력과 현실적인 어려움, 달에서부터 화성, 목성, 토성, 소행성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정착 가능성을 정말 요모조모따져보는 이 책 한 권은 우주 탐사의 입문서이면서 동시에 깊은 내용에도 다가서게 한다. 이에 더해 재미까지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두고두고 여러 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크리스토퍼 완제크, 그의 다른 저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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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무엇인가 - 5단계로 이해하는 생물학
폴 너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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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무엇인가’, 무척이나 어려운 질문이다동시에 매력적인 질문이기도 하다일급 학자들이 이 난제에 직간접적인 나름의 답을 내놓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이 책 마지막 장에는슈뢰딩거를 포함하여 할데인 등 몇몇 학자들의 대답을 간략하게 언급하는데이들처럼 연구 분야에 대한 깊은 사유와 과학적 명망이 없다면 가히 대답하기 어렵거니와 시도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폴 너스’, 세포(구체적으로는 세포 분열)에 대한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국내에 번역된 저술이 없으니 사유의 깊이나 글솜씨 등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다그러니 비교적 얇은 책으로(하긴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또한 얇다이 물음에 대한 나름의 답을 내리겠다니 내심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니 기우였음이 분명히 느껴졌다싯다르타 무케르지엘리스 로버츠데이바 소벨이라는 걸출한 작가들의 찬사가 흔해빠진 주례사가 아니라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개념의 명확함풍부한 내용자신의 연구에 기반한 생생한 사례와 통찰까지얇은 책에 이 많은 내용이 그것도 꽤나 친절하게 서술되어 있다니, (개인적으로 선호하는얇지만 단단한 책에 대단한 매력을 느꼈다.

 

폴 너스는 자신의 연구 분야인 생물학에 단단히 뿌리박고 생명에 대해 논하고 있다논의 방식에서의 특이한 점(또는 구성상의 독특한 점)은 생명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다섯 단계, ‘세포유전자진화화학으로서의 생명정보로서의 생명라는 단계를 차례로 밟아 나간다는 것이다그리고 그 뒤 한 장을 이러한 생명에 대한 생물학의 최신 지식을 사회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일종의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과학기술학)적 고민과 물음을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내리며 대미를 장식한다.

 

5단계 중 세포유전자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라는 세 단계에 대한 설명은 간결하면서도 친절하다그간 이러저러한 교양과학 책을 읽어 온 (나같은독자들에게는 생물학의 핵심 개념을 정리할 수 있는 내용이면서 동시에 효모를 대상으로 세포 분열 주기를 밝히기 위한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생생한 과학 연구 과정을 엿보는 재미를 동시에 안겨줄 것이다그리고 배경 지식이 없는 초심자들이 읽기에도 개념 설명이 잘 되어 있어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4,5단계인 화학으로서의 생명과 정보로서의 생명에 대한 논의는 개인적으로 제일 흥미롭게 읽기도 했고지적 자극을 한껏 불러일으킨 부분이다세포의 생명의 한 표현으로서의 화학반응은 대부분 효소가 촉매로 작용하며효소를 이루는 단백질 중합체 사슬은 복잡한 삼차원 구조를 만들고각 단백질은 독특한 물리적 형태와 화학적 특성을 지니게 된다는 사실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DNA와 그 분자구조가 유전을 설명하는 방식유전자 조절 과정을 통해서 생명을 정보라는 관점으로 살펴보는 부분은 새롭게 다가오기도 하였으며 동시에 생명을 바라보는 새로운 깨달음의 순간이기도 하였다동시에 앞으로 더 탐구해야 할 내용이기도 하다.

 

폴 너스는 세 가지 원리로 생명을 정의한다그 원리는 첫째자연선택을 통해서 진화하는 능력둘째생명체가 경계를 지닌 물리적 실체라는 것셋째살아 있는 실체가 화학적물리적정보적 기계라는 것이다이 원리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저자는 보다 폭넓은 관점을 취한다생명과 무생명의 경계를 뚜렷하다고 할 수는 없다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의 거의 모든 생명체(남세균고세균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다른 생명들에게 의지한다고 볼 때의존하는 정도에 따른 일종의 생명의 스펙트럼이 있고결국 이들 모두 살아 있다고 주장한다.(바이러스도 생명인 셈이다)

 

이러한 폭넓은 관점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진화적 뿌리를 통해서 유전적으로 상호 연관되어 있고 상호의존적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결국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가깝거나 다소간 먼 관계로 이어져 있으므로인간은 다른 생명과 공존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생명을 이해해야 한다’(220p). 그리고 이 책이 생명에 대한 이해의 훌륭한 시작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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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 - 바이러스, 투자 버블, 가짜 뉴스 왜 퍼져나가고 언제 멈출까?
애덤 쿠차르스키 지음, 고호관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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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 contagion. 작년부터 너무나 친숙해진 단어이 책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비단 감염병의 전염’ 원리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고 싶기 때문만은 아니었다오히려 생물학적 전염보다는 사회적’ 전염의 과정 및 동역학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SNS를 통해 수많은 정치적 견해들이 전파되고 이를 접하는 불특정 개인들의 정치적 견해에 영향을 미치고오피니언 그룹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현실더군다나 그 견해들이 구체적이지도 않고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에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전염 contagion’과 아웃브레이크 outbreak(전염의 발발)’는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단어다수학과 역학을 전공한 저자는 전염과 아웃브레이크를 감염병 외에 금융 위기폭력사회적 관계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가짜뉴스, SNS, 멀웨어malware 전파 등의 사례에 폭넓게 적용한다이를 통해 어떤 것이 퍼져나가는 이유’(전염의 원리)와 아웃브레이크가 그런 양상을 보이는 이유를 살펴보는데저자는 전염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는 모든 사회 현상에 공통적으로 적용가능한 하나의 전염의 원리와 법칙을 적용하지 않으며그것이 가능하다고 보지도 않는다몇몇 아웃브레이크에 공통적으로 적용할만한 역학의 기본 원리가 있지만오히려 개별 아웃브레이크는 그 나름의 독특한 전염 양상을 띈다.

 

본론 1장은 열대 의학의 선구자인 로스에서 시작한다로스는 전염병을 복잡한 상호작용 과정으로 다루는 동역학적’ 연구 방식을 처음으로 취하여수학식을 이용한 질병의 전파를 나타내는 개념 모형을 만들어낸다그의 영향으로 이후 연구자들은 질병 전파의 수학적 모형인 감염대상군(Susceptible)-감염군(Infectious)-회복군(Recovered)’을 뜻하는 유명한 ‘SIR 모형을 개발하는 등 수학적 모형에 기반하여 전염을 다루는 로스의 역학적 접근 모형은 전염 연구 방법의 기초가 된다.

 

2~7장에서는 1장에서 강조한 역학의 모형을 중심으로 다종다양한 사회적 전염 현상을 살펴본다네트워크 이론을 다루고 있어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있고 신선했던 2장에서는 에이즈 전염과 금융 위기에서 보인 전염 양상을 비교분석한다. ‘전염을 감염 재생산 지수 ‘R’과 ‘R’에 영향을 미치는 네 가지 요소 DOTS(기간 duration, 기회opportunities, 전파 확률 transmission probability, 감염될 수 있는 사람의 비율susceptibility)로 분석한 후이를 다시 사람과 금융기관들 사이의 관계망을 나타내는 네트워크’ 구조와 연결지어 전염을 증폭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의 특징을 파악하고 있다.

 

3장에서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한 비만정치적 견해 같은 행동과 사고의 전염성에 대해서, 4장은 시카고에 만연한 폭력 사건을 전염의 양상으로 판단하여 이를 해결하고자 한 노력과 성과를 다룬다. 5장은 개인적 문제의식과 연결되는 sns, 인플루언서의 영향 및 가짜뉴스의 전염의 양상을 다룬다몇 가지 새로웠던 통찰은 인플루언서 한 명의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다는 사실정보의 소비는 자신과 비슷한 견해에 더 많이 관심을 보이고 이는 알고리즘에 의해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메이리방 효과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저자는 언론과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정보 아웃브레이크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니만큼이들이 악의적인 가짜 뉴스역정보의 전파에 저항성을 더 갖추어야 함을 강조하며전파 과정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6장은 멀웨어나 랜섬웨어의 전염 과정을, 7장은 유전자 염기서열 비교 분석을 통해 바이러스와 질병의 기원과 전파확산을 연구하는 데 활용되는 계통분류학을 문화의 전달과 진화 과정을 밝히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음을 보인다.

 

모든 연구가 그렇겠지만사회적 전염 양상의 연구는 충분하고 구체적인 데이터가 매우 중요하다실제로 진행되었던 페이북에서 감정의 전파를 관찰한 연구의 데이터 수집은 피실험자의 동의 없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은 데이터 수집과 사생활 침해의 경계가 매우 흐릿함을 보여준다한마디로 자신만의 내밀한 사생활 자료가 어느 순간 수집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저자는 아주 적절하게 책 말미에 이 점을 언급하며, ‘시민 참여 과학 계획’ 같은 자발적으로 연구 데이터 수집에 동의를 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주로 질병의 전파와 관련하여 사용하는 용어인 전염을 사회의 다양한 현상에 적용 가능하며역학의 원리를 활용하여 분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한 분야의 시각과 연구방법이 다른 분야에도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다양한 이론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이와 관련된 구체적이고 다양한 실제 사례 덕분에 읽기에 부담 없는 흥미로운 책임이 분명하다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고자 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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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한 것들의 세계 - 가장 크고, 가장 빠르고, 가장 치명적인 생물의 진화
매슈 D. 러플랜트 지음, 하윤숙 옮김 / 북트리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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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을 본 적 있는가? TV를 잘 보지 않아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기 일쑤다그런데 어쩌다 이 프로그램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OOO 달인들의 엄청난 정확성과 정밀함을 보여주는 믿을 수 없는 재주에 한동안 넋을 놓고 보게 된다이에 더해 많은 이들이 기네스 세계 기록에서 보여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극도의 재주 또는 실력에 빠져드는 것으로 보아, ‘대단한 것’ 또는 이 책의 원제를 빌어오자면 최상급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타고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이 책이 다루는 대상이 바로 이러한 최상위의 생물들이다가장 큰 것에서부터 가장 작은 것오래 사는 것빠른 것시끄러운 것강인한 것치명적인 것똑똑한 것에 이르기까지그야말로 생물계의 달인’ 또는 기네스 세계 기록 보유자에 대한 이야기의 향연이다그러니 어찌 재밌지 않을 수 있을까이러한 흥미진진한 주제를 최신 과학 지식을 재미와 유익함을 잘 버무려 흥미진진하게 전달하는 매슈 D. 러플랜드가 다룬다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작년 국내에 번역출간된 데이비드 싱클레어와의 공동 저작 <<노화의 종말>>을 꼭 읽어보시길)

 

짚고 넘어가야 할 것그렇다고 이 책이 동물의 세계에서처럼 최상급 생물들의 신기한 생활사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오랜 진화 과정을 통해 간직하게 된 (인간에게 존재하지 않는그들만의 탁월한 능력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와 이를 통한 개별 생물에 대한 이해나아가 인간 자신에 대한 이해에 초점을 맞춘다예컨대인간에 의한 도살 과정에서 살아남은 코끼리 또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다는 연구 결과는 그 자체로 코끼리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이자 PTSD가 개인의 정신겅간 상태가 아닌 일종의 문화적 상태라는 잘못된 주장에 대한 반대 사례이기도 하다이외에도 인간과는 다른 문어의 독특한 지능 작동 방식초개체로서의 개미 군집에 대한 연구인간의 가청범위 외의 주파수로 의사소통하는 코끼리들에 대한 연구 결과 등 최상위 생물에 대한 연구 결과 등 인간의 가능성과 한계를 고민하게 만드는 내용이 가득하다.

 

물론 이러한 내용들이 책을 더욱 의미있고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하지만저자가 직접 조사하고 경험한 진기한 생물들에 대한 소개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특히 2장 작은 것들에 나오는 정말 작은 생물들인 길이가 0.158mm에 불과한 작은 말벌 키키나 후나와 팅커벨라 나나몸무게 2g밖에 안 되는데다 몸길이도 3cm 정도인 뒤영발박쥐비슷한 체급의 에트루리아 땃쥐, 3장 오래 사는 것들에 나오는 거의 불멸하는 민물 폴립인 히드라 불가리스, 4장 빠른 것들에 등장하는 1초당 자기 몸길이이의 322배까지 이동하는 작은 진드기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 인간의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는 생물의 세계에 대한 경외감마저 든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굉장한 것들에 대한 연구는 인간 수명의 연장생존 능력 향상인지 능력 이해 등과 동물들의 능력을 모방한 다양한 의학 및 공학 기술 개발 등 인간에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이것만으로도 이들을 보호하고 보존해야 하는 것은 당위로 느껴지지만이들이 전해주는 경이로움 그 자체만으로도 그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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