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등장하는 혼령은 여섯 종류입니다. 그림자, 숨김 도롱이, 노는 아이, 수수께끼 알, 요괴 칼, 장인 귀신인데요. 혼령 장수는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아이들에게 접근해 그에 적합한 혼령을 빌려줍니다. 아직 사리분별이 명확하지 않은 아이들이 혼령을 적절하게 쓰고 돌려줄 수 있을까요.
'노는 아이'는 한 친구에 집착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혼령입니다. 친구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집착하는 아이는 친구를 사귀기 힘들겠죠. 혼령 장수는 이런 아야코에게 '노는 아이'라는 혼령을 소개해 줍니다. 대신 혼령을 배신하면 안 된다는 단서가 붙지요. 둘은 단짝 친구가 되어 둘만 놀면서 행복했지만 멋진 남학생이 전학 오면서 상황이 바뀌게 됩니다. 아야코는 남학생과 친해지고 싶어하고 '노는 아이' 혼령은 이를 참을 수가 없습니다. 결론은 어떻게 될까요.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마음에 드는 친구를 독차지하고 싶어 한 경험은 다들 조금씩은 있기에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장인 귀신'은 무엇이든 만들어주는 혼령입니다. 여름방학 숙제를 만들지 못한 소타는 혼령 장수와 계약을 하게 되는데요. 이번에는 장인 귀신이 하는 일을 얕잡아보면 안 된다는 단서가 붙습니다. 소타는 장인 귀신이 만들어준 멋진 동물원 작품으로 특별 포상을 받게 되는데요. 하지만 친구들이 소타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고, 소타는 장인 귀신에게 다른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동물원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을 만들어달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자존심이 상한 장인 귀신은 어떻게 나올까요. 조마조마하네요. 이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은 혼령 장수의 독백입니다. "부탁하는 주제에, 부탁을 들어주는 쪽의 기분이나 수고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참 많아."라는 대목에서 공감이 됩니다. 다른 사람의 노력과 정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잘못됐지요.
이 책에는 아이들이기에 용서해 준다거나 두리뭉실하게 행복한 결말은 없습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라는 속담처럼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훈을 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으스스하고 현실적인 판타지 동화입니다.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들이 읽기에도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