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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Robert Schumann - Carnaval, Papillons / Stefan Vladar
슈만 (Robert Schumann) 작곡, Stefan Vladar 연주 / Harmonia Mundi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슈만의 대표적 피아노 곡인 파피용, 카니발, 빈의 어릿광대 세곡을 수록한 음반이다. 빈 출신의 피아니스트인 스테반 블라다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데, 그의 이름은 이전에 낙소스에서 나온 몇장의 음반에서 접한 적이 있다.
일단 제일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앨범 표지다. 앨범의 제목을 저렇게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재킷이 또 어디 있을까? '나비', 말 그대로 나비들이 여러마리 늘어서 있고 그 중에 가운데 나비만 색깔이 다르다. 마치 표본실의 나비 표본들을 보는 것 같다. 색깔이 참 아릅다고, 그 구성이 참신하여 사실 이 앨범을 구매할때도, 앨범 재킷을 보고 거의 충동적으로 구매해 버렸다. 다른 클래식 씨디 앨범 재킷들도 좀 이렇게 감각적으로 나와주면 참 좋을텐데... 어찌되었건 재킷 디자인에서 점수 먹고 들어간다.
연주를 들어보자. 빈의 어릿광대는 필자에게 다른 비교청취반이 없어서 잘 모르겠고, 일단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슈만의 피아노 곡인 파피용부터 살펴보자. 그동안 동곡의 애청반이었던 리히터의 63년 실황녹음(EMI 발매반)과 비교해 보면, 블라다 쪽이 러닝타임이 40초 정도 길다. 그렇다고 해서 직접 들었을때 특별히 느리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오히려 리히터 쪽이 너무 서두르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리히터의 연주는 명쾌하다. 포르테 쪽에서는 그야말로 시원스럽게 밀어붙인다. 마치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듣는 것 처럼 강렬한 타건이라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블라다 쪽을 들어보면, 물론 그도 포르테 쪽에서 상당히 타격감을 주긴 하지만 리히터 정도는 아니다. 볼륨을 높여 듣다가 깜짝 놀라게 되는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그리고 블라다는 빠른 패시지에서 오히려 한음한음 또박또박 읽어나간다. 그래서 그다지 몰아부치는 듯한 느낌이 덜하다. '파피용'의 테마 부분 연주 쪽에서도 블라다 쪽이 좀더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을 준다. 번데기에서부터 털피하여 나비가 날아오르는 듯한 느낌을 전하기에는 블라다 쪽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다른 앨범으로는 프로필 레이블에서 나온 수잔 그뢰츠만 이라는 독일계 여성 피아니스트의 음반이 있다. 그녀의 음반과 비교해 보면, 역시 블라다 쪽이 시간이 30여초 느리게 연주되어 있으나, 그뢰츠만의 경우 템포를 상당히 느리게 잡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포르테 부분의 타격감은 거의 없어서, 14분이란 시간이 그냥 쭉 흘러가는 듯하다. 물론 느린 부분의 서정성은 그뢰츠만 쪽이 훨씬 우세하나 전체적인 조형미로 보나, 기교로 보나 블라다 쪽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다.
카니발의 경우 프레디 켐프의 앨범과 비교해 보았다. BIS에서 발매된 켐프의 슈만 앨범은 발매 당시에 상당히 호평을 받았던 연주다. 음질이 아주 뛰어나 피아노 녹음을 들어보기에 적당한 음반이다. 카니발에 대한 해석은 두 피아니스트가 유사한 것 같다. 둘다 템포 설정도 유사하고 페달링도 유사하게 하고 있어서, 같은 부분을 연달아 들어도 특별히 다른 점을 발견하기 힘들었다. 다만 켐프 쪽이 좀더 피아노 음이 명료하고 딱딱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건 야마하 피아노의 특징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뭐 구구절절하게 늘어놓고 말았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상당히 괜찮은 음반이라는 것이다. 사실 별 기대없이, 정보없이 단지 앨범 표지가 너무 좋아 구입하게 되었는데 상당히 만족하고 듣고 있다. 파피용과 카니발을 요즘 연주자의 연주로 듣고 싶으시다면 이 음반의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권유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