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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DG 111주년 기념반 [55CD + 6CD]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외 작곡, 카라얀 (Herbert Von / DG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기다리고 기다리던 앨범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55CD 박스만 오고, 6CD 박스는 없더군요. 상당히 황당하여 알라딘에 전화를 바로 했습니다. 포장 담당자의 실수로 누락되었다고 재발송해준다고는 하였으나 이미 기분 상한건 어쩔수 없는 일. 알았다고 했는데, 여기 들어와보니 저만 그런게 아니군요. 암튼 처음에 좀 기분 나쁜 일이 있었지만, 뭐 그건 앨범 잘못은 아니니까 넘어가고요...
앨범 구성은 좋습니다. 두꺼운 종이로 된 박스에 종이 슬리브로 된 55장의 CD와 함께 200여 페이지의 북클릿이 포함된 구성입니다. CD 슬리브는 기존의 박스셋과는 다르게 오리지널 앨범 커버 아트웍을 그대로 살려서 작년에 발매되었던 카라얀 박스셋보다 좋습니다. 다만 트랙 리스트나 앨범 정보가 없고 - 이건 북클릿에 따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 종이가 무광택지라서 그런지, 인쇄 상태가 좀 나빠서 그런지 사실 조금 조잡해보이는 단점이 있습니다. 광택이 있는 종이를 썼다면 진짜 오리지널 앨범 속지처럼 보여서 훨씬 고급스러웠을텐데, 물론 비용 문제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겠지만요.
100년이 넘는 방대한 기간 동안 발매된 어마어마한 레코딩을 55장에 우겨넣으려다 보니 셀렉션에 엄청 고민한 흔적이 여실히 보입니다. 아주 오래된 히스토리컬 레코딩이나 모노 음원은 배제하고 50년대 이후의 스테레오 음원 위주로 선곡을 했고, 독주곡부터 성악곡까지 가급적이면 거의 모든 클래식 음악의 장르를 레퍼토리로 다루고 있습니다. 작곡가의 경우 중세 고음악에서부터 근,현대 음악 작곡가까지 다루고 있으며 아티스트의 경우도 과거의 명인들만 고르지 않고, 랑랑이나 두다멜 등 요즘 DG가 밀고 있는 신예들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다만 CD장수가 한정이 되어 있다보니 리스너 각자의 취향에 다 맞게 구성을 짜지는 못한다는 단점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베토벤의 교향곡은 있지만 브람스나 모차르트의 교향곡은 빠진다던가 하는 점 말이죠.
그렇지만 약간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양하고, 다들 탑 또는 미들 프라이스로 발매되었던 인기 음원들을 오리지널 앨범 그대로 55장이나 한꺼번에 소장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클래식을 듣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레퍼런스 음반들의 수집을 절대적으로 원하는 리스너들에게 아주 유용한 구성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주 초심자들에게는 사실 약간 어려운 레퍼토리도 포함되어 있어, 클래식 음악 입문용으로는 조금 부적절하다고 생각되며, 여기 구성된 음반을 2/3이상 가지고 있을 고수들에게도 어울리지 않는 구성이기 때문입니다.
같이 패키지에 포함된 6CD 컴필레이션은 외국에서는 단품으로도 판매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이앨범이 또 은근히 괜찮습니다. 6장의 CD에 총 111 트랙의 음원을 수록하고 있는데, 수록 순서가 아티스트 영문명 순서입니다. 그래서 1번 CD 1번 트랙은 아바도의 헝가리 무곡이고, 마지막 CD 마지막 트랙은 치머만의 슈베르트입니다. 이쪽 앨범에는 카루소의 모노 음원도 수록되어 있어 그 구성이 55CD 쪽보다는 좀 더 다양하며, 55CD 쪽과 겹치는 곡도 있지만 겹치지 않는 곡도 있어 따로 소장할 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다만 너무 많은 트랙을 수록하려고 욕심을 내다 보니, 트랙 각각의 러닝 타임이 5분 내외의 짧은 것들만 실려있어 아쉽습니다. 가지고 다니면서 차에서 들으시거나 할때 좋은 구성이라고 생각되는 앨범입니다.
박스셋의 장점은 가격대 효율, 그리고 개별적으로 구하기 어려운 셀렉션을 완성시켜주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작곡가별 박스셋이나 연주자별 박스셋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이번에 DG가 내놓은 111주년 기념반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의 길로 들어서는 분들에게 '레퍼런스 급 명반'의 소장이라는 측면에서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되며 이 박스셋을 통해 더넓은 클래식 음악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게 해주는 길잡이 역할을 충실히 해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제는 EMI나 데카 또는 필립스가 이런 박스셋을 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군요.